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관 경영이야기②]기업 생태계는 치열한 전쟁...'副 존중' 사회풍토 조성
[현명관 경영이야기②]기업 생태계는 치열한 전쟁...'副 존중' 사회풍토 조성
  •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
  • 승인 2018.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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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생·상생·동반성장···글로벌 경제전장에 없는 말
규제시스템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 전환 절실

흔히들 ‘경제는 심리’라고 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돌아보건대 1997년 외환위기에 의해 IMF 구제금융을 받기 전까지 한국경제는 활기찼습니다. 지나칠 정도로 의욕이 넘쳤습니다. 무모할 정도의 적극경영이었고, 지나칠 정도의 차입경영이었습니다. 누가, 어느 그룹이 신 사업 분야, 신 시장에 먼저 진출하여 선점하느냐, 어느 기업이 매출과 점유율 면에서 앞서고 있느냐 등 양적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따라서 투자 면에서도 과열양상을 띠고 있었고, 자연히 투자실패로 인한 경영부실도 많았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시기에는 세계 어느 나라 기업보다 과감하게 투자하는 도전경영을 하였습니다. 자신감과 도전정신, 즉 기업가정신으로 충만하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이런 의욕, 의지가 정반대로 쇠퇴(보기에 따라서는 합리적으로)했습니다. 대그룹은 망하지 않는다는 ‘대마불사’ 신화가 사라졌고, ‘현금 만이 최후의 보루’라는 교훈을 터득하였고, 주주중시 경영, 소액주주 보호, 현금흐름 중시 등으로 도전경영보다는 안전경영으로 경영 패러다임과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최근에는 대폭적인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근무제 시행, 분양원가 공개 등 투명경영 강화, 집단소송제 강화 등 제도적 변화와 더불어 공정거래 강화, 대기업에 대한 세무, 수사로 기업분위기가 위축되어 있습니다.

부정은 단호히 척결하여야 하고 부당한 갑질은 엄벌해야 하지만 경제가 어려울 때는 기업인의 ‘기’를 살려줘야 합니다. 글로벌 경제전쟁시대에 그 전쟁터에 나가서 싸우는 것은 공무원도, 정치인도 아니고, 바로 기업인이기 때문입니다. 싸움꾼, 즉 경제전사의 사기를 고취시키지 않고서는 전쟁에 이길 수 없습니다. 경제 상식입니다.

글로벌 경제전쟁터에는 ‘공생’, ‘상생’, ‘동반성장’이라는 용어가 없습니다(국내 기업정책, 산업정책 면에서는 필요한 요소이지만)오직 ‘밀림의 법칙’, 약육강식의 원리 만이 통용될 뿐입니다. 이 또한 경제 상식입니다.

여기서 우리의 고민이 생겨납니다. 글로벌 경제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그 전사인 기업의 의욕을 고취함과 동시에 그 경쟁력을 강화시켜주는 기업정책, 산업정책, 조세 및 재정정책등을 펼쳐야 하는데 실제 들여다보면 글로벌 경제전사의 대부분이 대기업 또는 중견기업이라는 점입니다. 결국 이러한 정책은 대기업, 중견기업의 경쟁력 강화정책으로 귀결되어 중소·영세 기업과의 격차가 더 벌어지는, 다시말해 양극화 현상이 더 심화되는 결과를 초래해 버리는게 아니냐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동안 오해해 온 것이 있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농업과 제조업, 수도권과 지방 등 소위 양극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강구함에 있어 어느 한쪽을 묶어놓고 다른 쪽, 즉 격차가 벌어진 약자를 지원하는 것이 격차 해소의 방법이라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정시 퇴근, 주 52시간 근무제

