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회장 후임, '포스코 잔혹사' 종지부 찍을까
권오준 회장 후임, '포스코 잔혹사' 종지부 찍을까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8.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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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오인환·장인화·최정우, 전직 김진일·김준식·황은연
의외의 외부인사 가능성 배제 못해... '제철보국'·'우향우 정신' 이어갈 인물 나와야

권오준 포스코그룹 회장이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히고 중도 하차했다. 역대 포스코 회장 8명 가운데 임기를 채운 사람은 한 명도 없다. 2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검찰 수사로 불명예 퇴진했다. 후임 회장 자리를 두고 여러 사람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포스코 안팎에서는 박태준 초대회장의 ‘제철보국’, ‘우향우 정신’을 이해하고 외풍에 자유로운 인물이 회장에 올라야 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포스코 내부를 모르는 낙하산으론 내부 개혁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 향후 포스코의 운명을 판가름할 이들을 살펴본다.

회장 하마평 6인방 누구?
권오준 포스코그룹 회장이 지난달 18일 자진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이로써 권 회장은 2017년 이사회에서 3년 연임 승인을 받고 1년 만에 회장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그는 앞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제 8대 포스코 그룹 회장직을 지냈다.

이후 제9대 포스코 회장 하마평에 오르는 인사는 현재 포스코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오인환(60) 사장과 장인화(63) 사장, 최정우(61) 포스코켐텍 사장 등이다. 전직 인사로는 황은연(60) 전 사장, 김진일(65) 전 사장, 김준식(64) 전 사장도 거론된다. 물론 의외의 외부인사가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왼쪽부터) 오인환·장인화 포스코 사장, 최정우 포스코캠텍 사장
(왼쪽부터) 오인환·장인화 포스코 사장, 최정우 포스코캠텍 사장

현직에서는 먼저 포스코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오인환 사장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오 사장은 지난해 2월 철강사업 전반을 총괄하는 철강부문이 신설된 뒤 초대수장을 맡았다. 철강부문장을 담당하면서 포스코 철강사업의 전권을 쥐게 돼 권 회장에 이어 2인자로 통해 포스코 CEO 후계자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 사장은 1958년생으로 김천고와 경북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포스코에 입사한 이래 줄곧 마케팅 업무를 맡았다. 그는 지난 문 대통령 방중 시에 권 회장을 대신해 방중경제인단에 포함돼 ‘정부가 차기 회장으로 낙점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 다음으로 꼽히는 것은 장인화 사장이다. 장 사장은 지난달 이뤄진 조직개편에서 철강생산본부와 경영지원센터를 둔 철강2부문을 맡았다. 오 사장은 철강사업본부와 기술투자본부를 맡게 됐다. 이를 두고 차기 최고경영자(CEO)에 누가 더 적합한지 검증하는 절차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장 사장은 1955년생으로 경기고와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에 입사해 연구소, 신사업, 재무, 철강마케팅 등을 두루 경험한 포스코의 대표적인 기술·투자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올해 사장으로 승진한 경우여서 회장 취임 가능성은 약간 떨어진다는 평가도 나온다.

또 다른 유력인사로 거론되는 사람은 최정우 포스코켐텍 사장이다. 최 사장은 1957년 생으로 부산 동래고와 부산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최 사장은 1983년 포스코에 입사해 작년 3월까지 포스코 CFO로서 부사장을 지냈다. 포스코 내에서 손꼽히는 재무통으로 내부 사정에 밝다는 평가다. 최 사장이 포스코켐텍에서 그룹의 2차 성장 동력인 리튬 관련 음극재 사업을 핵심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 하마평에 오르는 배경이다.

전직 인사 가운데 먼저 황은연 전 사장이 꼽힌다. 황 전 사장은 권오준 회장 뒤를 이을 것으로 유력하게 꼽혔다. 지난해 2월 사장에서 인재창조원장으로 물러났다. 황 전 사장은 1958년 생으로 공주고와 성균관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87년 포항종합제철에 입사해 철강 마케팅 분야에서 잔뼈가 굵다.

황 전 사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황교안 전 총리, 정홍원 전 총리와 성균관대 법대 동문으로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순실 등이 포스코에 배드민턴단 창단을 요구했을 때 황 전 사장이 이를 거부했다는 얘기도 나와 평이 엇갈린다.

