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작가 황호빈 "나를 의심하고 되돌아보니, 다시 내가 나왔다"
[인터뷰] 작가 황호빈 "나를 의심하고 되돌아보니, 다시 내가 나왔다"
  • 조나단
  • 승인 2018.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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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1일, 초여름이다. 태양이 작열했다. 바람은 차다. ‘부람 부는 날에 압구정동에 가야한다’는 시인 유하의 시와 달리 나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을 찾아갔다. 연희동은 요즘 뜨는 ‘핫플레이스(사람이 모이는 곳)’이다. 그 곳에서 황호빈 작가를 만났다. 그는 2014년 부산 비엔날레에서 작품<튜브 슈트>등을 선보이면서 국내외 예술계에 이름을 알렸다. 사실 필자와 황 작가는 구면이다. 2016년에 다른 작가들이 함께 한 자리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그가 어떤 작업을 하는지는 자세하게 듣진 못 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황 작가가 재밌고, 진중한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가 살고 있는 숙소 겸 작업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입구에 들어서자 그를 처음 만났을 때, 전시장에서 전시했던 작품이 보였다. 당시엔 아무런 생각 없이 봤던 작품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뭔가 다른 느낌이 들었다. 그를 통해 그가 만든 작품과 그에 대한 내가 생각했던 모습들이 깨어져 가는 게 나름 신선했고,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황호빈이 그리는 세계, 혹은 구축하고 있는 세계관에 대해 들어봤다. 

 

 

- 작가, 사람 황호빈에 대해 소개하자면 

▲ 반갑다. 일단 나에 대해 소개하자면, 다양한 형식과 매체를 이용해 개인적인 체험에서 야기되는 정체성이나 느낌을 시각적으로 표현을 하는 작가 황호빈이다. 태어나기는 중국에서 이주민 4세로 태어났다. 유학을 계기로 한국에 들어왔다가 전시나 프로젝트 그리고 다양한 사업 등을 참여하게 되면서, 그 뒤로 인연이 있던 건지 일들이 계속 이어져오고 있다. 현재는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인 것 같다. 나이는 87년생 32살이다. 페이스북 나이는 30살이다.(웃음) 

 

- 지금 전시는 하고 있지 않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뭔가 준비하고 있는 게 있나. 

▲ 내년 3월경에 박사과정을 들어갈 예정이다. 박사 공부를 하면서 작업의 맥락을 다시 잡으려고 준비 중이다. 작업을 하게 되면 전시도 하고 싶을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보스토크'라는 카페에서 전시를 하고 싶다.  

 

對[대할 대](나와 채팅하기)- 컨셉이미지 유리, 나무, 의자, 파라핀, 백묵 2015
對[대할 대](나와 채팅하기)- 컨셉이미지 유리, 나무, 의자, 파라핀, 백묵 2015

 

- 앞서 안유리 작가가 황호빈 작가를 추천하면서, 둘이서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말이 잘 통하기도 하고 생각이 나 그런 면이 재밌다고 말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 만담(漫談)·담론(談論)을 즐겨 하는 편이다. 목적성을 가지고 하는 대화도 좋다. 하지만, 목적성을 가지지 않고 곰국 우려내듯이 천천히 알아가는 대화법이 내가 즐기는 소통 방식이다. 안유리 작가와는 창작에서 만나서 1년을 같은 공간에서 지내다가 지금 3년이 흘렀다. 작업의 흐름에도 나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왔던 것도 어느 정도 있는 것 같다. 나 또한 작업을 하면서 안 작가의 영향을 받은 게 있다.

미술이나 예술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 이 질문을 보고, 사실 많이 생각해 봤다. 시작이 있긴 했던 것 같다.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있었다. 일단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하는 건 초등학교 2학년 때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작은 범위 내로 들어가 보면 어릴 적 했던, 그렸던 그림과 지금의 내가 하고 있는 미술이라는 영역에는 연관성이 없다. 그래서 최근에 시작을 했다고 하면, 그 계기가 나 스스로에 대한 솔직한 관찰을 하고 싶어서 했던 것 같다.

