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현대산업개발, 누가 부동산신탁업 판 바꿀까
신한금융-현대산업개발, 누가 부동산신탁업 판 바꿀까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8.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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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지주와 현대산업개발이 생보부동산신탁 지분 50% 인수전에서 유력 인수 후보로 부각됐다. 현재 부동산 신탁업계는 한국토지신탁과 한국자산신탁이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이번 인수전의 거래가 성사될 경우 업계 내 지각변동이 일 전망이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계열사인 생보부동산신탁 지분 50% 매각 주관사로 삼성증권을 선정하고 딜을 진행 중이다.

생보부동산신탁은 지난 1998년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이 지분 5050으로 설립했다. 올초 예비입찰에는 10여 곳의 국내 금융회사와 건설사, 사모펀드(PEF) 운용사, 부동산개발회사 등이 참여했다.

주관사인 삼성증권은 신한금융지주와 현대산업개발을 등 5곳을 적격인수후보(쇼트리스트)로 선정해 경쟁호가방식(프로그레시브딜)의 최종 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매각금액은 1000억원 전후로 예상된다.

현재 업계에선 신한금융과 현대산업개발이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특히 건설사인 현대산업개발보다는 금융사인 신한금융지주가 더 유리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동산신탁회사는 금융회사로 분류돼 있기 때문이다. 지분 인수를 위해선 금융위원회의 승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각 신한리츠운용을 설립하는 등 부동산금융 사업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더욱이 신한금융지주가 KB금융지주와 업계 1위를 다투는 상황에서 부동산신탁업 진출과 동시에 몸집도 부풀릴 수 있는 기회다. KB금융은 계열사인 KB부동산신탁을 통해 이미 관련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또 교보생명과의 전략적 제휴도 노릴 수 있다. 교보생명은 보유 지분을 함께 매각할지, 새 인수자와 공동 경영할지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산업개발도 생보부동산신탁 인수에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다. 현대산업개발은 종합부동산개발회사(디벨로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계열사 HDC자산운용이 지난해 부동산 자산관리회사(리츠) 설립 인가를 받았고 최근에는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114까지 인수했다.

부동산신탁사업은 부동산 소유자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부동산의 관리·처분·개발을 위탁받는 것을 말한다. 수익성이 높은데다 성장 속도도 빠르다. 국내 11개 부동산신탁회사가 지난해 거둔 순이익은 전년보다 28.7% 늘어난 5061억원이었다. 이는 사상 최고치다.

이 가운데 한국토지신탁과 한국자산신탁이 절반 가까운 비중을 차지한다. 생보부동산신탁은 200억원대 수준으로 하위권에 그쳐있다. 업계는 생보부동산신탁이 업계 1~2위인 이들을 위협할 것이란 분석도 내놓는다.

정부는 2009년 코리아신탁과 무궁화신탁 인가 이후 9년간 신규 업체 진입을 제한해왔다. 그러나 올해에는 2~3개의 부동산신탁회사 면허를 새로 발급해 경쟁을 유도할 방침이다. 기존 부동산신탁회사들의 자기자본이익률(ROE)20%를 넘을 정도로 수익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신규 진입 가능성이 있는데도 PE들과 부동산개발회사 등이 생보부동산신탁 지분 인수에 나선 것은 초기 비용이 덜 들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신규 업체 진입으로 향후 신탁회사의 경쟁이 치열해져 수익률이 조정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삼성생명의 생보부동산신탁 지분 매각은 사업구조 개편을 위한 작업으로 해석된다. 특히 삼성생명은 부동산 투자업을 영위하는 삼성SRA자산운용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SRA자산운용에 집중하기 위해 생보부동산신탁 지분을 매각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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