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제강, ‘150조 보물선’ 호재로 주가 급등에 '의혹의 눈초리'
제일제강, ‘150조 보물선’ 호재로 주가 급등에 '의혹의 눈초리'
  • 한원석
  • 승인 2018.07.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설립 한달된 신일그룹... '제2의 동아건설·이용호 게이트' 의혹 ‘뭉게뭉게’
“150조 금괴 터무니없다” 주장 나와... 사실이어도 러시아와 국제분쟁 가능성

코스닥 시장에 개미투자자 주의보가 발령됐다. 제일제강이 신일그룹의 보물선 발견 소식에 이상 급등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주가가 2배 이상 올랐고 지난 연말 대비해서는 4배 이상 상승했다.

한국거래소는 제일제강을 투자 경고종목으로 지정하고 18일에도 주가가 급등하면 거래정지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십여 년 전에도 보물선 테마주가 증권시장을 교란한 사례가 있어 투자자 피해가 우려된다.

제일제강 주가급등에 ‘의혹의 눈초리’
최근 코스닥시장에서 제일제강 주가는 16일 3200원으로 장을 마감한 후, 17일 4160원으로 상한가를 기록했고 18일 장중 한때 5400원으로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제일제강이 이날 김홍택 대표 명의로 “신일그룹이 최대주주가 아니며 보물선 사업과 일절 관계가 없다”고 공시하자 전날보다 260원(-6.25%) 하락한 39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제일제강은 공시를 통해 “당사의 최대주주 최준석은 최용석, 류상미씨 등 개인들과 지난 5일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며 “동 계약이 완료되면 최용석은 9.60%, 류상미는 7.73%의 지분을 인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계약 완료 후 최대주주는 최용석(지분율 9.60%)으로 변경될 예정”이라면서 “따라서 당사는 신일그룹과 최대주주 관계가 아니며 보물선 사업과는 일체 관계가 없다”고 덧붙였다.

제일제강이 지난 16일 낸 공시에 따르면, 지난 5일 제일제강 최대주주인 최준석 외 1인이 최용석·류상미씨에게 451만주 185억 원에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 18억 5천만 원은 당일 지급됐지만 아직 중도금과 잔금은 치러지지 않은 상태다. 중도금(40%)은 7월 25일, 잔금은 9월 7일 열릴 예정인 임시주총 이후 신임이사 등기 완료일인 9월 12일 지급될 예정이다.

증권가에서는 제일제강을 인수한 신일그룹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신일그룹(주)은 설립된 지 50일밖에 되지 않은 신생회사인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일그룹은 지난 6월 1일, 자본금 1억원으로 설립됐다.

신일그룹은 홈페이지를 통해 “1979년 설립된 신일건업을 모태로 한 글로벌 건설·해운·바이오·블록체인그룹”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외부에 공식적으로 드러난 회사는 모두 올해 들어 설립된 신일그룹, 신일돈스코이호거래소 2개 회사 뿐이다. 신일그룹은 홈페이지에서 계열사로 신일건설산업, 신일바이오로직스, 신일국제거래소, 신일골드코인 등이 있다고 밝히고 있으나 대부분 법인 등록이 돼 있지 않다.

신일그룹의 가상화폐거래소(출처=신일그룹 거래소 홈페이지 갈무리).
신일그룹의 가상화폐거래소(출처=신일그룹 거래소 홈페이지 갈무리).

여기에 제일제강의 실적도 문제다. 제일제강은 2015년 매출액 476억 원을 정점으로 2016년 378억 원, 2017년 310억 원으로 매출 감소세가 뚜렷했다. 당기순이익도 2014년에서 2016년까지 각각 46억 원, 61억 원, 10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흑자로 전환했지만 16억 원에 불과했다.

150조 금괴 가능할까
‘드미트리 돈스코이(Dmitrii Donskoi)’호는 1905년 러일전쟁 당시 울릉도 앞바다에서 자침한 것으로 알려진 제정러시아 장갑순양함이다.

신일그룹은 러일전쟁 당시 침몰된 돈스코이호의 가치가 150조 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배에 실려있는 금화가 5500상자(200톤)로 현재 시세로 150조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국제 금시세는 미국현지시간 17일 현재 온스당 1225.7 달러(USD)다. 1온스는 28.35g이므로 1g당 약 43.23달러이고 18일 현재 환율 1달러당 1130원으로 계산하면 약 4만8854원이다. 국내 금시세는 1g당 4만4546원이다.

