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SDI 노조 파괴 극비 문건 125매 ‘최초 공개’
[단독] 삼성SDI 노조 파괴 극비 문건 125매 ‘최초 공개’
  • 오혁진 기자
  • 승인 2018.08.3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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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노조 성향 직원들 '개인성향·사생활·대응방안' 명시
‘NJ·MJ·HT’ 등 약칭 정해 비밀리에 문건 작성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노조를 인정할 수 없다”. 故 이병철 창업주의 어록 이다. 무노조 신화는 이건희·이재용 시대로 이어졌다. 사실 삼성의 노조설립은 수십 차례 있었다. 그때마다 무산됐다. 노조 설립을 시도했던 직원들은 삼성에 회유되거나 ‘삼성 권력’에 대항하다 목숨을 잃기도 했다. 철옹성이던 삼성의 무노조 신화가 정치권력 박근혜의 탄핵과 함께 무너지고 있다. 삼성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를 위해 작성한 노조파괴문건이 검찰에 의해 발견됐다. 본지는 2014년 MB정부 시절 검찰에 제출됐다가 무혐의 처리되면서 사라졌던 ‘삼성SDI노조파괴문건’125매를 입수하여 단독 보도한다. ‘삼성SDI문건’이 검찰 내에서 사라졌던 만큼 검찰의 적폐 청산 차원에서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에서 재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한 남자가 어두운 밤길을 걸어가고 있다. 골목길에 접어들었다. 가로등도 졸고 있다. 남자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검은 그림자가 있다. 그는 수첩을 꺼내 뭔가를 적는다. “김00, 밤 11시 24분 귀가”

삼성이 노조원 A씨를 미행하고 보고하는 것을 시나리오처럼 구성해 본 것이다. 실제 삼성 내부에서는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2018년 8월 한통의 전화를 받는다. 전직 삼성SDI 직원이던 A씨다. 그는 본지에 게재된 ‘삼성화재, 밀실감사’기사를 보고 연락을 취했다고 밝혔다. 강남 모처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그 동안 비밀리에 보관해 왔던 A4용지 125매나 되는 ‘삼성SDI 노조파괴’문건을 내놨다. 삼성은 조직적으로 노조원을 사찰하고 파괴한 사실이 드러났다. 

문건의 작성 시기는 지난 2001년부터 2007년까지이다.  삼성SDI의 인사 담당자들이 작성했다. 본지는 시기가 오래된 만큼 보도의 가치에 대해 토의를 했고, 삼성이 바로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보도를 결정했다. 

국정원급 정보력 이용 사찰

삼성의 정보력은 국정원을 능가한다. 에스원(세콤)·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증권 등을 토대로 얻어진 정보를 빅 데이터를 활용하면 국가 정보를 능가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과거 이맹희·이건희 형제의 재산분쟁 과정에서 삼성은 CJ그룹 이재현 회장을 미행하던 사실이 발각되면서 사찰과 미행 능력은 알려진바 있다. 이 같은 사찰과 미행은 노조파괴에도 활용됐다는 사실이 다수 노조원들의 증언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본지가 입수한 문건에는 노조원에 대한 사찰과 미행이 깨알처럼 적혀 있었다. '부산 NJ 설립 움직임 상황', ‘부산사업장 SM 인력현황’, '사업장 전체 MJ 인물 현황', '퇴직자 문제 인력 사진', '모임 관련 동향', ‘사내, 외 유인물 관련자 조사활동 결과보고’ 등의 제목으로 말이다.  

노조 설립 활동과 관련해 관심 사원을 'KS', 문제인물을 'MJ', 노동조합을 'NJ', 희망퇴직을'HT'로 약칭했다. 특히 희망퇴직 시 문제인력을 해소할 수 있는지 여부를 표로 정리해 구분하기도 했다.  

