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vs금감원 ‘기싸움’내막...누가 삼성 편드나
금융위vs금감원 ‘기싸움’내막...누가 삼성 편드나
  • 오혁진 기자
  • 승인 2018.0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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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금융위, 삼성 봐주기 논란에서 벗어나야”
금융위 산하 증선위 “삼성 봐주기 아냐...자료 보충 요구일 뿐”

[한국증권신문 정치사회부-오혁진 기자]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기 싸움’이 오는 18일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결론을 두고 입장차이가 좁혀지지 않자 이날 중으로 최종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삼바 분식회계를 고의성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증선위는 고의가 아닌 실수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 이로 인해 금감원 안팎에서는 증선위가 삼바의 손을 들어주면서 삼성을 봐주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기 싸움 전모에 대해 알아본다. 

증선위, 금감원에 삼바 분식회계 추가자료 요구

증선위는 지난 4일 오후 10시께 금감원 고위임원들과 비공식 회의를 열었다. 금감원은 이 자리에서 ‘삼바 분식회계 감리 조치 수정안’을 달라는 증선위의 요구를 거절했다. 

앞서 증선위는 지난달 12일 회의에서 금감원에 삼성바이오의 2012~2014년 회계 처리도 적절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반영한 수정안을 이날 심의에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이를 토대로 삼바 측 반론을 듣는 ‘대심’을 진행한다는 구상이었다.

증선위가 보완지시를 내린 것은 2012년 당시 삼바와 미국계 제약사 바이오젠이 함께 출자해 설립한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를 그 당시부터 공동지배회사(삼성바이오의 관계회사)로 보고 회계처리를 해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그간 삼바가 에피스를 단독지배회사(삼성바이오의 종속회사)로 보고 2012~2014년 장부를 작성한 것은 문제 삼지 않은 대신, 2015년 장부에 갑자기 공동지배회사로 회계처리를 변경한 부분만 문제 삼아왔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 쪽이 회계처리를 변경할만한 별다른 이유가 없음에도 변경한 것은 ‘고의적 분식’이라고 판단했다.

금감원 내부 안팎에서는 증선위가 삼바 분식회계 수정안을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삼바가 고의적으로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음에도 수정안을 요구하는 것은 자신들을 무시하는 행위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금융권에서는 증선위가 삼바 분식회계를 실수로 결론짓기 위해 금감원의 입장을 잘 듣지 않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수차례 증선위에 입장을 밝혔다. 증선위가 금감원에 수정안을 요구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삼성을 봐주고 재벌의 편에 서는 금융위라는 비판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금감원이 증선위의 보완 지시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금감원은 증선위를 지휘하는 금융위원회의 관리 감독을 받는 기구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일부 금감원 관계자들이 증선위의 행보에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고의적 분식회계라고 확고한 뜻을 전달했음에도 지속적으로 수정안을 요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치권에서는 금융위원회가 삼성 앞에서 작아진다는 말이 많았다. 금융위는 삼성이 아닌 ‘재벌 봐주기’논란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삼성 앞에 작아지는 금융위 

현재 증선위의 위원장은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오른팔 격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2월 이건희 차명계좌에 과징금을 부과해야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이건희 차명계좌는 과징금 부과 대상이 아니다. 과징금 부과가 타당한지 법제처에 확인 해봐야한다”며 사실상 발을 뺐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금융위가 삼성·재벌 앞에 한 없이 작아진다는 비판이 상당했다. 

박용진 의원은 지난 2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금융위의 잘못된 해석으로 10년을 손 놓고 보냈고, 제가 문제 제기 한 뒤 4개월이나 또 시간 낭비만 했다. 그 덕에 이건희는 세금도 과징금도 모두 피해 갈 수 있었다”라며 “우리 국민 모두가 금융위원회의 시간끌기와 이건희 감싸기에 끌려 다니고 뒤통수 맞은 셈이다”라고 금융위를 비판했다.

하지만 지난 12일 법제처에서는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의 과징금을 부과하라는 유권해석이 나왔다.

이에 금융위는 “법제처 해석을 존중하고 그에 따라서 해 나갈 것”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이러한 금융위의 태도에 박용진 의원은 “지금까지 금융위원회는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에 금융실명법도 제대로 적용하지 않았고 차등 과세는 물론 과징금 부과도 하지 않았다”며 “심지어 혁신위원회의 권고 사항도 걷어찼다”고 비판했다.

끝으로 그는 “이는 명백한 삼성 감싸기이자 시간 끌기라고 비판받아 마땅하다”며 “이에 대한 금융당국의 책임은 반드시 따져 물을 것”이라고 했다.

이건희 차명계좌에 과징금 부과를 이끌어낸 인물은 당시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위원장이었던 현 윤석헌 금감원장이다. 금감원과 금융위의 기 싸움이 누구의 승리고 돌아갈지는 삼바 분식회계의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증선위는 오는 18일 정례회의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에 대한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다음 주 임시회의 개최도 검토 중이다. 

금감원이 증선위가 요청한 감리 조치 수정안을 내지 않고 보완 요청에 대한 입장만 설명해 별도의 수정안 심의는 필요 없게 된 상황이다. 증선위는 이를 위해 내주 11일이나 12일 정도에 임시회의 개최를 검토하고 있다.

금감원과 삼바 양측의 의견을 최종적으로 한 번 더 청취하고 18일 증선위원들 간 논의를 거쳐 최종 의결에 나서는 일정이다. 

금감원이 지난 5월 1일 감리 사전통지 조치를 공개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진 이후 논란이 장기화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애초 금감원은 2015년 말 삼성바이오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회계처리 변경하는 과정에서 고의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보고 증선위에 제재를 건의했다. 

그러나 증선위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설립 후 2012~2014년 회계처리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보고 금감원에 감리조치안 보완을 요청했다. 

금감원은 2015년 회계처리 변경이 핵심인 만큼 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보는 반면 증선위는 그 이전 회계처리부터 종합 판단할 필요도 있다고 이견을 나타낸 것이다. 

증선위는 금감원이 다음 회의 때까지도 수정안을 제출하지 않으면 기존 감리조치안에 대해 고의, 중과실, 과실, 무혐의 중 하나를 선택해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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