나를 제대로 보고 싶었다. 지금까지 뭔가 찜찜하게 내가 누군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을 못 했던 것 같았다. 그래서 최근에 다시 미술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됐다.

 

 

튜브수트  튜브, 솜, LED     설치, 영상, 퍼포먼스   가변크기  2014     Tube Suit Tube,Cotton,LED    Installation,Video,Performance  variable size 2014
튜브수트 튜브, 솜, LED 설치, 영상, 퍼포먼스 가변크기 2014 Tube Suit Tube,Cotton,LED Installation,Video,Performance variable size 2014

 

작업 혹은 전시를 하면서 영향을 받는 작가가 있나

▲어떤 작업을 하거나 전시회를 맡게 되면 활동을 하면서 어떤 특정 작가나 작품을 통해서 영향을 받는 걸 본능적으로 피하려고 하고, 피하고 있는 것 같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어떤 시기마다 눈에 들어오는 작가가 있으면 그 작가와 작품 등에 최대한 짧은 시간에 깊숙이 알아보려고 하는 것 같다그 작가에 대한 탐구를 하고 나선 망각잊어야 된다그러려고 한다작가란 직업에서 다른 작가한테 많은 영향을 받는 건 작가 스스로의 생명력을 절감하는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굳이 꼽아보자면 중국 무협소설의 거장 중 한 명인 김용이다. 소설을 너무 좋아해서 김용이란 사람이 만들어낸 세계관, 그 판타지 속에서 인간들이 사는 형태 그대로의 모습이 그려지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영감을 얻었다.

 

-황 작가의 독창적 예술세계가 김용의 무협소설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소설과 미술세계는 다르다. 텍스트와 그림은 다르다. 나는 영상세대인 만큼 텍스트를 통해 그림을 상상할 수 있었다. 뭔가 텍스트지만 거기서 오는 방식이나 그런 것들이 좋았던 것 같다. 쉽게 읽을 수가 있지만 보다 보면 깊게 생각해 보면, 그 깊은 곳에 또 다른 어떤 핵심적인 것들이 숨겨져 있다. 그걸 찾아보고, 생각할 수 있는 게 좋았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오욕이 다 담겨있고, 그 안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게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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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브수트 튜브, 솜, LED 설치, 영상, 퍼포먼스 가변크기 2014 Tube Suit Tube,Cotton,LED Installation,Video,Performance variable size 2014

 

기억에 남는 작품 혹은 전시작업이 있다면

 ▲ 2014년 부산 비엔날레에서 제안을 받아서 구상했던 <튜브 슈트>라는 작품이다. 말로 서술이 될 정도로 간단한 작업인데, 튜브 열한 개 정도를 한 사람이 차곡차곡 뒤집어써서 일상 행동을 하는 그런 작업이었다. 이야기하려 했던 내용은 간단했다. 저 스스로의 삶의 체험에서 나 스스로를 체크하고 내가 어디서 무얼 왜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관찰하는 걸로 작업을 이끌어 낸다고 했는데, 당시 대학원 석사과정을 끝내면서 내가 뭘 해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하는 순간이었던 것 같다. 내가 자신감이 없었고 나약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왜 이렇게 강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해보니 너무 곱게 편하게 자라온 게 문제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고그래서 그렇게 편하게 살아온 것은 내 주변에서 나를 보호하는 것들이 많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그래서 이 작업이 떠올랐던 것 같다구명튜브라는 것은 바다에서 물놀이를 한다던지 하는 과정에서 하나만 있다면 나를 죽지 않게 해주는 물건인데그게 하나를 넘어서 내가 걸어 다닐 수조차 없고 눈까지도 가려져서 세상을 볼 수도 없는 그런 상황을 만들어 냈다그런 상황이 종국에는 구속된 상태로 전환이 됐다

이 작업이 기억에 남는 이유가 당시 생각을 했던그런 상황과 생각을 다 담아내 만들었던 작업이었고작업을 하는 게 좋아졌던 계기 중 하나이기도 하다나 스스로의 고민도 해소가 되고답은 명확하지 않지만 하나하나 짚어나가면서 누군가에 '세상을 왜 이렇습니까'라고 묻는그런 질문하는 과정에서 내가 뭔가 해소가 되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이 작업을 할 때 최용 작가의 도움을 받았다.