관심 사원들 중엔 '전향 불가' 인물과 '전향 가능' 인물을 나눠 조직적으로 관리하기도 했다. 삼성이 노조를 만들려한 직원들을 미행한 정황도 포착됐다. 2007년 작성된 '6/23(토) 모임 관련 상황 일지'라는 제목의 문건을 보면, 한 음식점에서 열린 직원 모임의 참석 명단은 물론 시간대별 상황, 참석자들의 승용차 차량 번호까지 기재됐다. 같은 해 작성된 ‘7/26(목) 모임 관련 상황 일지’에는 참석자들이 어떤 식당을 들렸고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까지 적혀있다. 

A씨는 “삼성이 당시 우릴 미행을 하지 않았더라면 작성 자체가 불가능한 문건”이라고 주장했다. 

노조 유인물 배포자 사생활 조사

2001년 12월 20일 작성된 '사내외 유인물 관련자 조사활동 결과보고'라는 문건엔 희망퇴직 및 노조 설립과 관련한 유인물을 뿌린 직원들의 명단과 가족관계, 최종 학력, 부채 및 대인관계 등 사생활까지 구체적으로 담겼다.  

삼성은 이들을 압박하기 위해 '격리조'와 '설득조'로 나눠 비상연락망을 공유했다. '유인물 핵심 인력 격리시 단계별 행동요령'이라는 지침을 통해 구체적으로 대응 방법을 명시하기도 했다.  

이 문건의 ‘유인물 핵심인력 격리시 단계별 ’행동 요령'엔 △사외에서 면담을 하자며 책임자 외 간부 1명과 동행하여 사외 이동 △책임간부 차량이 미팅 장소에 도착시 대기하던 격리조 2명 강제 탑승 동행 △격리조 책임간부 차량 동승 시 핵심 인물 뒷자석 중앙에 위치, 본인 양쪽 탑승 △이동 중 핵심인물 통신 수단 철저한 차단 및 강한 관리 할 것 △가급적 이동 중 휴게실 휴식은 자제할 것 등의 내용이 적혀있다.

문건의 '핵심 인물 면담 시 면담 요령‘ 항목에는 △면담 전 핵심인물에게 부서장으로서 사외에서 면답을하는 것이라고 할 것 △인물 관련하여 자신이 행동한 부분, 정보 내용에 대해 모두 실토 유도 △격리조는 최대한 인근 포스트에 대기하면서 분위기를 살피고 24HR 감시할 것 △면담과정에서 스스로 도움을 준다면 H/T금지급 약속, 그렇지 않을 시 해고 등의 내용이 담겼다. 

’책임부서장 면담시 반드시 알아내야 할 과제‘라는 항목에는 △유인물 관련 외부 연계된 인물 및 교육을 받은 사실 추궁 후 확보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 고발을 하겠다고 강조하면서 압박수단 활용 등의 내용이 담겼다. 

기타사항에는 △격리조별 활동비를 사전 지급할 것 △각 조별 무전기 2대를 지급할 것 △녹음기를 사전 2대 확보하여 지급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A씨는 “당시 너무나도 무서웠고 삼성의 말을 듣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퇴직자 미행에 대외적 대비까지

삼성은 퇴직자들까지 지속적으로 미행한 것으로 보인다. 2002년 7월 12일 작성된 ‘퇴직자 모임활동에 대한 코디활동 현황’문건에는 핵심 주동자 퇴직자 모임활동 배경, 모임 주동자들이 퇴직자에게 유혹하는 주요내용, 퇴직자 모임에 대한 대응방안 등이 나와있다. 

특히 코디활동을 통한 모임 미참석 약속인력 현황 등의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미뤄 회사차원에서 퇴직자들과의 교류를 막기 위한 회유가 있었음을 간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2002년 6월 작성된 ‘내사람 만들기 활동 실적 및 계획 현황’ 문건에서는 문제인력에 대한 조직적인 관리가 이뤄지고 있었음을 살펴볼 수 있다. 