좀 더 비싼 국제 금 시세를 기준으로 따져도 1kg에 약 4885만 원, 1t에 488억5천만 원이다. 금괴 200t이 있더라도 그 가치는 최대 9조7000억 원 가량이다. 신일그룹 측 주장대로 150조 원의 가치를 가지려면 최소한 3000t이 넘게 있어야 한다는 계산이다. 설령 돈스코이호에 실린 것으로 알려진 영국 소브린 금화가 골동품의 가치를 인정받더라도 200t 물량이 풀릴 경우 가치는 폭락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돈스코이호 발굴과 관련해 일단 금괴가 있을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돈스코이호는 배수량 5976t의 증기·범선 혼용함으로 알려졌다. 일각의 주장대로 제정러시아 함대의 보급을 위해 결제용으로 금괴를 실었더라도 승무원과 각종 군수물자를 고려하면 터무니 없는 양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설령 금괴가 사실이라고 해도 러시아가 소유권 주장을 하지 않을 리 없어 국제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진짜 금괴가 있었으면 국제 분쟁을 의식해 외부에 공표했을 리도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신일그룹이 17일 공개한 돈스코이호 모습(사진제공=신일그룹 홈페이지)
신일그룹이 17일 공개한 돈스코이호 모습(사진제공=신일그룹 홈페이지)

국제법 학계에서는 러시아와의 외교 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침몰선의 소유주가 누구인지에 대해서 국제법 원칙이 명확치 않고 학계의 학설도 엇갈리고 있는 실정이다. 한 관계자는 “군함은 통상적으로 국가 영토로 간주하고 주권면제를 향유한다”며 “주권면제가 적용되면 연안국은 군함에 사법권, 행정권을 행사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해양법에 관한 국제연합협약은 심해저에서 발견된 고고학적·역사적 성격을 가진 모든 물건은 인류 전체 이익을 위해 보존하고 처분하며, 기원국의 우선적 권리를 특별히 고려한다고 규정한다. 또한 유네스코 수중문화유산보호협약은 수중문화유산을 수중에서 100년 이상 지속한 역사적·고고학적 성격을 지닌 인류의 모든 흔적으로 정의하고, 상업적 이득을 위한 인양과 발굴을 금지한다.

문화재청은 “돈스코이호는 침몰 지점이 한국 영해 안에 있고, 매장문화재법은 우리 영해에 존재하는 유형 문화재를 대상으로 한다”며 “매장문화재는 문화재청장에게 등록한 기관만 지표조사와 발굴을 할 수 있고, 수중문화재를 발굴할 수 있는 기관은 국내에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밖에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여러차례 부각된 보물선
 이 같은 보물선 발견을 보는 조심스러운 시각이 많다. 과거 보물선 발견이 사기와 연결된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2001년 ‘이용호 게이트’가 있다. 이용호 당시 G&G 그룹 회장은 부실기업을 인수한 뒤 680여억원을 횡령하고 보물선 인양 소문을 활용해 주가를 조작했다.

그 이전인 지난 2000년 돈스코이호는 동아건설로 인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동아건설이 보물선 실체를 확인했다고 알려지면서 2000년 12월 15일 360원이던 동아건설 주가는 17일 후 3265원까지 폭등했다. 하지만 동아건설은 돈스코이호를 인양하지 못했고 유동성 위기로 2001년 3월 상장 폐지됐다. 고점에 주식을 산 소액주주들은 큰 피해를 봤다.

금괴가 사실이라고 해도 러시아가 소유권 주장을 하지 않을 리 없어 국제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진짜 금괴가 있었으면 국제 분쟁을 의식해 외부에 공표했을 리도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신일그룹은 “인양 전날 한·러 친선 국제음악제까지 열 것”이라고 공지했다.

신일그룹에 따르면 돈스코이 탐사팀은 한국의 해양탐사 전문회사인 JD 엔지니어링(대표 이완복)의 총괄 아래, 영국 해양탐사 전문가인 앨런(Allan), 캐나다의 해양탐사 전문회사인 Nuytco사의 파일럿 제프리(Jeffery) 외 4인 그리고 신일그룹의 해양탐사 자문역인 진교중(해사 28기, 전 해난구조대장)로 구성되어 지난해부터 돈스코이 탐사에 관한 준비를 해왔다.

이번 돈스코이호 탐사에 참여한 캐나다 Nuytco사 잠수정 파일럿인 제프리(Jeffery)는 “우리는 찾았다. 완벽한 돈스코이호다”고 말했다. 탐사 총괄 자문역인 진교중 씨는 “우리는 돈스코이호임을 증명했다”고 밝혔다. 신일그룹은 “이 발견으로 돈스코이호와 존재와 침몰위치에 대한 논란은 종지부를 찍었고, 탐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소유권 등기와 본체인양을 위한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는 상황에서 신일그룹은 홈페이지를 통해 돈스코이호와 관련, 내외신 기자회견을 오는 25일~26일께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보물의 유무 여부 등 세부사항은 추후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이날 제일제강에 대해 "투자경고종목으로 주가가 추가 상승할 경우 매매거래가 정지될 수 있으니 투자에 주의하길 바란다"고 공시했다. 앞서 거래소는 지난 13일 제일제강에 대해 "주가 급등에 따라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되며, 추가 상승 시 매매거래가 정지될 수 있으므로 투자에 주의하길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