[이경희 창업전략] '온니' 전략으로 승부… '군계일학 점포'가 뜬다
[이경희 창업전략] '온니' 전략으로 승부… '군계일학 점포'가 뜬다
  •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 승인 2018.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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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가성비 전략으로 외진 골목길 상권 살린다.

상권이 좋지 않아 장사가 안 된다는 것은 옛말이 된지 오래다. 전략만 잘 짜면 얼마든지 상권 입지적인 불리함을 극복할 수 있다. 


그 중에 하나가 ‘온니(ONLY)소비’ 키워드를 전략에 활용하는 것이다. 서울 을지로에 있는 카페 ‘혜민당’과 ‘커피한약방’. 찾기도 어려운 골목에 있지만 찾아오는 매장 안은 늘 손님이 가득하다. 70,80대 시니어들이 좋아할만한 낡은 자개를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하고 한약조제는 모르지만 현재 점포 ‘온니’명소가 됐다. 

사월에-현대아울렛 송도점

 

최근에는 아예 간판 없이도 독특한 고객 경험을 무기로 명소로 등극하는 사례도 많다.

‘온니’전략이 SNS에 익숙한 젊은층을 타겟으로 잘 먹힌다면 ‘군계일학’ 전략은 대중적이고 일상적인 업종들이 눈여겨 볼 전략이다. 주변의 상권. 입지가 떨어지더라도 해당 상권 내 많은 점포 중에서 돋보이는 인테리어나 상품력, 서비스로 ‘군계일학’이 되는 것이다. 

가성비 전략으로 외진 골목길의 군계일학이 되다 

칼국수&시락국밥 브랜드 ‘밀겨울’의 서울 가락매장은 원룸이 많은 주택가 상권의 골목길 제일 끝자락에 위치해있다. 하지만 가성비 전략으로 외진 상권의 군계일학 점포가 되었다.

빅데이타로 상권을 분석해보면 C- 등급을 받는 곳이다. 도로변에서 두 블록 더 들어가야 하며 오후 5시 이후로는 사람 왕래가 적다. 게다가 매장 앞이 주택가라 민원이 들어 올까봐 밤에는 일부러 간판 불을 켜지 않는다. 하지만 이유희 사장(49)이 이곳을 선택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주변에 20개 이상의 소기업이 있다. 직장인들이 매일 비싼 식사를 하는 건 부담스럽기 때문에 3900원에 든든한 한 끼 먹을 수 있는 밀겨울이 경쟁력이 있을 거라 판단했다. 

두 번째, 가지고 있는 자본금으로 창업하자는 것이었다. 직장을 다니며 칼국수전문점 창업을 염두해 두고 있던 그는 다른 칼국수 브랜드도 알아봤지만 가맹비, 기계구입비를 포함해 2억 정도로 창업비용이 너무 높았다. 기존 백반집 철거 비용을 포함해도 밀겨울 ‘가락점’의 총 투자비는 3000만 원 밖에 들지 않았다.

세 번째, 실제 발품으로 모은 상권 분석 정보를 믿었다. 이유희 사장은 가게 주변 부동산, 거주민들을 만나며 상권에 대한 정보를 모았다. 점심 장사를 하기 괜찮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요즘 같이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외진 곳에 있어도 가성비 있는 음식을 먹는 수요가 충분히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인근에 있는 먹자골목 상권의 경우 바닥 권리금 2천만~3천만원을 주고 들어가 월세를 수백만 원씩 내도 매일 가게가 바뀐다. 중요한 것은 상권보다 맛과 서비스, 견실한 수익구조다. 이유희 사장은 이 점에 초점을 맞췄다. 

투자비가 비싸고 직원 5명이 일해도 수익을 내기 어려운 ‘화려한창업’ 대신 철저하게 가성비 창업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밀겨울 ‘가락점’은 홀 1명, 주방 1명의 직원을 두고 18평(59㎡) 매장에서 하루 약 170명의 고객을 받고 있다. 새로 출시한 소고기 시락국밥(5900원)이 직장인에게 가장 인기 메뉴로 객단가는 8000~9000원이다.”

밀겨울 가락점

 

한식당이 망해 나간 자리로 다시 입점한 한식 브랜드

최근 들어 몰 창업이 인기다. 하지만 몰에 입점한다고 다 성공하는 건 아니다. 몰 자체가 활성화가 되지 않았거나 상품 경쟁력이 없으면 망할 수도 있다. 
인천 송도 현대아울렛몰에는 한식당이 폐업해서 3개월간 비어있던 매장에서 주중 300만~350만원, 주말 600백만 원 까지 매출을 올리는 매장이 있다.  

대표적인 한식 전문브랜드인 ㈜풀잎채가 운영하는 ‘사월에 보리밥과 쭈꾸미’이다. 현대아울렛몰의 식사 공간은 지하 1층 푸트코트와 3층 식당가로 나누어져 있는데 이 매장은 3층의 군계일학 점포이다.