강한 쪽, 잘나가는 쪽을 묶어놓거나 밑으로 끌어내리는 것이 격차의 간격, 갭을 줄이는 길이라고 착각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사고방식은 잘못된 것입니다. 오히려 반대로 약한 쪽, 경쟁력이 떨어지는 쪽의 경쟁력을 강화시켜줌과 동시에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강한 쪽은 규제하거나 옥죄지 말고 그냥 놔둔다는 것입니다. 다만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있도록만 하면 됩니다. 예컨대 부당 스카우트, 부당 기술탈취 등 부당한 갑질만 못하도록 하면 되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 정당하고 보편적인 영업행위를 제한한다거나 글로벌 경영계에서 다 인정되는 경영활동을 제한하는 등의 규제는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양극화 해소, 경쟁력 격차 해소는 하향평준화가 아니라 상향평준화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그 나라 전체의 경쟁력이 유지, 발전되는 것입니다. 중소기업과 영세기업을 보호, 육성해서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대기업와 중견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정책, 앞에서 얘기한 하향평준화 방향의 정책은 잘못된 것이라는 것입니다.

규제를 과감히 혁파해야 한다는 얘기는 수없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역대 정부치고 규제혁파하겠다고 안 한 정부는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기업현장에서는 지금도 여전히 규제 때문에 기업 못해 먹겠다고 아우성입니다. 왜 그럴까요. 그 이유 중 하나는 규제는 먹이사슬이기 때문입니다. 경제상식입니다.

또 규제는 공무원 등 퍼블릭 섹터가 자기의 존재감을 스스로 느끼고 또 그것을 과시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이기 때문입니다. 규제혁파는 곧 자기희생과 자기혁파입니다. 이 역시 경제상식입니다.

그래서 어려운 것입니다. 규제혁파로 자기존재감이 상실되고, 자기의 먹이사슬이 풀어져버리는 그런 일을 자기 스스로 하라는 것이니 쉽게 될 리가 있겠습니까.

타율적이어야 합니다. 규제로 말미암아 가장 뼈저리게 아픔과 안타까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그 혁파의 주축이 되어야 합니다. 정부가 아닌 독립된 위윈회(국회나 대통령 직속)로 하여금 전권을 가지고 혁파 대상과 내용을 결정하게 함과 동시에 그에 따른 법률, 시행령 등의 개정 제안권 등 후속조치권을 갖게하되, 구성원은 지금까지의 규제 대상층이 주축이 되어야 합니다. 예들 들어, 기업의 투자관련 규제혁파에 대해서는 투자의사를 결정하는 기업계 인사들이 주축이 되어 혁파해야할 규제 분야, 구체적 혁파 방향과 내용, 방법 등을 논의, 결정하게 하는 것입니다. 물론 최종결정은 대통령, 입법사항의 경우는 국회가 하는 것입니다.

 규제시스템을 현재의 ‘포지티브 시스템’에서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하는 것이 기본방향입니다. “~을 할 수있다”에서 ‘~만은 할 수 없다’는 식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규제가 다 나쁜 것은 아닙니다. 필요한 측면도 있습니다. 환경, 건강, 위생, 안전, 소방 등 우리사회의 소프트한 생활기반, 기초라 할 수 있는 분야에서는 규제가 필요한 부분도 있습니다. 단 지나칠 정도의 과잉규제나 새로운 기술, 새로운 성장산업, 새로운 제품, 서비스 등이 이런 규제로 인하여 새싹이 자랄 수 없다든가, 글로벌 경쟁력이 취약해지는 결과를 낳을 우려는 없는지 비교평량하여 경쟁기업이나 국가에 뒤처지는 일이 없도록 세심한 체크가 필요합니다. 4차 산업혁명이라 할 이런 변혁기에는 특히 더욱 그러합니다.

기업의 비전과 미션은 각양각색입니다. 그러나 한가지 공통적인 것은 자기 기업이나 그룹의 지속발전이라고 직접적으로 표현한 것은 거의 없습니다. 국가와 인류공동체의 발전, 행복에 기여한다거나 세계 일류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함으로써 세계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거나 하는 유형이 많습니다(예; 삼성그룹의 비전과 미션)

그러나 이런 비전과 미션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그 기업과 그룹이 존립, 발전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지역특화발전특구에 대한 규제특례법 전부개정법률안 통과

기업이 존립, 성장, 발전하려면 어떻게해야 합니까. 무엇이 필요합니까.

