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날 교체한 금융당국과 삼성의 끝나지 않은 ‘전쟁’
칼날 교체한 금융당국과 삼성의 끝나지 않은 ‘전쟁’
  • 오혁진 기자
  • 승인 2018.0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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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증권신문 정치사회부-오혁진 기자] 금융당국과 삼성의 전쟁이 절정에 이르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금융사의 대기업 계열사 주식 소유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삼성생명을 겨냥한 발언이다. 금융감독원은 3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2015년 재무제표를 수정하라고 요구했다. 두 회사 모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승계 구조와 연관된 삼성 계열사다. 금융당국이 이재용 부회장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은 금융당국의 지적에 반박하고 있다. 금융당국과 삼성의 갈등 내막에 대해 알아본다.

금감원, 삼성바이오로직스 ‘공격’

금융감독원은 3일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로직스)에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에 대한 2015년 공정가치 평가 취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정가치 평가를 통해 4조5436억 원 투자이익으로 기재한 것을 종전과 같이 2000억 원대 순자산지분 금액 평가로 돌리라는 것이다. 로직스가 금감원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투자이익으로 분류했던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가 다시 종속회사로 전환된다. 1조9000억여 원에 달한 순이익은 2100억원 규모 적자로 전환된다.

앞서 금감원은 로직스가 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전환할 만한 이유가 없었다고 파악해왔다. 로직스가 고의적으로 분식회계를 했다는 것이 금감원의 판단이다.

이에 대해 삼성바이오는 “주식가치를 재평가할만한 사정이 있었다”며 “분식회계는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최종 결정은 금융위의 감리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이뤄진다. 회계처리 위반 금액이 자본의 2.5%를 넘어가면 상장심사 대상에 들어가 주식 거래가 정지될 수 있다.

금감원의 판단을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에서도 받아들일 경우 대우조선해양의 재무제표 수정 사태와 비슷한 수준의 여파가 예상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에피스에 대한 회계기준 변경을 통해 2014년 997억 원 순손실에서 2015년 1조9049억 원 순이익으로 흑자전환했다.

에피스에 대한 공정가치 평가를 취소하면 이익이 아니라 약 2143억 원 규모의 순손실(법인세 차감 전)로 전환한다. 에피스에 대한 투자이익 4조5436억 원이 사라지고 이 회계기준 변경으로 인해 합작사인 바이오젠과의 콜옵션 계약에 따른 파생상품평가손실(1조8204억 원)을 반영한 부분도 제외한 결과다. 원래대로라면 2011~2015년은 물론 지난해까지 7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은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다 2015년 갑자기 1조9천억원 규모의 흑자기업으로 변신했다는 사실이다. 적자 기업이 1조원대의 흑자 기업으로 변신한 이유는 삼성바이오가 보유한 자회사 바이오에피스 주식가치를 다르게 평가하면서 자산이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로직스는 자신들이 보유한 에피스 주식을 2014년까지 4천600억원이라고 회계장부에 기록했다. 그런데 2015년 갑자기 지분가치를 10배나 높게 잡아 4조5천억원으로 기입했다.

참여연대에서는 로직스가 주식가치를 뻥튀기한 것에 대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승계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로직스의 자산이 많아야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로직스의 최대주주는 제일모직이었다. 이재용 부회장은 제일모직의 최대주주로 지분 23%를 보유하고 있었다. 2015년 삼성물산과 합병을 앞둔 제일모직은 자산이 크면 클수록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다. 두 회사가 합병할 때 양측의 자산 규모를 비교해 주식 1주당 상대 기업의 주식 가치를 측정하기 때문이다. 제일모직 1주의 가치가 높으면 높을수록 상대적으로 삼성물산의 주식가치는 낮아지고 이재용 부회장의 제일모직 보유 지분이 높게 평가받을 수 있는 것이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주식 가치의 차이가 심하다는 비판이 제기됐으나 결국 제일모직 주식 1주의 가치가 삼성물산 3주의 가치에 해당한다고 결론났다. 특히 이 과정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삼성물산의 대주주 국민연금공단은 손해를 보는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합병 찬성’에 투표했다. 당시 국민연금공단이 합병에 찬성한 근거 중 하나가 바로 제일모직이 소유한 로직스 주식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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