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사채 주의보', 검은 손의 유혹...개미지옥 열리나?
'전환사채 주의보', 검은 손의 유혹...개미지옥 열리나?
  • 이남경
  • 승인 2018.0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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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지펀드, 상장기업, 큰손투자자들 CB발행 관심보여...규모증가
- 투자자보호장치 미흡하기에 소액주주들 조심할 필요성 있어
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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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주주들이 코스닥시장에서 전환사채(CB) 발행이 급증하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CB발행이 비정상적으로 많아지고, 보호장치가 미흡해 소액주주들의 피해가능성에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최근 전환사채발행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는 정부의 모험자본육성정책과 관련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금융위가 연이어 내놓은 벤처기업과 사모펀드 지원책이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인 메자닌 시장의 기폭제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흐름이 비정상적이라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해외에서는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지만 국내에서는 메자닌 발행시장이 엄청나게 몸집을 키워가는 등 비정상적으로 많아지는 흐름을 보이기 때문이다. 전환사채의 주가가 떨어지면 주식으로 바꿀 때 적용되는 전환가액을 낮춰 조정할 수 있는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메자닌 발행이 본격화된 것은 2006년부터다. 발행 초기엔 신주인수권부사채(BW) 시장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으나 13년 8월 대주주 편법 승계문제로 분리형 BW발행이 금지됐다. 이때부터 투자자들의 관심은 CB로 옮겨지게 된 것이다.

아울러 코스닥 시장의 메자닌 발행규모가 15년까지만 해도 1조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16년도부터 급격히 규모가 커졌다. 이는 금융위가 15년 10월 헤지펀드 진입 문턱을 낮춰버린 것이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금융위는 자본시장법을 개정했다. 개정 후 헤지펀드 운용업 진입 규제를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완화했다. 아울러 최소 자기자본 기준도 6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낮춰버렸다. 이에 현재는 헤지펀드 운용사 136개, 운용자산 32조2000억원에 이르는 규모가 됐다.

아울러 헤지펀드들은 최소 가입금액 1억원이상의 자산가 자금을 모아 CB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아울러 사모CB는 보호예수 기간 1년이 지나면 일반 주식과 똑같이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채무불이행(디폴트)를 피한다면 주가하락도 원금에 이자까지 받을 수 있다.

유상증자나 회사채 발행 대신 CB를 발행해 상장기업은 자금을 전보다 쉽게 조달할 수 있게 됐다. 이 때문에 ‘큰손’투자자도 모험자본에 비교적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 이에 코스닥 CB와 BW발행 규모가 15년 1조8320억원(232건)에서 17년 3조6363억원(410건)의 수치를 보이며 커졌다. 이어 올해는 메자닌을 주요 운용자산으로 삼는 코스닥벤처펀드가 도입됐다. 이 때문에 벌써 발행규모가 2조억 원을 넘어섰다. 작년보다 훨씬 빠른 속도를 보이며 지금 추세면 올해 6조원을 훨씬 넘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CB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하지만 국내의 이런 흐름을 보고 무작정 투자를 하다간 피해규모가 엄청날 수 있다. 실제 해외 증시에서는 CB발행을 감소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라이노스자산운용에 따르면 2007년 933억달러(약 101조원)에서 미지난해 315억달러(약 34조원)로 급감을 보였다. 또한 동 기간 유럽 증시 상장사의 CB 발행액은 348억달러(약 37조원)에서 226억달러(약 24조원)로 무려 35%가량 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울러 미국 상장사의 CB발행액이 전체 주식시장 시가총액이 약 21조달러로 약 0.15%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국내 코스닥 CB발행 규모는 284조 3420억원으로 2%의 수치로 예상된다. 이는 미국은 CB 발행사의 주가 하락에 따른 전환가 조정 조항이 없고 전환가가 현재 주가보다 높게 발행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CB수요증가에 따라 신용도 낮은 기업들이 CB발행을 통해 자금조달을 늘리면 결국 디폴트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최근 사모 CB는 관련 공시나 기존 투자자 보호장치가 미흡해 보완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때문에 소액투자자들은 피해를 볼 확률이 커지게 된다.

이처럼 국내에서 갑작스레 커지는 CB발행 규모에 현혹돼 투자하는 것보다 현명한 판단 후 투자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무조건적 투자가 이루어진다면 전환사채가 곧 개미투자자들의 무덤이 될 수 있다. 이에 앞으로 CB발행에 대한 조심성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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