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삼성 충성 적폐세력 문재인 정부 망친다
[기자수첩] 삼성 충성 적폐세력 문재인 정부 망친다
  • 오혁진 기자
  • 승인 2018.0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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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삼성에 무릎 꿇은 적폐와 같았다"
장충기
장충기

[한국증권신문 정치사회부-오혁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났을 때 대부분의 국민들은 분노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최악의 심판’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고 정신 차리지 못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은 ‘이제라도 다행’이라고 했다. 한국당은 왜 최순실 국정농단의 중심에 있던 이 부회장이 풀려난 것에 대해 안도했을까. 찔리는 것이 있을까? 그 중심에는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이 있다. 장충기는 삼성 내부에서 최고 실세로 손꼽히는 사람이다. 수많은 언론인과 정·재계 관계자들이 장충기에게 안부를 여쭙거나 머리를 조아리는 등 권력에 양심을 팔았다. 장충기의 모든 행보는 이재용 부회장에 경영권 승계를 위해 움직였다. 이는 곧 정치, 언론 권력이 장충기를 통해 삼성공화국에 충성한 부역자라는 것이다.

이는 본지 기자도 경험했다. 지난 2016년 ‘이건희 성매매 사건’을 보도한 이후 삼성 미래전략실은 본지 사무실로 선물을 보냈다. 선물 안에는 ‘삼성 미래전략실 000 드림'이라고 적혀있었다. 본지 기자도 절대 권력에 무릎 꿇은 적이 있다는 것이다. 당시 애송이 기자였던 내게 삼성 미래전략실이 선물을 보냈다는 것은 나보다 힘있고 권력 있는 기자들에겐 얼마만큼 로비행위가 이루어졌다는 것을 상상할 수 있다. 나는 반성한다. 

세상에는 절대 권력이 있다. 이른바 '완장'이다. 정치, 경제, 법조 권력 등을 쥔 세력을 말한다. 이들은 완장을 찬 뒤 자신을 잊어버리고, 완장의 주인을 위해 개처럼 움직인다. 정치권력은 사라졌다. 현재 절대 권력은 재벌 권력이다. 정치권력은 5년이다. 재벌권력은 대물림이 되고 있다. 결국 대물림되고 있는 권력이 정치권력을 삼켜버린 것이다. 정치, 법조 권력 등은 재벌 권력 앞에서 개처럼 움직이며 살아가고 있다.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이 아닌  삼성공화국인 것이다.

나는 완장이 없는 삼류기자다. 지금 각오한다. 절대권력과 맞서 싸우는 것은 '완장권력'이 아닌 촛불같은 민심이라는 사실을. 이제 나는 삼성이라는 삼성이라는 ‘절대 권력’에 맞서려한다. 이재용과 장충기 체제의 삼성이 저지른 악행은 심각하다. 그 심각성을 고발함으로써 나의 반성과 새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기대해보고자 한다.

“장충기 문자 속 그들은 애완견 같았다”

뉴스타파는 지난 22일 장충기 문자의 전문을 공개했다. 장충기 문자에는 역대 기획재정부 장관들의 이름이 줄줄이 등장한다. 장충기는 이들에게 선물을 보내거나 골프를 치며 삼성 관련 현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양균 전 기획예산처 장관은 노무현 정부시절 사람이다. 변 전 장관은 장충기에게 ‘장대감’이라고 부르며 골프를 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변 전 장관은 2015년 2월 장충기로부터 어떤 부탁을 받는다. 당시 삼성은 박영선 의원이 제출한 일명 ‘이학수법’ 문제로 곤혹스러웠다. 횡령·배임 등으로 취득한 이익이 50억 원을 넘을 경우 국가가 이를 환수하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사실상 삼성그룹 사주 일가를 겨냥한 법이었다.

이학수법은 안타깝게도 국회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했다. 삼성이 변 전 장관을 로비창구로 쓴 후 당시 야권을 설득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기획예산처 장관을 지낸 박봉흠 씨도 장충기와 상당히 친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골프와 식사 모임을 수시로 가졌다는 것이다.

