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하고, 연약한' 배우 강진휘 "소통, 열정 그리고 배우"
'깨끗하고, 연약한' 배우 강진휘 "소통, 열정 그리고 배우"
  • 조나단
  • 승인 2018.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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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빛이 강렬했던 배우 강진휘를 만났다.
▲ 배우 강진휘

배우는 무대 위에서 살고 무대 위에서 죽는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지금 대학로 선 단순하게 무대에 올라가는 걸로 먹고살긴 힘들다. 잠깐 무대 위를 떠나 일을 하다 무대 위로 복귀한 배우가 있다. 연극 '깨끗하고, 연약한'을 극작, 연출한 배우 겸 무술감독 이국호 연출이 선택한 그는 바로 배우 강진휘다. 잠깐 무대를 떠나기도 했지만 공연계에 20여년간 자리잡고 있는 강진휘는 이번 공연을 하자는 전화를 받고 고민도 하지 않고 수락했다고 말했다. 많은 운동을 해왔지만, 복싱을 해본적이 없어 재밌을 것 같았다며 환하게 웃던 배우 강진휘와 그가 생각하는 공연예술계를 알아보았다.

- 연극 '깨끗하고 연약한'에서 맡은 배역에 대해 소개하자면

▲ 주인공의 친구 역할인 '관장' 역을 맡았다. 주인공과는 고등학교 때 우연치 않게 시합에 나가서 만난 친구로, 라이벌 관계로 시작해 나이를 먹어가면서 주인공과 라이벌 관계를 떠나서 친구이자 동경, 존경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인물이다. 관장에게 있어 주인공은 그냥 옆에서 있어만 줘도 고마운 친구가 된다. 뭘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항상 옆에서 바라보고 도와주는 그런 사람인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그냥 상남자 같은 내색을 않아도 묵묵히 받쳐주는 친구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연기하고 있다.
  
- 언제나 옆에서 힘이 되는 그런 친구인가 보다.
  
▲ 맞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공연을 많이 봐줬으면 좋겠다. 공연을 보고 힘을 얻고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냥 우리 일상에서 벌어질 수 있는 어떤 소소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어떻게 보면 사람들 모두 다 깨끗하고, 연약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 모두 살아오는 환경이 달라서 그 환경 때문에 변했을 뿐이지, 태어날 때부터 나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 부분에서 누구나 다 보고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작품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연극 '깨끗하고 연약한'의 한 장면
연극 '깨끗하고 연약한'의 한 장면

  
- 이번 작품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 사실 어느 날 갑자기 전화가 왔다. 이국호 연출가님이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을 하더라. "그냥 나랑 하자" 그래서 그냥 하게 됐다. 근데 이번 작품을 선택한 가장 이유 중에는 평소에 운동을 정말 좋아해서 작품을 하는 김에 운동도 배워보자 해서 선택한 것도 어느 정도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그것 때문에 한 걸 이국호 연출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니 복싱이 쉬운 것 같으면서도 되게 어려웠다. 그래서 운동을 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왜 이걸 한다고 했지?" (웃음)
  

 


- 많이 힘들었나 보다.
  
▲ 체력 소모가 장난이 아니다. 너무 땀을 많이 흘려서 옷을 몇 번 갈아입었는지 모르겠다. 진짜 30분 운동을 하는데 속옷까지 다 젖는다. 처음 복싱을 배울 때 관장이 링 위에 올렸다. 링 위에서 3분이라는 시간이 그렇게 긴 줄 처음 알았다. 1분도 못 버텼다. 그동안 운동을 해온 게 있어서 잘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링 위에 올라가서 2분 뒤에 K.O. 당했다. 헛구역질이 올라오더라. 관장이 날 보고 예전에는 13라운드까지 있었다고 말하더라, 그래서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링 밖에서 볼 때는 쉬워 보이는데 막상 위에 올라가면 장난이 아니다. 체력 소모도 그렇고 지구력과 정신력과 이게 되게 다른 것 같다. 보이는 것과는 확실히 다르다. 그래서 공연 연습할 때도 타이슨이나 다른 선수들 영상을 많이 봤다. 누군가가 타이슨 주먹 한 대 맞으면 죽는다는 말을 했는데, 그땐 그 정도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아니다. 정말인 것 같더라, 보이지가 않았다.
  
- 링 위에 혼자 올라가서 그런 걸까
  
▲ 그럴 수도 있다. 이게 하고 보니까 참 외로운 직업이더라. 배우도 혼자 자기 자신과 계속 싸우는 것처럼, 복싱도 자신이 노력하지 않는 이상 발전할 수가 없다. 그리고 잘 보면 복싱엔 우리 인생이 담겨있다. 인생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한 만큼 달라지는 거니까, 이걸 바라봐 주는 관객한테 적어도 아마추어 티는 안 내고 싶어서 죽어라 운동하고 연습했다. 이게 딱하는 만큼 보이더라, 무대에서 보여주는 장면과는 다를 수 있어도 우리는 프로니까. 무대 위에서 진짜 선수처럼 보일 수 있게 열심히 노력하고, 주먹을 한 번이라도 더 뻗다 보니 힘들었다. 그래도 적어도 아마추어처럼은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다.

