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無노조 원칙 ‘와르르’...이재용 재판 부담됐나
삼성, 無노조 원칙 ‘와르르’...이재용 재판 부담됐나
  • 오혁진 기자
  • 승인 2018.0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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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의 무노조 신화가 깨졌다.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 절대로 노조는 안된다". 삼성의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말이다. 이병철 회장은 무노조경영과 신상필벌 정책을 통해 삼성을 경영했다. 이는 유훈처럼 삼성가의 철학이 됐다. 이건희 회장을 비롯해 범 삼성家에서 무노조원칙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의 노조 설립은 이병철-이건희로 이어지던 '무노조 신화'의 종지부를 알리는 것이며, 삼성의 변화에 시작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그룹의 무노조 신화가 깨졌다.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 절대로 노조는 안된다". 삼성의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말이다. 이병철 회장은 무노조경영과 신상필벌 정책을 통해 삼성을 경영했다. 이는 유훈처럼 삼성가의 철학이 됐다. 이건희 회장을 비롯해 범 삼성家에서 무노조원칙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의 노조 설립은 이병철-이건희로 이어지던 '무노조 신화'의 종지부를 알리는 것이며, 삼성의 변화에 시작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증권신문 정치사회부-오혁진 기자] 삼성의 80년 無노조 경영이 막을 내렸다. 8000여명의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노조도 인정하겠다고 17일 밝힌 것이다. 재계에서는 삼성의 이 같은 결단이 이재용 부회장이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과 사정의 쌍칼이 이재용 부회장을 겨누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뇌물 혐의 등으로 대법원 재판이 진행 중이다. 특히 최근에는 검찰수사로 ‘노조 와해’문건이 드러나면서 ‘이재용 감옥 리턴’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이 깬 삼성의 무노조 경영 내막에 대해 알아본다.

무노조 경영 ‘와르르’

삼성이 17일 삼성전자서비스와 함께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직접고용 전환은 80년간 고수해온 삼성의 무노조경영이 사실상 폐기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날 삼성전자는 오후 2시 삼성전자서비스 등에서 일하는 협력업체 소속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공식 발표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오늘 오후 삼성전자서비스 관련 중대 발표가 있을 예정이다. 다만 세부 내용은 보안을 유지 중이다”며 사실상 시인했다.
삼성은 간접고용 노동자의 직접고용 전환에 대해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 사전 협의를 했고, 세부 내용에 관해 합의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직접 고용하는 노동자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소속 서비스기사와 콜센터 직원, 자재조달 협력업체 노동자 등 총 1만명에 달해, 단일 기업으로는 최대 규모다.

이번 결정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종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6년 12월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모든 일에 막중한 책임을 느끼고 있고 앞으로 모든 저희 사업장 말고도 협력사까지도 작업환경이나 사업환경을 챙기겠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호소드린다고 말하자 “되도록이면 많은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동안 현대차, SK, LG 등 다른 대기업들은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본사 또는 자회사의 직접고용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재계 1위 삼성은 간접고용을 고수했다.

무너진 無노조 경영 왜

삼성의 결단은 곧 이 부회장의 결단이나 마찬가지다. 이 부회장의 결단이 삼성의 무노조 경영 원칙을 깬 것이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결단을 내린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부회장의 뇌물 혐의 대법원 선고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검찰의 노조파괴 문건 수사가 최근 확대되면서 큰 부담을 느꼈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문재인 정부에 한 번 고개를 숙인 듯하다. 그러나 삼성은 삼성이다. 언제 반격할지 모른다”며 “삼성이 잠시 백기를 들었다 하더라도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한다”고 강조했다.

법조게에서는 삼성의 노조 와해 문건이 이 부회장을 다시 감옥으로 ‘리턴’시킬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이 삼성 고위 관계자들까지 소환조사 하기로 하면서 이 부회장이 조사받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삼성 고위 관계자들을 참고인으로 조사한다 했으나 언제 피의자신분으로 전환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 부회장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노동자 등골 빼먹기

삼성은 노조와해 문건뿐만 아니라 지역센터를 위장 폐업시키고 대표에게 권리금을 챙겨주는 등 부도덕한 행태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자들을 압박했던 것도 모자라 씹어 먹었다는 비판이다. 

삼성은 지금껏 협력업체에 대한 ‘불법파견’을 부인해왔다. 그러나 지난 16일 검찰이 압수한 ‘광명해운대센터 직장폐쇄 선제전략’ 문건에 따르면 삼성은 노동자 전체가 조합원인 지역 센터를 폐업하도록 유도하고, 위장폐업 이후에는 센터 대표에게 권리금까지 챙겨줬다. 특히 이 문건에는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이사의 서명까지 기재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광명해운대센터는 2014년 2월 개인 사정과 경영상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돌연 폐업을 공고했다. 이 센터는 2013년 7월 삼성전자서비스 노조가 설립될 당시 전체 내·외근 노동자 44명이 조합에 가입한 곳이다.

당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는 위장 폐업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서비스는 본사와 관계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삼성전자서비스가 작성한 문건에는 ‘센터장이 경영난 등을 이유로 센터를 폐업하는 것임을 분명히 하라’는 내용과 함께 ‘갑자기 회사를 잃게 된 협력업체(센터) 대표이사의 권리금을 어떻게 보상해줄 것인지’ 등을 검토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협력업체가 본사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던 삼성전자서비스가 노조 활동이 활발한 센터를 위장폐업 형식으로 아예 없애버린 셈이다. 이후 충남 아산센터와 경기 이천센터 역시 마찬가지의 이유로 위장폐업이 진행됐다.

한편 검찰이 이번 문건과 별도로 압수한 삼성전자서비스의 ‘마스터플랜’ 문건에도 각 협력업체에 내려보낼 ‘폐업공고문’과 ‘경고문’ 양식이 미리 정해져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의 원청이 아니라면 노조 와해 공작을 왜 이렇게 적극적으로 벌였는지 설명되지 않는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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