이 매장이 몰에서 군계일학점포로 성공한 것은 상품력 덕분이다. 보리밥을 고등어구이, 보쌈, 쭈꾸미 등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한 세트메뉴가 인기이다. 보리밥을 먹으면 쉽게 배가 고프다. 이를 감안해 한식전문 브랜드의 노하우를 살려서 ‘먹음직한 일품요리’를 보리밥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해 든든한 식사 메뉴를 만들었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쭈꾸미 한상으로 객단가는 14000원 선이다

매출이 높지만 주방은 간소하다. 본사에서 보내준 레시피와 원팩 제공된 재료로 요리 초보도 쉽게 조리가 가능하다. 송도점의 경우 레시피를 주방 코너 코너에 붙여두어 어떤 직원이 조리해도 항상 일관된 맛이 나도록 신경 쓰고 있다. 쭈꾸미, 떡갈비, 보쌈 등으로 구성된 메뉴를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어 고객의 만족도가 높다.

밝은 인테리어, 동네 주민들 단골로 만들며 군계일학 점포 등극 

서울 가좌역 부근 모래내 시장 음식점가. 저녁에 가보면 어두컴컴한 골목에 누가봐도 ‘군계일학’으로 보이는 점포가 하나있다. 허름하고 낡아 보이는 음식점들 가운데 화려한 성처럼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는 점포는 기자 출신 자영업자인 김연배씨가 운영하는 치킨호프전문점(바보스 모래내가좌역점)이다. 

70~80년대  모래내 상권은 명동에 비교될 정도로 활기가 넘쳤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상권 자체가 노쇠해졌다. 

바로 그런 동네에 김연배씨는 비어있는 가게를 좋은 조건으로 얻었다. 가로가 긴 점포에 젊은 감각으로 현대적이고 밝은 인테리어를 하자 상권의 외양이 바뀌었다. 가로가 긴 매장은 사람들이 지나갈 때 눈에 확 띈다. 밤이 돼 간판 불을 켜면 그 효과가 더 극대화 된다.

인근에 재개발된 고층 아파트 주민들은 해당 상권으로 오는 걸 꺼렸지만 김연배 사장이 상권의 외양을 바꾸면서 지금은 젊은 아파트 주민들까지 일부러 이 곳을 찾다보니 인근 점포들까지 덩달아 고객이 늘어나는 덕을 보고 있다. 

김 사장은 직접 개발한 ‘치킨+샐러드+포테이토’ 세트메뉴로 16평(52㎡) 매장에서 일 120~170만 원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금은 SNS에서 맛 집으로 평가 받으며 20~30대 젊은 고객이 늘어 골목 자체가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번화가는 임대료가 터무니없이 비싸다. 고정비 지출이 많은 곳보다 골목 여기저기 찾아 군계일학이 되면 김연배 사장같은 성공을 기대할 수 있다. 조용하던 지역에 찾는 사람이 많아지니 주변 가게 매상들도 함께 올랐다.

올떡 용인신봉점
올떡 용인신봉점

 


군계일학 전략으로 투자 수익성 높이기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음식점·숙박업의 영업이익률은 전년 4.08%에서 2.18%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인건비, 식재료비의 가파른 인상으로 문을 닫는 식당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무엇보다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높은 임대료는 자영업자의 가장 큰 부담이다.

소위 유동인구가 많은 중심상권, 유흥상권은 들어가려면 수 천만 원의 권리금을 줘야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수익구조가 좋지 않은 탓에 아무리 팔아도 적자를 면하기 힘들다. 비록 안 좋은 상권에 위치했지만 손님이 모이는 ‘군계일학’ 매장의 성공 요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군계일학 매장의 가장 큰 장점은 투자 수익성이 높다는 것이다. 고정 투자비와 고정비를 줄이기 때문에 매출이 높지 않아도 상대적인 수익성이 높다. 

군계일학 매장 전략의 핵심은 ‘경쟁우위’이다. 인근 매장보다 월등한 경쟁력으로 고객만족도를 높여야 한다. 경쟁우위 요소는 디자인, 상품력, 서비스력, 가성비 정책 등 다양할 수 있다. 경쟁우위 요소가 많으면 많을수록  사업성은 좋아진다. 

주의할 점은 가성비나 새로움에만 의존하는 경우이다. 군계일학 점포는 상권력이 떨어지는 장소에 입점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매장 이미지가 진부화되면 시간이 흐를수록 매출이 떨어질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따라서 목은 좋지 않더라도 적정한 배후 인구를 가진 상권을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 

또 한정된 상권에서 지속적인 소비를 만들어내려면 신 메뉴의 도입이나 지속적인 이벤트, 친근한 단골 정책 등으로 동네에서 사랑받는 점포로 자리 잡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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