뉴스타파 방송화면 켑쳐
뉴스타파 방송화면 켑쳐

박재완 전 기재부장관은 MB시절 최고 실세 중 한 사람이다. 대통령 정무수석과 국정기획수석, 고용노동부 장관을 거쳐 기재부장관이 됐다. 2015년 10월 12일, 박 전 장관은 장충기를 형님이라고 부르며 삼성 관계자의 추천서를 부탁했다. 골프 예약도 수시로 부탁했다.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성균관대 국정관리대학원이 장충기 의 도움으로 미주 지역의 최대 지역개발 금융기구인 미주개발은행이 주관하는 사업의 운영자로 선정됐다며 감사하다는 문자를 보낸 것도 확인됐다.

박 전 장관은 노동부 장관 시절인 2010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삼성전자 공장 노동자들의 백혈병 발병에 대해 “직원들의 백혈병 발병과 노동환경 사이에는 통계적 관련성이 없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뉴스타파 방송화면 켑쳐
뉴스타파 방송화면 켑쳐

노무현 정부에서 금융감독위원장을 지내고 MB시절 기재부 장관을 지낸 윤증현 전 장관은 장충기에게 오페라 티켓과 일류 골프장 이용권, 최신형 휴대폰 등을 선물로 받았다.

윤 전 장관은 기재부 장관 재임 시절 삼성의 최대 현안이었던 삼성생명 상장을 도와주는 결정으로 이건희 일가에 4조원이 넘는 상장이익이 돌아가는 등 ‘삼성 도우미’라는 평가를 받았다.

윤 전 장관은 박근헤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가 시작된 직후인 2016년 11월에는 삼성 합병을 찬성한 국민연금의 결정이 자국기업 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였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MB 때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도 장충기와 연관이 많다.

2015년 7월, 강만수는 ‘파이오니아인베스터즈’라는 이름의 사모펀드를 만들었다. 장충기에게 문자를 보낸 시기는 이 사모펀드에 참여할 투자자를 모집하던 때였다. 2016년 12월, 강만수는 산업은행장 재직 시절 비리 혐의로 구속됐고 이후 그의 사모펀드는 폐업했다.

전·현직 의원들도 ‘장충기’랑 친해

현재는 구속된 ‘친박’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도 장충기와 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장충기는  최 의원에게 2015년 6월, 메르스 문제로 의논하고 싶다는 문자를 보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메르스 사태에 대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기 이틀 전의 일이었다. 당시 최 의원은 국무총리 직무대행을 겸해 메르스 사태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었다.

뉴스타파 방송화면 켑쳐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2015년 10월, 장충기에게 삼성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인사 청탁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 의원은 장충기에게 수험생의 정보를 전달했다.

뉴스타파가 공개한 ‘장충기 문자’ 윤 의원이 2015년 10월 13일에 부탁했다는 말이 있다. 윤 의원이 삼성중공업에 지원한 송 모 씨의 채용을 부탁했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10여일 뒤에는 해당 수험생의 채용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장충기에게 다시 보고된다. 6일 후 마지막 채용청탁 문자가 장충기에게 전달됐다.

윤 의원은 뉴스타파를 통해 수험생이 누구인지 기억에 없고 심사결과를 물어봤을 순 있겠지만 채용부탁을 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기억이 없다”라는 말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포함해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툭하면 썼던 말이다.

장충기와 친했던 사람 중에서는 현재 여권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있었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6년 7월 대학로의 한 극장에서 열린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에 초대된 무용수 홍 모 씨의 어머니 안 모 미디어 제작사 대표가 장충기에게 연락을 했다. 문제는 안 씨가 장충기에게 “설훈 의원의 소개로 연락드린다”고 연락한 것이다.

삼성은 이 공연에 1천만 원 가량을 협찬했다. 설훈 의원은 장충기와 중학교 동기다. 설 의원은 뉴스타파를 통해 “내가 편취한 것도 아니고 공연 프로그램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연결해준 것이어서 문제될 것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우제창 전 민주당 의원도 장충기와 친한 듯하다. 앞서 우 전 의원은 삼성 장학생과 현대 장학생은 더 이상 안 된다며 재벌개혁을 외쳤던 인물이다. 그러나 우 전 의원은 의원직을 마치고 삼성에 광고를 요청하는 등 뒤바뀐 행보를 보였다.

절대 권력은 없다. 앞서 말한대로 권력도 권불오년, 이른바 재벌권력도 '대마불사' 대한항공이 무너지듯이 공정하고, 공의롭지 못하면 무너질 것이다. 나는 재벌이 무너지는 것이 대한민국의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 알의 밀알이 떨어져 더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것을 믿는다. 삼성이 무너지면 더 많은 삼성이 대한민국에 만들어질 것이고,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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