 

▲ 배우 강진휘

 

  
-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한 계기가 궁금하다.
  
▲ 이런 질문을 받을 땐 항상 이런 대답을 한다. 아버지 때문에 하게 됐다. 정확하게 말을 하자면, 어릴 때 아버지랑 같이 티비를 보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북한에서 탈출한 신성익 감독님을 보고 "저 사람들이랑 영화를 찍었다"라고 말하더라. 그때는 그런가 보다 했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몇 달이 지나고 나서 그때 기억을 떠올려보니 문득 나도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시골에서 살고 있었을 때라 큰 다짐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짐 싸 들고 서울로 올라왔다. 10킬로짜리 아령이랑 성경책 한 권을 들고 더블 백을 메고 올라왔다. 그때부터 배우를 하게 된 것 같다.
  
-20살 때 바로 서울에 상경한 건가
  
▲ 그건 아니다 순천에서 이것저것 해보다가 군대까지 제대하고 학교 졸업하고 25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한 것 가타. 처음에는 모델도 했는데 어느 시점부터는 연기만 한 것 같다. 배우로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 그렇다. 돈이 안 되니까 많이 힘들었다. 만날 무대에서 먹고자고 어떨 때는 참치 캔 한 개 사다 놓고 소주를 몇 병씩 마셨던 것 같다. 매일 술을 마셨는데 내가 왜 연극 판에 들어왔지 하면서 한탄도 했다. 어릴 때
  
- 배우를 하지 않았다면
  
▲ 배우를 하지 안 했으면 아마도 장가를 가고 아이들도 키우고 결혼도 일찍 했을 것 같다 원래 회사를 다녔었다 제철소에 다녔는데 배우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모두 접고 올라왔다. 그때도 그렇고 아무나 들어갈 수 없었던 곳이었는데, 인센티브도 어마어마하게 나왔었고 아마도 배우를 하지 않았다면 거기서 계속 일하고 있지 않을까

 

▲ 배우 강진휘
▲ 배우 강진휘

  
-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배우라는 직업을 가졌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나 배역이 있다면.
  
▲ 작품은 솔직하게 다 기억에 남는다. 하나하나 다 소중한 작품인 것 같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라면 십몇 년 전에 했던 임차인이라는 작품이랑 메밀꽃 필 무렵이라는 작품이다. 임차인이라는 작품을 통해 강진휘 라는 배우를 조금 알릴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렸을 때 했던 작품이라 그런지 연기하는데 있어서 앞만 보고 달리는 모습이 녹아져 있었던 것 같다. 기라성 같은 선배님들이 함께 했는데 그중에서도 이름이 같이 불릴 수 있어서 좋았다.
  

연극 '메밀꽃 필 무렵' 스틸컷
연극 '메밀꽃 필 무렵' 스틸컷

 


메밀꽃 필 무렵이란 작품은 평창 올림픽이 했을 때 무대에 올랐었다. 앞서 말한 임차인에서 난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사람이었는데, 이 작품을 할 때 선배 된 입장에서 후배들의 모습을 보니까 깨닫는 게 많았다. 큰 역할이 아닌데도 너무 열심히 하는 후배들의 모습을 보면서 '저렇게 열심히 하던 때가 있었지, 더 열심히 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나를 조금 돌아보는 계기가 됐던 작품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연락한다. 사람들이 너무 좋고 아깝더라, 스태프들까지 서른 명 정도 되는데 카카오톡 단톡방을 만들어서 나가면 잡아오고, 계속 연락하고 있다.
  
- 하고 싶은 공연이나 배역이 있을까.
  
▲ 어떤 작품이나 배역을 맡고 싶다 그런 건 없는데, 기회가 된다면 연출이나 극작 등을 해보고 싶다. 시놉시스도 써 놓은 게 있다. 그런데 아직 글로서는 완성을 하지 못해서 이걸 끝내보고 싶다. 한편의 작품으로. 제목도 지어 놨다. 홍천역이라고 역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보여주는 건데 어렸을 때 써놓은 글이다. 시놉시스를 본 동료 선후배들은 다 좋다고 하더라. 그런데 막상 하려니까 게을러서 진행을 못 하고 있다. 시간 투자를 해야 하는데, 시간이 없어서 그래서 연출을 해보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무대 밖에서 한 번 보고 싶다. 배우로서의 욕심인 것 같기도 하다. 영화나 드라마도 하고 싶긴 한데, 작년에 찍은 영화가 아직 개봉을 안 하고 있어서... (웃음)
  
-지금 작품 '깨끗하고 연약한'도 이국호 연출이 일주일 만에 완성했다. 퇴고에는 수년이 걸렸지만, 뭔가 그런 느낌이 온다면 빨리 쓸 수 있을 것 같다
  
▲ 그럴 수도 있겠는데, 그런 계기가 올지는 모르겠다. 언젠가 오길 기대해보겠다
  
- 앞으로의 목표가 있을까
  
▲ 일단 건강했으면 좋겠다. 나이가 들어가니까 친구들을 만나면 '너 어디 어디 괜찮니?' 이런다.(웃음) 목표라는 건 어떤 작품이 들어오던 배우들은 거기에 최선을 다하는 게 배우의 도리고 너무 당연한 것이니까 그런 것은 제외하고 그냥 건강한 게 목표인 것 같다. 건강하게 연기하는 것. 또 다른 목표가 있다면 결혼을 하는 게 아닐까 싶다. 
  