 

튜브수트  튜브, 솜, LED     설치, 영상, 퍼포먼스   가변크기  2014     Tube Suit Tube,Cotton,LED    Installation,Video,Performance  variable size 2014
튜브수트 튜브, 솜, LED 설치, 영상, 퍼포먼스 가변크기 2014 Tube Suit Tube,Cotton,LED Installation,Video,Performance variable size 2014

 

튜브라는 걸지금 다시 보니 '세월호생각이 난다특히 옆에 튜브에 남아있는 '아무것도 하지 말자그저 살아 있자'라는 글자가 눈에 띈다.

▲ 안유리 작가와 다양한 담론을 하던 도중에 나왔던 문구다. '아무것도 하지 말자, 그저 살아 있자'라는 말이. 14년에 시작한 작업이 16년까지 2년을 거쳐서 조금씩 만들어져 간 것 같다. 사실 그때 당시엔 세월호에 대해서 잘 몰랐었다. 그런데 타이밍이 그래서 그런가 많은 분들이 제 작업을 보면서 세월호를 직결시켜서 생각한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보니까 조심스럽고 무서운 기분이 들었다.

처음 생각했던 의도와는 달랐지만, 내가 이건 이런거야 라고 의도하지 않았지만, 내 속에 있었던 이걸 보고 이랬으면, 그랬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과 방향이 보인 계기가 되기도 했다. 솔직한 마음으로 작업을 시작해서 뭔가 상징적인 작업으로 만들어 냈을 때 그것에 연관되는 다른 풀이로 나가는 모습이 너무 좋고, 그렇게 생각하게 만드는게 좋은 것 같다.

그래서 내가 너무 나약하다고 느껴지는 모습에 의심을 느꼈다. 그래도 작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일단 끝마쳤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안전이라는 것과 자유라는 것에 근본을 둔 고민을 많이 했다. 내가 생각했던 부분을 다른 사람이 봤을 때 구체적으로 어떤 다른 사건을 떠올린다던지, 연결이 된다던지 그런 식으로 다양하게 생각하게 되고 풀이하게 됐던 작업으로 끝마치게 되서 일단은 기분이 좋았다.

 

 

接[이을 접]-컨셉이미지 침대, 비닐, 비디오 아카이브-2015
接[이을 접]-컨셉이미지 침대, 비닐, 비디오 아카이브-2015

 

아쉬움이 남았던 작품과 작업이 있다면

▲ 아쉬움이 남았던 작업은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기록하기라는 작업이다. 2015년 1년을 거쳐서 만든 작업인데, 특수 장치를 만들어 1년 동안 잠에서 자고 일어나서 생각나는 기억하는 생각이 나 글을 일어나자마자 적거나 그리는 작업이었어요. 당시에 이런 작업을 나 스스로 엄청 즐기면서 했었다. 그런데 작업하는 시간이 길다 보니까, 이런 작업등을 통해 표출, 배출될 수 있는 그런 연관된 작업 느낌이 많았는데 그걸 전부다 이어가지 못 했던 것 같다. 

특히 작품을 마치고 나서, 그 힘을 이어서 다음 작업으로 이어나갔으면 더 좋은 지점으로 갔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생각해보면 뭔가 영화의 프롤로그만 만들어 놓고 정작 본편은 안 찍어 놓은 듯한, 그런 느낌이 든다. 지금 다시 작업을 시작하면, 그때 작업해둔, 파 둔 우물에서 실마리를 잡아서 끌고 나갈 것 같다.

 

接[이을 접]-설치이미지, 침대, 비닐, 비디오 아카이브-2015
接[이을 접]-설치이미지, 침대, 비닐, 비디오 아카이브-2015

-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고 있다. 가장 잘 맞는 매체가 있나?

