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은회장, 중소기업에 ‘이자놀이’ 논란
이동걸 산은회장, 중소기업에 ‘이자놀이’ 논란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8.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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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文 정부 출범 후에도 중기 정책자금 받아 중간에서 ‘꿀꺽’
벼르는 정무위 야당의원들... '험난한 국감' 예고
이동걸 KDB 산업은행 회장
이동걸 KDB 산업은행 회장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한국은행으로부터 받은 중소기업 정책자금으로 돈놀이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도 1년 가까이 이를 지속한 것으로 나타나 이동걸 산업은행장의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자놀이 한 산업은행
감사원이 18일 공개한 ‘한국은행 기관운영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자 등에게 빌려주는 연이율 0.5~0.75%의 중개대출 자금을 받으면서 인하된 금리를 적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통해 산업은행은 2014년 9월부터 올해 3월 말까지 140억원의 부당한 이자 차액을 받았다는 것.

감사원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총 25조원 한도의 중개대출 자금을 모두 6개 은행에게 지원했다. 유독 산업은행만 중소기업 대출의 금리는 낮추지 않고 중개대출 지원 자금만 과다 수령해 이자놀이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산업은행은 1857건 총 3조2068억 원(2017년 10월 기준)의 설비투자 프로그램 지원대상 대출가운데 85건 총 1905억 원의 대출에만 중개대출 금리인하를 적용했다. 나머지 1772건 3조163억 원(94.1%)의 대출은 일반대출로 취급해 금리를 인하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은행에 ‘중개대출 취급실적’을 보고하면서 일반대출을 중소기업 대출로 위장했다. 사실상 거짓으로 보고한 것이다. 이를 통해 산업은행은 2014년 11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연평균 5144억 원, 최대 7200억 원의 중개대출 자금을 과다 수령하고, 은행 자금조달 비용 차익으로 140.5억 원의 이익을 얻었다. 반면, 산업은행으로부터 시설자금 대출을 받은 중소기업들은 같은 금액만큼의 이자를 더 물었다. 중개대출과 일반대출의 금리 차이는 최대 1.17%였다.

감사원은 대출 취급실적을 사실과 다르게 보고해 대출자금을 과다하게 수령한 산업은행에게 6428억 원과 이자 차액 140억5천만 원을 한국은행에 반납토록 통보했다. 아울러 해당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산업은행 부장1명과 팀장 2명을 정직 등의 징계 처분에 처하도록 했다.

또한 감사원은 이러한 산업은행의 중개대출 관련 금리인하 현황을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은 채 중개자금 대출을 지원한 한국은행에 대해서도 주의를 주었다. 감사원은 “한은이 감사원 감사기간 중 해당 사실을 알게됐고 산은의 중개대출 관련 금리인하 미적용 현황에 대해 정적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며 “별도의 지적 사항이 없어 부당지원을 받은 것이 아니라는 산은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답했다. 

산업은행 ‘모럴해저드’ 역사
산업은행이 중소기업에 부당한 이자수익을 올리는 동안, 산업은행의 직원 보수는 꾸준히 늘어났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ALIO)에 따르면, 산업은행의 정규직 직원 평균 보수는 2014년 9152만원에서 2015년 9639만원, 2016년에는 9595만원으로 약간 감소했으나 2017년에는 1억178만원으로 대폭 올랐다. 신입사원 초임도 2014년 4353만원에서 2015년 4723만원, 2016년에는 4670만원으로 줄었으나 2017년 4861만원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중소기업 등쳐서 성과급 잔치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산업은행과 관련된 이러한 ‘모럴해저드’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6년 감사원은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의 천문학적 부실을 사실상 눈감아왔다고 지적했다.

이후 대우조선해양이 5조원대 분식회계를 숨기고 있었던 사실이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나면서 산업은행의 책임론이 불거졌다. 결국 대우조선해양은 혈세 먹는 '블랙홀'로 전락했다. 2015년 정부에서 4조2000억원을 지원받았고 2016년에도 공적자금 7조원을 수혈 받았다. 이 과정에서 산업은행 출신의 대우조선해양 CFO 등은 부실한 통제로 이런 방만 경영을 부추겼다.

지난 2월에는 대우건설 인수를 검토하던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의 지난해 4분기 3천억 원 이상의 잠재 부실 때문에 인수를 포기했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은 매각 과정에서는 부실 발생 사실을 몰랐고 대우건설이 실적을 발표하기 전날에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부실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은 관리능력의 한계를 보여준다. 이 밖에도 대우건설은 몇 해 전 수천억 원의 손실을 과소 계상해 과징금 20억원을 부과받았고 분기 보고서에 대해 회계법인으로부터 ‘의견거절’을 당하기도 했다.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이나 대우건설을 정상적으로 관리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산업은행의 관리능력에 한계가 있다고 스스로 인정한 것들”이라며 “출자회사가 엉망이 되더라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2018년 국정감사를 20여일 앞두고 터진 이번 일로 인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거센 질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무위 소속 한 야당 의원실 보좌관은 “당연히 산은의 방만한 경영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험난한 국감을 예고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산업은행 관계자는 “(국감에 대해서는) 아직 질문을 받지 못해 답을 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한국산업은행법’ 제1조에서 ‘금융산업 및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설립 취지를 밝히고 있다. 과연 현재의 산업은행이 이러한 설립 목적에 걸맞은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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