- 배우 강진휘가 생각하는 10년 후 문화예술계는?
  
▲ 10년후 공연계가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다. 그냥 생각나는 걸 말해보자면, 연극만으로 배우와 스태프들이 먹고 살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그런 걸 꿈꾸고 희망한다. 연극만으로 먹고 살 수 있는 대학로가 됐으면 좋겠다. 배우들이 아르바이트를 안 하고 연기에 올인 할 수 있는 문화계가 됐으면 한다. 대학로에 숨어있는 재야의 고수들이 너무 많다. 잘하는 배우들이 너무 많은데, 그런 배우들이 먹고살기 힘들어 무대를 떠나는 경우가 너무 많다. 그래서 그런 아름다운 대학로가 되길 바란다.

 

▲ 배우 강진휘
▲ 배우 강진휘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선배로서, 연기를 시작하는 친구나 이미 현역에서 뛰고 있는 후배들에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일단 발을 들이는 순간에 "축하한다. 고생 시작이다"라고 말하고 싶다.(웃음) 
  
지난번에 공연이 끝난 대학생들이 장비를 옮기고 있는 모습을 봤는데, 비가 오는데 그걸 다 맞으면서 열심히 옮기는 모습을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 열정에 정말 손뼉을 쳤다. 공연계에 있는 사람들 모두 정말 힘들다. 그래도 묵묵하게 이겨내야 한다. 일단 발을 들인 건 정말 축하하지만, 앞으론 알아서 잘 해야 한다. 
  
어렸을 때 대학로 와서 연극 포스터 붙이러 다닐 때, 일부러 선배들 술 마시는 곳을 찾아서 그 근처에서 티 나게 포스터를 붙였다. 선배들한테 인사도 하고 술도 얻어 마시려고, 그런데 요즘은 다들 집에 가는 것 같다. 같이 잘 안 마시려고 하는 느낌도 들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게 뭔가 물어보질 않는 것 같다. 물어보면 잘 가르쳐줄 텐데, 꼰대라는 소리를 들을까 봐 먼저 이야기도 안 한다. 
  
대본을 가지고 토론하는 걸 정말 좋아한다. 한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두 사람, 세 사람이 합쳤을 때 더 풍성한 아이디어나 상상력, 새로운 무언가가 나올 수 있는데 지금은 그런 것들이 많이 없는 것 같아 아쉽다. 소통을 많이 해야 더 좋은 공연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잘 자란 배우들이 됐으면 좋겠고, 잘 자란 나무가 되었으면 한다.
  
-소통은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사소한 오해로 큰 싸움이 나기도 하지 않나
  
▲ 그렇다. 소통은 중요하고, 사람끼리 특히 동료들은 모두 소통해야 한다. 꼰대는 무작정 갈구는 게 꼰대다.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선후배 할 것 없이 소통을 했으면 한다. 어떤 사람들은 자기의 실수나 약점을 밝히지 못하고 치부라고 생각하고 숨기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그런 약점을 받아들여야 정말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상처를 받더라도 받아들이고 이겨내는 게 더 좋은 발전하는 사람이고 배우이지 않을까. 
  
또 보면 술자리에서 평소에 하지 못하던 내용들이 나오니까 새로운 아이디어도 생성되기도 한다. 나도 모르게 머리가 막 잘 돌아가는 것처럼, 웃으면서 술도 마시고 공부도 하는 그런 자리가 마련됐으면 좋겠고, 많이 참여해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를 버리는 것. 나를 버리는 게 가장 명확한 말인 것 같고, 철학적인 거 같다. "내가 스타가 되겠다." 이런 생각들은 좋지 않은 것 같다. 예전에 조카가 와서 꿈을 물어봤는데 "연예인이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빨리 공부시키라고 했다. 스타는 정말 상위 1%다. 대학로에도 난다 긴다 하는 배우들이 얼마나 많은데... 마음을 비워야 된다. 오정세 배우는 예전에 매일 하루에 수십수백 개씩 프로필 돌리고 매일 공연도 준비하고 선배들 따라다니면서 인사도 했다. 그래서 그 친구는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지금 보면 배우로서 인지도도 얻었고 성공했다. 그렇게 열심히 해야 된다.
  

마지막으로 이 말을 가슴속에 새겼으면 좋겠다.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해서 대학로 무대에 오른 만큼, 누구보다 더 열심히 살아가야 한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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