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선 회장, 공정위 칼날 끝에 선 '내막'
정지선 회장, 공정위 칼날 끝에 선 '내막'
  • 오혁진 기자
  • 승인 2018.07.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증권신문 정치사회부-오혁진 기자]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칼날 끝에 섰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계열사들의 일감몰아주기 행태에 대해 조사에 나서면서 현대백화점그룹도 타깃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정 회장의 앞길이 험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백화점그룹의 계열사인 현대그린푸드는 단체급식사업을 주요 사업으로 하며 현대차·기아차·현대중공업 등 현대 주요 대기업의 소속 임직원 수십만 명을 대상으로 단체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현대그린푸드는 정몽근 현대백화점그룹 명예회장(1.97%)과 장남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12.67%), 차남 정교선 현대백화점 부회장(23.03%) 등이 주요 지분을 소유한 업체다.

현대그린푸드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현대그린푸드는 범현대가 계열사들의 단체급식을 도맡으며 성장해왔다. 지난 2014~2016년 3년간 약 16.6%의 내부거래 비중을 기록했던 현대그린푸드의 지난해 내부거래 총액은 약 2627억원이다. 전체 매출의 17.8%로 내부거래 비중이 소폭 상승했다.

특히 현대그린푸드는 자회사인 식자재유통업체 현대캐터링시스템과의 내부거래로 고 정주영 창업주의 조카 정몽혁 현대종합상사 회장을 챙겨주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캐터링시스템은 지난 2012년 현대그린푸드가 100% 출자해 설립한 업체로 현대그린푸드에 조리전문인력을 파견하는 것을 주 업무로 하고 있다. 2014년까지 현대그린푸드가 지분 100%를 소유했다. 

현대캐터링시스템의 2013년 총 매출은 1128억 3500만원으로, 전부가 현대그린푸드와의 수의계약으로 이뤄져 있다.

현대캐터링시스템은 2012년 매출액 202억 2900만원 중 내부거래 비율이 100%에 달한다. 내부거래 비중은 현대그룹 계열사 중 가장 높으며 모두 현대그린푸드로부터 매출을 올렸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1억2900만원, 당기순이익 9700만원을 기록했다.

업계관계자는 “현대그린푸드의 푸드사업부는 현대자동차, 현대위아,현대다이모스 등의 중국 생산시설에서 급식소를 운영해 매출을 늘렸다. 범현대가 계열사들에 대한 매출까지 합하면 삼성웰스토리(38.4%) 내부거래비중과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몽근 회장은 지난 2014년 현대그린푸드 지분 일부를 매각하며 지분율을 30% 이하로 유지해 내부거래 규제를 회피해왔다. 

현대그린푸드에 대한 계약은 수의계약으로 이뤄지고 있다. 수의계약이란 경쟁계약에 따라 상대방을 입찰하지 않고 적당한 상대자를 임의로 선택하여 거래관계를 맺는 것을 뜻한다. 
   
이로 인해 현대그린푸드의 오너 일가 지분율이 높은 상황에서, 오너 일가의 이익을 위해 내부거래를 하고 있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대백화점그룹 측에서도 이러한 논란을 의식하고 있는 듯 보인다. 지난 2013년, 정몽근 명예회장은 30.5%에 달했던 현대그린푸드의 오너 일가 지분율을 29.92%로 낮춰 규제 대상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오너 일가 지분율을 29.92%로 맞춘 것은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비판일 수 있는 대목이다.  
    
당시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속하는 상장기업의 지분 기준은 30%였다. 그러나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기준을 20%로 강화했다. 이에 따라 현대그린푸드는 다시 규제 대상에 들어가게 됐다.
   
지난 4월 현대백화점그룹은 이사회를 열어 ‘경명투명성’을 높이고자 하는 취지로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한 바 있으나 여전히 일감 몰아주기 논란 해소를 위한 뚜렷한 로드맵은 제시하지 않은 상태다. 
   
공정거래법이 제시하는 기준에 맞춰 오너 일가의 지분율을 낮추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다. 그러나 대기업과 중소기업과의 균형을 맞추고자 하는 노력이 사회 전반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보다 적극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공정위는 대기업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행태 철퇴질을 ‘삼성’부터 시작했다. 다음은 현대라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정 회장의 발걸음이 가벼워질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