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낙뢰 사태, 조양호 회장 안전불감증이 불러온 '인재'
대한항공 낙뢰 사태, 조양호 회장 안전불감증이 불러온 '인재'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8.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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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경보에도 작업하던 대한항공·자회사 직원, 낙뢰맞고 응급실 행
노동자 안전 ‘나몰라라’... 기내 소독제로 응급실행도 여러 차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김포공항에서 근무하는 대한항공과 자회사 한국공항 근로자 3명이 낙뢰를 맞고 응급실에 후송됐다. 뇌전경보가 내린 가운데 강행된 작업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다. 지난해 소독제로 근로자들이 응급실에 실려 간 사고에 이어 대한항공의 안전불감증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뇌전경보에도 작업 강행
지난 28일 저녁 김포공항 울산행 KE1615편 인근에서 작업하던 대한항공 정비사 A씨와 한국공항 램프여객 조업자 B·C씨가 낙뢰를 맞고 감전돼 이대 목동병원 응급실로 긴급 후송됐다. 이들은 사고재해 직후 의식을 차리지 못하거나 심한 구토두통 증세를 보였다.

목격자 등에 따르면 B씨가 견인차로 항공기를 뒤로 미는 ‘푸시백’ 작업 중 비행기에 연결된 인터폰으로 기장과 통화를 하다 사고가 난 것으로 전해졌다. 비행기에 떨어진 낙뢰가 인터폰을 통해 흘렀고 폭우로 인해 바닥에 고인 물을 통해 전류가 흐른 것으로 추측된다. 사고 당시 A·C씨는 비행기 바로 옆에 있었다. 다행히 이들은 이날 밤 퇴원했다.

문제는 사고 당일 김포공항엔 기상청의 뇌전경보가 오후부터 밤 10시까지 발령된 상태였는데도, 부상당한 이들을 포함해 직원 상당수가 이를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고 후 한국공항은 ‘지점장이 저녁 7시에 조업중지 지시를 내렸다’고 해명했지만, 직원들은 이 지시를 듣지 못하고 밤까지 작업을 계속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항공사 한국공항의 폭우 관련 안전 지침도 유명무실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뇌우 발생 위험시 항공기로부터 멀리 떨어져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근로자들은 “폭우·폭염·폭설 때도 작업 중지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국공항 노동자들은 번개를 동반한 폭우 시 항상 감전사고를 우려한다고 말한다. 작업중지를 결정할 권한이 사실상 관제탑에만 있어, 비행기가 몰리면 어쩔 수없이 작업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공공운수노조 민주한국공항지부는 한 달 전부터 서울지방항공청 및 한국공항 측에 비행기 견인 차량인 ‘토잉카’의 천장 설치와 안전화·절연화 구비를 두 차례 건의했으나 아직까지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번개맞는 비행기(출처 : https://incompetech.com/music/royalty-free/index.html?isrc=USUAN1200053)
번개맞는 비행기(출처 : https://incompetech.com/)

 

근로자 안전 소홀한 대한항공
대한항공과 한국공항의 근로자 안전사고는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 7월 10일, 대한항공 비행기를 청소하는 하청 용역회사인 ‘EK맨파워’ 청소 근로자 6명이 기내 소독 후 환기가 안 된 상태의 비행기 청소를 위해 들어간 지 5분 만에 모두 쓰러져 응급실 진료를 받았다. 이들 중 2명은 2주간, 2명은 4일간 출근하지 못했다.

이런 사고는 7월 이전과 이후에도 계속 반복됐으나 하청 노동자들은 회사로부터는 “몸이 약하다”라는 핀잔을 들어야 했다.

대한항공은 자회사인 한국공항에 비행기 지상조업을 맡겼다. 한국공항은 EK맨파워에 지상조업 중 비행기 청소를, 기화소독은 방역업체 그린온에 맡겼다. 이런 복잡한 작업구조 때문에 안전 관련 의사 소통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사업주에게 노동자가 사용하는 물질에 대한 위험성과 응급처치방법, 사용 시 주의사항에 대해 알려줄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항공, 한국공항, 그린온, EK맨파워 4개사 중 아무도 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이들은 사고 6개월이 넘도록 고용노동부에 산재 보고를 하지 않았다.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4조(산업재해 발생보고)에 따라 사업주는 산업재해로 사망자가 발생하거나 3일 이상의 휴업이 필요한 부상을 입거나 질병에 걸린 사람이 발생하면 한 달 안에 노동부에 보고해야 한다.

결국 전국공공운수노조 한국공항비정규지부(EK맨파워 노동조합)는 이 사고를 포함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대한 고발장을 지난 1월 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 제출했다.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공공운수노조는 산재를 은폐한 EK맨파워뿐 아니라, 살충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한국공항과 대한항공도 법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용역업체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해당 용역업체에게 안전교육에 대해 주의를 당부했다’ 식의 책임회피와 의무를 방기하는 대한항공을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항공 측은 “기화소독 관련 매뉴얼 내용이 그동안 현장 작업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며 “재발방지를 위해 기화소독 관련 정보 안내표지판을 설치하고 관련 교육도 실시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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