기업의 생태계는 치열한 경쟁세계입니다. 경쟁에 지면 죽고 경쟁에 이기면 살아남는, 그런 생태계입니다. 경쟁에서 이기려면 경쟁력이 있어야 합니다. 기업이 성장발전하려면 경쟁력은 필수이며, 이런 의미에서 ‘경쟁력’은 기업경영의 알파요 오메가입니다. 경영 상식입니다.

24시간, 자나깨나 경영자의 머리를 떠나지 않는 단어가 ‘경쟁력’이며, 경영은 이 경쟁력과의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경쟁력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있겠습니까. 치열한 고민, 연구, 분석은 당연한 것이고 모든 것을 건,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도 있는 위험, 리스크를 감수하는 과감한 결단, 즉 투자없이는 불가능한 것입니다. 현대의 자동차, 삼성의 스마트폰과 반도체 등은 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들입니다.

치열한 고민, 끊임없는 연구와 자기인생을 건, 기업의 흥망을 건 과감한 결단과 막대한 투자에 의하여 얻어지는 경쟁력의 소산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존중해야 합니다. 폄하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자본주의는 이러한 정당한 부에 대한 존중을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우리사회는 어떻습니까. 과연 존중합니까. 반드시 그렇지 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선거 때, 공직자 재산신고 때, 또는 국회청문회 때 재산이 많으면 시빗거리가 되고 재산이 적으면 묵인 또는 칭송 대상이 되는 경향은 없습니까. 돈 많은게 죄가 되고 비난의 소지가 되는 것을 자본주의를 기본가치로 하는 나라에서 어떻게 봐야하는지. 이윤, 즉 부를 창출하고 축적해 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대기업으로 성장, 발전시키려는 동기, 이러한 성취동기와 국가경제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자부심과 보람이 없으면 왜 이런 고생을 합니까. 이병철 회장은 “기업이 적자를 내는 것은 국가와 국민에게 죄악이다”라고 간파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정당한 기업이윤, ‘부’를 존중하는 사회풍토가 조성되었을 때 기업하는 사람들은 신명나서 글로벌전쟁터에서 열심히 싸웁니다. 사기가 충만해져 모든 것을 겁니다. 지금 현재 우리나라 기업인들의 사기는 과연 충만한가요. 아니라면 이런 사회풍토부터 고쳐 나가야 합니다.

우리나라 기업계에는 피터팬증후군이 있다고 합니다. 기업규모를 키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기업규모가 커서 이로울게 하나도 없고 오히려 누진세율로 말미암아 세금이 더 많아지고 새로운 규제(출자총액제한 등)가 더 생겨 경영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개인이든 법인이든 경영을 잘해서 기업규모를 키우고 그런게 박수받고 존경대상이 될 때 열심히 하고 새로운 도전목표를 설정해 도약하고자 꿈을 꾸게 되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포춘’지 500대 기업에 우리나라 기업이 몇 개 있는지, 증가했는지 관심을 가지는 것입니다.

축소지향 사회, 하향평준화 사회나 국가는 퇴조의 길을 걸어 온 것이 역사의 가르침입니다.

◇현명관 프로필

 

▲1941년 제주특별자치도 남제주

▲서울고-서울대 법학-게이오기주쿠대학 경제학 석사-제주대학 경영학 명예박사

▲제4회 행정고시 합격

▲제34대 한국마사회 회장, 한국야구발전연구원 명예원장, 삼성물산 회장, 제주국제자유도시추진위원회 위원,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삼성라이온즈야구단 구단주, 삼성 일본담당 회장, 삼성의료재단 이사장,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 한일경제협회 부회장, 삼성그룹 비서실장, 삼성건설 대표이사 사장, 삼성시계 대표이사 사장, 호텔신라 대표이사 부사장, 감사원 부감사관

현명관 mkhyun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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