‘내사람 만들기’는 역대 노사 인물, 비공식 7인회 잔류 인물, 신노사 문화에 부정적 인물 등 경쟁력 없는 인력 가운데 핵심적으로 사업장 경쟁력에 걸림돌 작용을 할 수 있는 인물들을 사전에 전향하도록 노력하고, 동시에 전향이 불가한 인력에 대해서는 내사람 만들기 활동으로 사전조치해 사업장 노사안정을 통한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사업장으로 변화시키기 위함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내사람 만들기’를 위해 사측은 핵심인물의 소속과 개인성향을 정리해놓았다. 또한 이들의 1차코디와 책임코디도 배정해 체계적으로 관리해 왔음을 문건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2002년 6월 부산사업장 경영지원 부서에서 작성한 ‘부산사업장 노사현황 문건’에는 노사협의회의 운영현황과 함께 노무담당자 현황, 사업장 분위기, 대외노사 환경, 사업장관련 집회 현황, 문제인력 해소 추진 현황이 정리돼 있다. 

문제는 노조를 지지하는 정당의 후보가 선거에서 당선될 경우도 대비하고 있었다. 이 문건에는 당시 민주노동당 송철호 후보가 당선될 경우 사측은 문제점으로 “송 후보의 공약사항 중 ‘비정규직 NJ(노조)설립 적극지원’이라는 공약이 실천될 때 협력사의 NJ(노조)설립 움직임이 가시화될 돼 부산사업장의 노동조합 설립을 강력하게 시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때문에 문제 노동인물들의 입지 강화로 합법적이고 체계적인 노동활동에 의한 노동 인물들의 세력강화 및 조직화에 따른 건전한 근로의욕을 저해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어 경영활동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삼성은 이에 대응방안으로 노동조합 설립에 따른 피해사례를 전 사원에게 강도있게 교육을 실시하고, 사원모두가 정신적으로 강하고 새롭게 무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대외MJ인물의 대응방안에서는 송 후보의 선거운동원이자 사원대상으로 선거활동을 활발히 하는 김모씨가 향후 회사를 상대한 투쟁을 벌일 경우 본인은 물론 가족에게도 상당한 피해와 타격을 입는다는 사실을 공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나와있다. 

정모씨의 경우 지노위, 중노위 판결에 패소함에 따라 행정소송 및 민사소송을 준비 중에 있기는 하나 내심 회사와의 합의를 기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회사를 비방하는 돌충행동은 하고 있기 않고 있다. 정 씨의 아내가 강력하게 회사와의 싸움을 만류하고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설득 및 대화를 통해 직장에 취업토록 유도해야한다고 나와있다. 

A씨는 “삼성자본의 무노조 경영을 위해 자행한 반노동 반사회적인 불법적인 노동자 사찰문건”이라며 “삼성SDI에서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스스로 보고용으로 작성한 인권유린, 사생활 침해에 대한 명백한 범죄 문건이다”고 비난했다. 

삼성이 바로서야 대한민국이 산다

현재 삼성은 일제  대의 기업 구조를 가지고 있다. 삼성이 일제 때 창립했고, 일본식 공부를 했던 창업주 이병철회장의 영향 때문일 것이다. 사찰·미행 등도 일제 순사들이 하는 행위였다. 이 같은 삼성의 구조가 새로운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 세계가 소프트웨어가 대세인데 반도체 등 하드웨어적인 사고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안드로이드, 퀄컴의 CDMA등을 선점할 수 있던 기회가 있었는데 불구하고 놓쳤던 것이 바로 그런 예라는 것이다. 삼성이 ‘세개의 별(이병철·이건희·이재용)이 아닌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기업 투명성이 제고돼야 한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면 자연스럽게 노조와의 관계도 개선될 것이다.

A씨는 “삼성이 미워서 욕하는 것은 아니다. 바뀌어야 한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투명해지고 맑아지고 있다. 현재 삼성에 문제는 경영권 승계를 노리는 이재용에 문제다. 삼성x파일, 에버랜드전환사채 발행을 비롯해 최근 삼성물산과 제일모집 합병 등 모든 게 이재용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노조원들도 사람답게 사는 삼성을 만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본지는 삼성SDI 측에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하여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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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겨울찻집 2018-09-05 00:29:41
삼성 또 ~ ~
갈수록 피해자는 늘어나는데,

이재용 제품 안쓰렵니다
너무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