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사’ 셀프배당, 오너일가만 배부르다
‘비상장사’ 셀프배당, 오너일가만 배부르다
  • 이남경 인턴기자
  • 승인 2018.0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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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영 이중근 회장 비자금 조성-배임 혐의로 재판 중에도 배당금 약 600억 원으로 1위
- 동은피에프, 교보생명그룹, 스마일게이트, 아주그룹 등 그 뒤를 이어 100억 원 이상 받아
- 금융위, 비상장사 외부감사 대상 기준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할 것으로 밝혀

지난 15일 재벌닷컴과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7 회계연도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비상장사의 대주주와 특수 관계인 중 배당금 100억 원 이상을 받은 사람은 모두 10명이었다.  이중 가장 많은 배당금을 받은 사람은 비자금 조성과 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부영의 이중근 회장이었다.

부영은 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율을 나타내는 배당 성향이 업계 최고 수준이다. 배당성향은 상장사의 경우 10% 안팎이다. 하지만 부영은 작년 배당성향이 14.1%를 나타냈다. 이는 2015년 6.9%에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또한 주택 임대 사업으로 성장한 부영은 자산 규모가 16조원에 달한다. 재계 21위 수준이다. 계열사는 부영주택, 부영컨트리클럽(CC), 무주덕유산리조트를 포함해 15개이다. 이중 상장 기업은 한 곳도 없다. 무엇보다 이중근 회장과 일가족이 대부분 90% 넘는 지분을 보유하고 경영권을 쥐고 있다. 나머지는 이성훈 부영주택 부사장, 차남 이성욱 부영주택 전무, 삼남 이성한 부영엔터테인먼트 대표가 나눠 갖고 있다.

이번 배당에 있어 이 회장은 동광주택산업(307억 3000만 원), 부영(177억 9000만 원), 광영토건(85억 7000만 원), 부영대부파이낸스(19억 3000만 원). 대화도시가스(9억 5000만 원)등에서 각각 배당금을 받았다. 이렇게 (주)부영 등 비상장 계열사에서 중간배당을 포함해 받은 총 배당금은 599억 6000만원, 약 600억에 달했다. 이회장이 지난 해 받은 배당금 270억 3000만원의 두 배 이상 많았다.

이 중 동광주택산업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60억원으로 전년(1437억원)보다 급감했지만 자회사인 동광주택에서 받은 중간과 결산 배당금 중 무려 90%를 이 회장에게 배당했다.

이어 최성욱 동은피에프 대표이사는 최연학 연호전자 회장의 아들로 지난해 비상장 주식 보유 덕에 400억원의 배당금을 받아 이 회장을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배당금을 받았다.

그 뒤를 신창재 교보생명그룹 회장이 따랐다. 신 회장은 33.78% 지분을 보유한 교보생명보험에서 346억3000만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그 다음은 최연학 회장으로 70%의 지분을 가진 연호전자에서 210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아울러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회장은 스마일게이트홀딩스에서 149억1000만원을, 문규영 아주그룹 회장은 148억6000만원을 받았다. 게임회사 넥슨의 김정주 회장은 사상 최대 실적을 낸 ㈜NXC에서 배당금으로 141억1000만원을 받았다.

이 외에 박한길 ㈜애터미 대표이사(126억9000만원), 유상덕 삼탄 회장(126억1000만원),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124억9000만원) 등도 100억 원대 배당금을 받았다.

그렇다면 이들이 이번 비상장사 100억 원 이상의 배당금을 받은 최대 수혜자가 될 수 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렇게 비상장 대주주, 특수 관계인들이 배당금을 많이 챙길 수 있는 이유는 비상장회사들은 오너 중심으로 기업이 움직이다 보니 상장사보다 배당성향이 일반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또한 소액주주들과 수익을 공유할 필요가 없는 것도 배당성향이 높을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다.

또한 이 배당금들은 자녀들의 주머니를 채우는 용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배당금 지급에 인색하던 비상장 기업들도 후계구도를 잡기 위해 배당금을 늘려 현금 확보에 힘을 실어주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중견건설사들은 제도적 허점을 이용한 공공택지 독식 등으로 주택시장 호황기에 급성장했다. 하지만 오너일가 중심의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구태 경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편법으로 벌어들인 이익의 상당수를 배당금으로 오너일가에게 지급한다. 하지만 이들은 비상장회사인 덕분에 누구의 견제도 받지 않는다.

결국 비상장회사들은 오너일가들만 배부를 수 있는 구조가 되기 쉬워진다.

이에 앞으로 금융위원회는 비상장사 외부감사 대상 기준이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감사인 지정제와 회사별 감사위원회의 역할이 강화되고, 회계감독은 사후 제재에서 적시에 오류를 수정하는 방식으로 개편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지난 8일 금융위원회는 오는 11월 시행되는 외부감사법 전부 개정 법률의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비상장사는 자산과 부채, 매출액, 종업원 수 중 3개 이상이 일정 규모 이하일 때만 외부감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결국 기업은 이번 기준 강화에 의해 자산이나 부채 등을 자의적으로 낮춰 외부감사 의무 대상에서 빠지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또 외부감사 대상 기준에 매출액을 포함해 소비자나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기업의 회계 투명성도 강화된다.

주식회사 뿐 아니라 유한회사도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 아울러 외부감사 결과는 공시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에 유한회사로 설립되거나 전환된 글로벌 기업도 주식회사와 같은 수준으로 재무제표를 공시해야만 한다.

이렇게 오너일가들만 배부를 수 있는 구조를 금융위가 직접 나서 사전차단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앞으로 비상장사들의 오너일가가 이 배당금을 유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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