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vs재계 금융계열사...고비는 '보험업계'
금융당국vs재계 금융계열사...고비는 '보험업계'
  • 오혁진 기자
  • 승인 2018.0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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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헌 금감원장 "해야 할 일 하는 것...압박아닌 점검"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한국증권신문 정치사회부-오혁진 기자] 금융당국이 재계 금융계열사 압박에 나섰다. 대기업 금융계열사들에 대한 현장점검을 시작한 것.

27일 금융감독원은 롯데그룹을 상대로 첫 통합감독 준비 점검에 나섰다. 금감원은 11월까지 삼성과 현대자동차 등 주요 그룹 소속 금융사를 대상으로 강도 높은 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금감원 금융그룹감독실은 팀장 등 검사 인력을 서울 중구 롯데카드 본사에 파견했다. 롯데카드는 본사 5층에 현장점검을 위한 수검장을 설치했다. 

롯데 금융그룹은 롯데지주와 호텔롯데 아래 롯데카드, 롯데손해보험, 롯데캐피탈 등의 금융계열사로 구성돼 있다. 

앞서 대표회사인 롯데카드는 현장점검에 대비해 금융그룹위험관리기구를 설치하고 소속 최고위험관리책임자(CRO)로 구성된 금융그룹위험관리협의회를 구성했다. 

금감원은 지난달부터 시범 적용된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에 따라 하반기 현장점검을 예고한 바 있다.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는 금융자산 5조원 이상의 복합금융그룹의 위험을 통합 감독하는 제도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이날 “일단 오늘부터 (현장점검) 일정이 잡혀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의 현장 점검은 이날부터 일주일간 이어질 예정이다. 

특히 금감원은 롯데카드 측에 구체적인 점검내용과 현장 인원, 감독 강도 등에 대해 통보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관련 업계에선 금감원이 롯데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기업들에 대한 고강도 조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현장 점검은 금융 계열사를 소유한 그룹에 대한 통합감독 준비 상황 점검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롯데카드의 이번 현장 점검은 잘잘못을 따지기 위한 문책성 점검이 아닌 단순 점검으로 보일 수 있으나 금융계열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이날 롯데를 시작으로 다음 달 현대차그룹과 DB, 10월 삼성과 한화, 교보, 11월 미래에셋 등에 점검을 예고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을 소유하고 있고, 삼성은 삼성생명을 갖고 있다. 

이번 점검에서는 금융계열사가 비금융계열사의 부실을 떠안는 ‘전이 위험’을 중점적으로 평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서 그룹별 내부거래 상황과 위험관리 체계, 소유와 지배구조 현황 등을 중점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 특히, 금감원과 삼성생명이 ‘즉시연금 미지급금’ 문제로 껄끄러운 상황에서 업계 역시 이번 현장 점검 결과가 어떻게 마무리될지 주목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금융계열사를 동원한 계열사 지원이 동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지난 4월 자금 조달에 나선 삼성중공업을 지원하기 위해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한 삼성생명은 391억원을 출자했다. 

삼성생명은 보험사가 계열사 주식을 시장가치 기준 보유자산의 3%까지만 보유토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과 관련 삼성전자 주식 처분 압박을 받고 있어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의 대표적인 타깃으로 거론돼 왔다. 

우호적 관계의 그룹간 교차출자로 자본 과다계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사례로는 미래에셋 금융그룹의 대표회사 미래에셋대우가 지목됐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6월 국내 최대 포털업체인 네이버와 각 5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맞교환한 바 있다. 

현대차 금융그룹의 대표회사인 현대캐피탈은 내부거래 의존도가 높아 계열사의 실적 악화가 금융계열사의 건전성 악화로 이어지는 사례로 분류됐다. 현대캐피탈은 지난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 등으로 현대차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보험업계에서는 오는 10월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3대 대형 생보사에 대한 점검이 금감원에게 고비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과 한화생명이 즉시연금 일괄 지급 문제를 놓고 금감원과 갈등을 겪고 있기 때문. 

실제 윤석헌 금감원장은 이달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종합검사 등 다른 목적의 검사를 활용한 우회 압박 가능성을 시사했다. 

윤 원장은 “오해 받을 일은 안 해야 하지만 삼성생명도 한화생명도 우리의 검사업무와 관련된 업무가 굉장히 많다”며 “다른 일로 검사를 나갈 일이 반드시 있을 텐데 그것까지 피하는 건 앞뒤가 안 맞고 조심해야 하지만 할 일은 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만기환급(상속만기)형 즉시연금 가입자들에게 과소 지급한 연금을 일괄 지급하라는 금감원의 권고를 거부했다. 

삼성생명은 지난달 26일 이사회에서 상품 가입설계서상의 최저보증이율 적용 시 예시 금액과의 차액만 일부 지급키로 했다. 금감원이 일괄 지급을 요구한 전체 미지금금 4300억원(5만5000건) 중 71억원(2만2700건)을 이달 24일에 이어 27일 지급한다. 

한화생명은 이달 9일 즉시연금 가입자에게 과소 지급한 즉시연금을 지급하라는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분쟁조정 결정에 대한 불수용 의견서를 금감원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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