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압박에 숨통 막히는 이재용...왜?
공정위 압박에 숨통 막히는 이재용...왜?
  • 오혁진 기자
  • 승인 2018.0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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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한국증권신문 정치사회부-오혁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숨통이 막히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 총수를 이건희 부회장에서 이 부회장으로 변경한 것이다. 이는 이건희 회장이 짊어져야할 짐을 이 부회장이 짊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1일 공정위는 대기업 집단 동일인 경영실태를 조사한 결과 62개 회사가 소속된 삼성의 동일인을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그 이유로 이 회장이 와병으로 일체 경영활동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점 등을 꼽았다.

또 이 회장 와병 이후 주요 인수합병이 이뤄진 점과 미래전략실을 해체한 점 등도 이 부회장을 총수로 지목한 이유로 제시했다. 삼성 측은 "공정위가 나름 기준에 따라 정한 만큼 회사가 입장을 밝힐 사안이 아니다"고 했다. 이 부회장으로 총수가 바뀌더라도 현재 삼성 경영 상태에는 변화가 없다. 이 회장이 있을 당시와 계열사 현황도 그대로인 만큼 크게 바뀔 게 없다는 설명이다.
 
재계에선 공정위의 조치에 이 회장 대신 이 부회장에게 사익 편취 금지 등의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실상 이 부회장을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당장 순환출자 해소나 금산분리 등의 요구를 이 부회장에 직접 할 수 있다. 실제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메시지를 최근 밝히기도 했다. 

삼성은 이미 순환출자 고리 해소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달 10일 삼성SDI가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삼성물산 주식 404만 여주 전량을 매각, 삼성그룹 내 순환출자 고리 7개 가운데 3개를 끊었다. 나머지 4개 고리 역시 삼성전기와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을 매각하면 사라지게 된다.

금산분리는 삼성 총수일가의 지배구조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만큼 이 부회장 입장에서는 난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라고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당장 계열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10%에 이르는 삼성전자 지분을 3% 이내로 낮춰야 한다.

두 금융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20.21%는 13%대까지 떨어진고 이 부회장 지배력도 덩달아 떨어진다. 

이 부회장이 두 금융계열사가 매각한 지분을 현금으로 매입한다면 현재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다. 문제는 이 부회장이 23조원의 현금을 준비해야한다는 것이다.

재계에선 이 부회장이 지분율을 맞추는 데에 삼성물산을 이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전량인 43.44%를 팔아 약 14조원 가량의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한 뒤 삼성SDS와 삼성물산 지분 일부를 매각해 약 3조원 가량의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한다는 것이다. 나머지는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소각으로 지분율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 과정에 엘리엇과 같은 헤지펀드가 개입하면 상황은 꼬인다.

삼성물산 역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 매입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정부 쪽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현재 와병 중인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금산분리 등 정부의 지배구조 개편 압박을 피해갈 방법이 없다"며 "여기에 또 나중에 있을 상속세 납부까지 더하면, 현재 지배력을 유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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