포스코에서 대관업무를 담당했던 정민우 전 대외협력실 팀장은 지난 2016년 2월 청와대 앞에서 “무능한 권오준 회장과 정치색이 강한 황은연 사장이 포스코를 벼랑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하며 1인 시위를 벌였다. 당시 정 전 팀장은 권 회장과 황 사장이 권력다툼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하며 경영진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정치권 실세의 배후에 황 사장이 있다”며 “결국 권 회장이 황 사장의 뜻대로 인사를 진행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해 퇴임한 김진일 전 포스코 사장도 거론된다. 김 사장은 권오준 회장의 연임이 확정되기전 차기 포스코 회장 후보로 거론되던 인물이다. 2014년 권오준 회장과 포스코 회장 자리를 두고 경쟁하기도 했다.

김 전 사장은 용산고와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했다. 권오준 회장의 3년 후배로 포항제철소 소장으로 이어지는 포스코 내 전형적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지난해 2월 정기임원인사에서 자리에서 물러나 퇴임했다.

김준식 전 사장도 서울대 금속공학과 출신으로 2014년에 회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는 포스코에서 나와 일진제강 대표이사를 맡기도 했다.

포스코 회장 잔혹사
포스코의 역대 회장 이력을 분석한 결과 역대 정권 교체기마다 포스코 회장들은 임기를 완주하지 못하고 바뀌거나 불명예 퇴진했다. 8명의 역대 회장 중 임기를 채운 회장은 단 한명도 없는 것이다. 포스코 초대회장인 故박태준 회장이 1992년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갈등으로 물러난 것을 시작으로 2대 황경로 회장, 3대 정명식 회장 모두 김영삼 정부에서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4대 김만제 회장은 김영삼 정부에서는 임기를 채웠지만 김대중 정부 들어 중도 사퇴했다. 이후 1996년 취임한 5대 유상부 회장도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사퇴했다.

2003년 취임한 6대 이구택 회장 역시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9년 중도 사퇴했으며, 이구택 회장 후임으로 2009년 선출된 7대 정준양 회장 역시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자진사퇴했다.

특히 포스코 역대 회장들은 3대 정명식 회장과 6대 이구택 회장을 제외하고 모두 검찰 수사로 불명예 퇴진했다. 권오준 현 포스코 회장은 지난 2014년 포스코의 8대 회장으로 선임된 이후 임기 3년을 마치고 2017년 3월 회장에 재선임됐는데, 남은 임기는 오는 2020년 3월까지였다.

권 회장의 교체설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권회장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끊임없이 흘러 나왔다. 재계 일각에서는 재선임 당시 권 회장이 ‘정권이 교체되면 어차피 물러날 것이니 연임에 찬성해 달라’고 이사진을 설득했다는 얘기가 나돌기도 했다.

권 회장은 최순실 씨의 영향력을 등에 업고 ‘문화계 황태자’로 군림한 차은택 씨가 포스코 계열사인 포레카의 지분을 강탈하는 데 관여했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2014년 권오준 회장 선임 과정에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특검은 정준양 당시 포스코그룹 회장이 사의를 밝힌 2013년 11월이후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권 총괄사장을 차기 회장으로 하라”는 김 전 실장의 지시를 받은 것을 확인했다. 특히 특검은 김 전 실장의 지시가 최순실씨 의견을 전달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뜻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의심하고 수사를 해왔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권 회장은 대통령의 해외 순방 경제사절단 명단에서 잇따라 빠지면서 교체설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미국 인도네시아 중국 베트남 등 모든 해외 순방에서 제외됐기 때문. 이번 하차로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절차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포스코 안팎에서는 박태준 초대회장의 ‘제철보국’, ‘우향우 정신’을 부활시켜 포스코를 국민의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게 할 인물이 회장에 올라야 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포스코 차기 회장 후보를 뽑는 ‘CEO 승계 카운슬’은 23일 1차 회의를 열고 후보군 물색에 들어갔다. 카운슬은 내부 인사 외에 주주와 포스코 퇴직 임원 모임 등이 추천하는 인사도 후보 대상으로 올리기로 했다. 카운슬이 회장 후보군을 ‘CEO 후보추천위원회’에 추천하면, 후보추천위원회가 이 중 1명을 골라 이사회에 제안한다. 포스코는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간을 최대한 서두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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