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논란에 골머리 썩는 官·與...자영업자들 ‘모라토리엄’선언
최저임금 논란에 골머리 썩는 官·與...자영업자들 ‘모라토리엄’선언
  • 오혁진 기자
  • 승인 2018.07.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 및 여당 "최저임금 속도조절 필요...소상공인 위한 대책 마련할 것"
자영업자들 "가파른 상승세 못버텨...나가죽으라는 소리"
16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16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한국증권신문 정치사회부-오혁진 기자]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최저임금 논란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소상공인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것. 

16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최저임금에 민감한 업종의 고통을 이해한다"면서도 "이 문제는 을과 을, 혹은 을과 병의 갈등으로 몰아가서는 절대로 해결할 수도, 해결 돼서도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소상공인 어려움의 근본 원인은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갑질 횡포와 불공정한 계약, 높은 상가 임대료라는 점을 분명히 직시해야 한다"고도 반박했다.

추 대표는 "정부는 최저임금을 안정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모든 정책수단을 입체적으로 동원하는 총력체제를 마련해야 한다"며 "특히 소상공인을 위해 기존 계획과 지원방안 보다 세밀하게 보완하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노동계 일각에서 제기한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으로 인한 실질 임금인상률 하락 가능성을 반박했다. 그는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고정수당을 합한 현상임금이 올해 최저임금인 시간당 7350원 이하의 노동자는 242만8000명이다. 이중 88%가량은 내년 산입범위가 확대되더라도 최저임금 인상효과를 고스란히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영세자영업자, 소상공인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해야한다"면서 "특히 가맹점주, 편의점주 등 소상공인들이 고용을 유지하고 임금을 지불할 수 있는 능력을 만들어야한다"고 촉구했다.

가맹점주들...최저임금인상 반발 자격있나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지난 12일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휴업투쟁을 불사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이들은 최저임금이 전년 대비 1060원 올라서 점주의 수입이 알바임금보다 못하다며 주휴수당을 합치면 이미 최저임금이 1만 원이라고도 주장했다. 또 1.5배 더 붙는 야간수당까지 고려하면, 인건비 부담은 더 커진다고 덧붙였다.

전편협이 이 같은 주장을 해도 되는지 알아보자. 먼저 편의점은 불법이 상식이었던 대표적인 사업장으로 유명했다. 알바노조가 2017년 10월 편의점 알바노동자 40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5%가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을 받고 일했다. 92%는 주휴수당을 받지 못했다. 

게다가 야간수당 등의 가산임금은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편의점은 주로 2~3명의 알바노동자가 주·야간 맞교대를 하는 대표적인 5인 미만 사업장이다. 편의점주들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정한 2급 발암물질인 야간노동을 시키고도 추가적인 임금을 지불하지 않을 수 있다. 불법이 아닌 합법이다. 

추미애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가 지적한데로 편의점주들이 맞서 싸워야할 대상은 따로 있다. 바로 건물주와 편의점 본사다. 

사단법인 한국편의점산업협회의 편의점 업계 주요지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전국 프랜차이즈 편의점 32611개의 총매출은 20조 3241억원이다. 전년도보다 약 3조원이 증가했다. 

편의점들은 보통 본사가 매출총이익에서 35%를 가져간다. GS25는 시설과 인테리어 비용은 본사가 투자해주고, 임대료는 점주가 부담하는 형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것이 매출총이익이다. 매출총이익이란 판매물건 값에서 원가만을 뺀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한 매장 매출총이익이 1000만원이 생겼다면, 35%인 350만 원을 먼저 본사에 보내야 한다. 그러면 650만 원이 남는다. 이 가게에서 주·야간으로 알바노동자 2명을 주 5일 고용하고 주말엔 점주가 일했다고 가정하면, 월 인건비 300만 원이 빠지고, 전기세 등 관리비 등으로 100만 원 정도가 빠진다.

그러면 250만 원이 점주의 손에 있어야 하지만, 여기서 건물주가 나타난다. 건물주가 임대료로 200만 원을 가져가면 편의점주는 고작 50만 원을 가져갈 수밖에 없다. 편의점주들은 본사에 비하면 을이다. 갑을구조이기에 알바들의 인건비를 건드려서 최저임금 이하로 주거나 주휴수당을 빼서 지급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좋지만은 않다

최저임금 인상이 좋지만은 않다. 올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상공인과 영세자영업자들의 경영난이 극도로 심화되자 경영계의 반발이 심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인상 방향 자체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지만 급격히 높이면 부작용만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사회적 대화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4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7530원)보다 10.9% 오른 시간당 8350원으로 결정했다. 

최근 10년만 놓고 봐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MB정부 출범 당시인 2009년 4000원이던 최저임금이 박근혜 정부까지 6000원대로 완만하게 상승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불과 2년 새 8000원대로 껑충 뛰었다. 

이 같은 최저임금의 가파른 상승세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최저임금 1만원’과 ‘소득주도 성장’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은 가파른 최저임금 속도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매출은 예전만 못한데 최저임금은 유례없이 급등하면서 자영업자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자영업 붕괴의 실상은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이 가능하다. 국내 자영업의 폐업률은 창업률을 앞질렀다. 최근 상가정보연구소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권분석시스템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전국 8대 업종 폐업률은 2.5%로 창업률(2.1%)보다 높았다. 새로 생겨난 업소보다 사라진 업소가 많았다는 얘기다. 특히 음식업종은 폐업률 3.1%, 창업률 2.8%로 창업과 폐업이 가장 빈번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많은 이들이 음식점을 창업하지만 시장에 안착하는 것보다 문을 닫는 곳이 더 많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부는 우선 최저임금 충격을 줄이기 위한 일자리안정자금을 올해와 비슷한 3조원 한도에서 내년에도 운용할 계획이다. 정부는 일자리안정자금 체감 효과를 높이기 위해 지급 대상과 조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일자리안정자금은 현재 30인 미만 사업장 사업주에게 월급 190만원 미만인 근로자 한 사람당 월 13만원을 지원하는데, 지원 대상 기준 190만원을 높이는 안을 정부가 검토한다는 얘기다. 정부는 또 자영업자·소상공인이 일자리안정자금을 신청하려면 근로자가 먼저 4대 보험에 가입하도록 한 조건을 없애거나 완화해 자영업자 등이 지원을 받기 쉽게 해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률이 올해보다 낮아진 점을 감안, 저소득층 소득을 늘려주는 다른 정책 수단도 강구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저소득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근로소득장려세제(EITC)의 혜택을 확대하는 것이다.

민주당과 정부 부처들 사이에선 현재 저소득층 가구당 연간 80만원 수준인 EITC 지급액을 2배 안팎까지 늘리는 방안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급 대상도 2016년 기준 188만명에서 200만~250만명으로 늘리는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다.

이 밖에 저소득층 노인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을 계획보다 빨리 올리는 안을 거의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소득 하위 70%인 65세 이상 노인에게 월 20만원씩 지급되는 기초연금은 올해 9월부터 25만원으로 늘어난다. 또 내년부터 소득 하위 20%, 2020년엔 40%까지 기초연금을 30만원으로 올려주는 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