▲ 매체라. 일단 어느 순간 그림 그리기가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마지막 페인팅 작업이 그림을 그리는 것과 그림을 지우는 것에 상호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던 작업이었다. 그러니까 그림을 그려서 만들어내는 결과물에 치중한다기보다는 그림을 그리는 행위에 대해서 고민하는 시점이 있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그림을 그리는 것에서 벗어났던 것 같다. 그림을 그리는 결과물보다는 그림을 그린다는 것에 생각을 더 많이 가지게 되면서. 저는 그림을 그리는 이유가 더 없어졌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자면 지금 주판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걸로 계산을 하지 않지않나. 계산기나 핸드폰 등을 통해서 손쉽고 편하게 지금 시대에 만들어진 물건들을 가지고 활용하잖아요. 저는 제가 다양한 매체를 다룬다고 영상 설치 퍼포먼스로 분류를 하는데 저한테 주어진 것은 결국 캠퍼스나 붓이나 컴퓨터나 그림판이 다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이해하는 게 편한 것 같다.

영상은 보전과 이야기 서술 방식에 있어서 편하게 맞는 것 같고, 저한테 가장 손에 잘 잡히는 것은 이상한 설명일 수도 있는데 생활이에요. 생활에서 오는 일상 용품들이 있잖아요. 그거를 보면서 생각을 끄집어내다 보면은 정말 손에 닿는 물건들이 어떤 조합이나 제가 부여하는 의미 등을 통해서 새롭게 제 작업으로 녹아드는 그런 설치가 제일 편한 것 같다. 그래서 아까 말했던 잠자는 것과 제가 두 개가 돼서 채팅을 하는 것이 바로 그거다. 일상적인 일들이지 않나 잠자는 것과 거울 보는 것.

 

接[이을 접](깨어나자마자 기록하기)-전시광경 침대, 비닐, 비디오 아카이브-2015
接[이을 접](깨어나자마자 기록하기)-전시광경 침대, 비닐, 비디오 아카이브-2015

 

미술업계앞으로 5년 혹은 10년 뒤 어떤 변화가 있을 것 같나

▲ 질문이 일단 너무 커가지고. 저는 제가 가진 예술의 최종 목표가 이게 밥 먹고 물 마시고 하는 것처럼 제가 살면서 가장 편한 일이 되면서 예술을 한다는 것이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서 매일 새로운 깨달음을 받으면서 새롭게 깨달으면서 편하고 행복하게 사는 게 제 중점이다. 예술작품이나 예술의 성취에 있어서 의욕을 가진 다기보다는 행복하게 사는데 예술이라는 수련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상호 관계가 제가 생각하는 꿈꾸는 최적의 상태인 것 같다.

 

이제 미술을 시작하는 후발주자나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말했듯이 제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수련을 하는 의미에서 예술을 한다고 할 때, 이것만큼 더 삶은 깨우칠 수 있는 그런 직업이나 분야가 있을까 싶다. 그래서 예술이 좋은 것 같은데, 이게 또 어렵다. 현실이라는 기준에서 이야기했을 때 예술을 대하는 데 있어서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솔직함으로 대하고 좋아하는 만큼에 한 세 배 정도를 각오하고 했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내가 작업을 했을 때, 작품을 했을 때 이 정도까지 하면 되겠지, 이 정도까지 하면 돼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데, 정말 좋아한다면 그 부분에서 더 노력하고 더 정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지 않을 경우 보통 예상하는 어려움에서 세배 정도가 찾아오더라. 정말 좋아한다면 그걸 이겨냈으면 좋겠다.

뭔가를 함에 있어서 한 번 이상에 고비가 오지 않는가. 말이 그렇지 한 번만 오는 경우는 없다.

예술을 한다는 게 본인 당사자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은 깨우침을 주는 삶의 방식을 만들어 주는 것 같다누가 보기엔 예술가들을 한량으로 볼 수도 있다그런데 진짜 제대로 된 작업을 하는 작가들은 모두 보이는 것과는 다르게 고민하고 더 열심히 살아간다.

 

 

對[대할 대] -유리, 나무, 의자, 파라핀, 백묵 2015
對[대할 대] -유리, 나무, 의자, 파라핀, 백묵 2015

마지막 질문이다추천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 동양화를 하고 있는 기민정 작가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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