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의 분노 “삼성에게 노조원은 개·돼지였다”
[기자수첩]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의 분노 “삼성에게 노조원은 개·돼지였다”
  • 오혁진 기자
  • 승인 2018.0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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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삼성 노조 와해 핵심 피의자 영장 기각
검찰 "재판부 판단 이해불가...매우 유감"

[한국증권신문 정치사회부-오혁진 기자] 삼성 무노조 경영에 맞섰던 노조원 염호석(당시 35세)씨가 목숨을 끊은 지 4년이 돼간다. 염 씨는 지난 2014년 5월 17일 세상을 떠났다. 문제는 삼성전자서비스 총괄TF의 악랄한 행보다. 염 씨의 사망에 대해 노조원 1명이 탈퇴했다고 ‘실적보고’한 것. 삼성이 노조원들을 ‘물품’으로 인식하고 노조와해 공작인 속칭 삼성 그린화 작업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서비스 총괄TF는 삼성 노조 와해 컨트롤타워로 현재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노조 활동이 활발한 서비스센터의 폐업을 유도하는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이에 검찰은 노조와해 공작을 지시·이행 의혹을 받는 삼성전자서비스 임원과 전·현직 협력사 대표(지역센터장) 등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하고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노동계는 재판부가 삼성의 ‘개·돼지’였다고 비판한다. 재판부마저 약자들의 목소리를 짓밟았기 때문이다.

삼성 노조원은 ‘개·돼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는 지난 2013년 출범했다. 삼성은 총괄TF를 만들어 즉각 대응에 나섰다. 총괄TF는 각 서비스센터로부터 매주 노조가입 및 탈퇴 내역이 담긴 ‘이슈 보고’라는 이름의 주간보고서를 받아왔다. 실제로 경남 양산센터 대표 도 모 씨는 노조 분회장을 맡고 있던 염 씨가 목숨을 끊자 ‘그린화 실적표’에 “노조원 1명 탈퇴”라고 기재해 총괄TF에 보고했다.

검찰은 도 대표가 숨진 염 씨의 ‘노조장’을 막으려 염 씨 아버지에게 약 6억원을 건네고 염 씨 주검을 화장하도록 회유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검찰은 이 돈의 출처가 삼성전자서비스 본사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도 대표는 염 씨 장례 기간에도 자신이 노조원 4명을 탈퇴시켰다는 것을 증명하는 서류를 총괄TF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괄TF의 악랄한 행태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노조원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이를 노조 파괴 공작에 활용했다. 부산 광명해운대센터 유 모 전 대표는 2014년 폐업 후 노조 탈퇴자를 대상으로 ‘화이트 리스트’ 명단을 만들었다. 노조를 탈퇴한 사람들을 다른 센터로 재취업이 가능하도록 추천서를 써주는 방식이었다. 이를 두고 노동계에서는 “결사의 자유와 생존권을 맞바꾸라는 강요”라고 비판이 나온다.

노동계 관계자는 “삼성에게 노조원은 눈엣가시였다는 반증이다. 개·돼지로 여겼다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 A씨는 "정말 사는 것이 개·돼지와 같았다. 노조를 탈퇴하지 않으면 삶이 힘들었다. 우리가 겪어온 고통이 삼성전자 측이 직접 움직여 우릴 압박했다는 반증"이라고 주장했다.

광명해운대센터는 폐업 당시 ‘경영상의 어려움’을 들었다. 하지만 최근 검찰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된 문건 등을 통해 ‘경영상의 어려움’은 사실상 거짓으로 드러나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가 광명해운대센터 쪽에 ‘센터장이 경영난 등을 이유로 폐업하는 것임을 분명히 하라’고 지시하는 등 노조 활동을 막기 위한 회사 차원의 위장폐업이었다는 것이다.

노동조합법(제81조)은 ‘근로자가 노동조합에 가입 또는 가입하려고 한 것을 이유로 해고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삼성이 자신의 막강한 힘을 악용해 힘 없는 노동자들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넘어 생존권까지 위협한 사건”이라고 했다.

약자 외면 재판부...삼성의 ‘개·돼지’인가

검찰은 노조와해 공작을 지시·이행 의혹을 받는 삼성전자서비스 임원과 전·현직 협력사 대표(지역센터장) 등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3일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전날 오전 삼성전자서비스 윤모 상무와 전 해운대서비스센터 대표 유 씨, 양산서비스센터 대표 도 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김성훈 부장검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의 혐의로 이들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윤 상무는 2013년 7월∼2015년 말 노조 대응 조직인 '종합상황실' 실장 등으로 일하며 노조와해를 뜻하는 이른바 '그린화' 작업의 실무를 주도했다고 봤다. 그러나 박 판사는 "조직적 범죄인 이 사건 범행에서 피의자가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 수사 진행 경과 등에 비춰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전 해운대센터 대표 유씨는 2014년 윤 상무가 추진한 해운대센터 위장 폐업 계획을 이행하고 그 대가로 수억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영장이 청구됐다. 양산센터 대표 도씨는 2014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조원 염호석씨 부친을 6억원으로 회유해 노동조합장 대신 가족장을 치르고 주검을 화장하게 한 의혹이 있다.

이들에 대해 박 판사는 "일부 범죄혐의에 대한 다툼의 여지, 도망 및 증거인멸의 가능성 등에 비춰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피의자들의 신병을 확보한 뒤 삼성전자서비스와 모회사 삼성전자, 삼성그룹 등 윗선으로 수사를 확대하려 했던 검찰의 계획은 시작부터 어긋나게 됐다.

특히 윤 상무는 일선에서 '그린화' 작업을 지휘한 장본인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또 삼성전자 등이 노조와해 공작에 얼마나 개입했는지 밝히기 위해 추가 조사가 필요한 핵심 피의자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압수수색과 조사를 통해 증거가 거의 완벽하게 확보됐기에 별다른 다툼의 여지도 있기 어려워 보이므로 영장기각을 쉽게 납득하기 어렵고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윤 상무는 기획 폐업을 하는 등 '그린화' 작업을 지능적으로 장기간 직접 수행한 사실이 확인됐다. 도 씨의 경우 노조원 사망조차 '그린화 실적'으로 보고하는 등 사안이 매우 중하다"며 "영장기각에 굴하지 않고 흔들림 없이 실체 규명을 위해 철저히 계속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법원의 영장기각 사유를 분석한 뒤 재청구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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