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자료 제출' 공정위 고발도 추가
'세금탈루ㆍ횡령·배임 의혹'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0일 검찰 조사에 출석했다. 검찰 조사는 지난 6월28일 이후 약 석달 만이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일)는 조 회장을 오전 9시30분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횡령, 배임 의혹 등을 조사하고 있다.
조 회장은 조사가 예정된 9시30분보다 5분 일찍 도착했다. 굳은 표정으로 포토라인에 섰다.
조 회장은 '공정거래위원회에 허위 자료를 제출한 혐의를 인정하는지', '수사기관에 여러번 출석하는데 회장직에서 물러날 것인지' 등의 질문에 "성실히 조사받겠다"고 답했다. 이전 포토라인에 섰던 조현아ㆍ조현민(딸)ㆍ이명희(부인)과 비슷한 답변을 했다.
조 회장도 6월28일 남부지검을 시작으로 수사기관과 법원의 포토라인에 총 4차례 섰다. 매번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는 취지의 말만 반복했다.
직원들의 경영 퇴진 요구에 대해서도 일절 함구했다. 땅콩회항ㆍ물컵갑질 때에도 사과는 했지만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지난 8월 참여연대와 조종사 노조, 인하대정상대책위 등은 국민연금을 통해 조양호 회장 부자 퇴진 주주권행사를 요구한다. 조 회장 일가의 부도덕성이 기업과 대학의 신뢰를 추락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조회장의 검찰 출석은 초라했다. 4대기업 총수를 비롯해 대부분 경영진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3차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방북한 상태이다. 대통령의 특사단에 끼지도 못한 채 검찰 수사를 받고 있기 때문.
조 회장과 검찰 수사의 인연은 올초 시작됐다. 차녀 조현민이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물컵을 던진 것이 발단이 됐다. 물컵 갑질은 일파만파 번졌다. 여기다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이 공사장에서 직원들에게 갑질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사태는 확산됐다. 이후 장녀 조현아의 필리핀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이 문제가 됐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런 저런 문제가 불거졌다.
마침내 남부지검은 지난 4월30일 서울지방국세청으로부터 조 회장의 조세포탈 혐의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하면서 조 회장이 포토라인에 서게 됐다.
이후 수사의 단초가 됐던 상속세 탈루 의혹은 공소시효와 관련한 법리판단이 복잡하다는 이유로 검찰이 지난 7월2일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때 영장 범죄사실에서 제외됐다.
검찰은 대한항공 기내 면세품을 납품하는 과정에서 조 회장이 아들과 딸 등 일가가 운영하는 중개업체를 내세워 통행세를 걷는 방식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와 개인 변호사 비용을 회삿돈으로 처리한 혐의(횡령)등을 적용했다.
조회장은 또 재벌 총수로선 이례적으로 약사와 이면 계약을 맺고 인천 중구 인하대병원 인근의 한 대형약국을 차명으로 운영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챙긴 혐의도 받았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사기, 약사법 위반,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은 7월6일 새벽 기각됐다.
보강수사를 진행해온 검찰은 횡령 혐의와 관련한 새로운 범죄사실 정황을 포착했다. 또 지난달 공정위가 조 회장을 고발한 부분을 면밀하게 들여다볼 방침이다.
공정위는 한진그룹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 지정을 위해 공정위에 제출한 자료에서 총수일가가 소유한 4개 회사와 62명의 친족 정보를 누락한 행위에 대해 조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는 태일통상, 태일캐터링, 청원냉장, 세계혼재항공화물 등 4개 회사 지분의 60~100%를 조 회장과 가족들이 보유했다고 보고 해당 회사들을 위장계열사로 판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