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예대, 학생 ‘등골 빼먹기’ 이어 친일 논란...왜?
서울예대, 학생 ‘등골 빼먹기’ 이어 친일 논란...왜?
  • 오혁진 기자
  • 승인 2018.03.2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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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덕형 총장 2014년~2016년 3년 간 입학전형료 중 2억1383만원 챙겨
총장 아버지 유치진,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잘 알려져...학교 측은 미화작업

[한국증권신문-오혁진 기자] 서울예술대가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최근 총장이 학생들의 돈을 ‘흥청망청’쓴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도 모자라 친일 논란까지 겹친 것이다. 학생들은 22일 유덕형 서울예대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기 위해 오후 12시 30분께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월피동에 위치한 광덕공원에 모인 후 교내행진에 나섰다.

이들은 교내 행진을 마치고 자유발언을 진행했다.

서울예대 학생 A씨는 “미투 운동이 터졌을 당시 대자보를 붙이고 공론화가 됐다는 이유로 부총장에게 끌려갔었다. 부총장은 학생들의 보는 눈도 있으니 피해자들을 자기에게 넘기라는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이 학생은 “더 이상 우리들의 자유를 억누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린 이 학교의 백성이 아니라 주인이다”고 말했다.

다른 학생 B씨는 “학교의 잘못된 문화가 지속되고 있다. 유덕형 총장이 사퇴하는 일이 벌어지더라도 이 학교에서 유 씨 일가의 잔재가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부 서울예대 교수들도 학생들의 주장에 동의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교수 C씨는 “교육부의 조사 이전에도 학교 내부의 비리와 성폭력 등 말이 상당히 많았다. 공론화를 시도하려 했어도 서울예대 꼭대기에 위치한 유 씨 일가의 귀에 들어가 물거품 되는 경우가 파다했다. 학생들이 너무나도 대견하고 자랑스럽기도 하고 침묵한 방관자라서 정말 미안하다”고 말했다.

학생들 등골 빼먹는 총장

학생들과 교수들이 유덕형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이유는 유 총장이 학생들의 등골을 빼먹었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교육부는 지난 2016년 3월 진행한 서울예대 감사를 통해 ‘입학전형료’가 부적절하게 집행된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2014년~2016년 3년이란 오랜 기간 대학 응시생들로부터 거둬들인 입학전형료 중 2억1383만원이 입시 업무와 무관한 총장과 부총장 등에게 지급됐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당시 응시생들에게 돌려줬어야 할 돈을 학교 관계자들이 받아 챙긴 것이다. 관련자들에게 모두 회수, 응시생 반환을 지시했으며 대학 관계자 6명에 대한 경고 처분을 내렸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교육부의 처분 이후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지난해 2월 모든 입시 전형을 완료한 서울예대는 입학전형료에서 총장을 비롯해 부총장 등 핵심 보직자들에게 ‘또’ 수당을 지급했다.

익명을 요구한 교수 C씨는 “올해는 수당이 지급되지 않았다. 교육부의 눈치를 본 것이다. 작년에는 수시가 끝나면 수당이 바로 나왔었는데 정시까지 끝난 뒤 수당이 지급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C씨는 “수당은 적어도 수백만원 정도 될 것이다. 보직자의 위치에 따라 수당이 달라지는데 총장은 아마 1천만원 넘게 받아 챙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일 논란도 잇따라

서울예대 본관 앞에는 흉상이 하나 있다. 바로 친일반민족행위자 유치진의 흉상이다. 호는 동랑(東朗)이다. 유치진의 일제강점기 활동은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제2조 제11·13·17호에 해당하는 친일반민족행위로 규정되어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 보고서』Ⅳ-10: 친일반민족행위자 결정이유서(pp.843~883)에 관련 행적이 상세하게 채록되어있다.

서울예대 교직원들은 매년 4월 12일이면 경기도 파주의 한 추모공원을 찾는다. 개교기념일을 맞아 학교 설립자인 유 전 총장의 묘소를 참배하기 위해서다.

CBS노컷뉴스는 개교기념일에 설립자의 묘소를 참배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상당히 이례적임에도 학교는 교직원들을 상대로 묵시적인 강요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서울예대 교직원 A씨는 언론을 통해 "가기 싫어도 억지로 눈치보면서 가는 사람들이 대다수"라며 "여기서는 설립자에 대해 친일이라고 했다가는 역적으로 찍힌다"고 했다.

특히 참배에 참여하지 않거나 어울리지 못하는 교직원들은 자연스럽게 모든 주요 업무에서 배제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예대 측은 ‘유치진 미화’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매년 유치진의 호인 '동랑'을 딴 청소년예술캠프를 개최하고 학내 연구기관인 '예술한국학연구소'를 만들어 유치진의 업적을 학술적으로 포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소는 지난 2015년 유 전 총장을 위해 '동랑 유치진 선생의 삶과 업적'이란 주제로 포럼을 열기도 했다. 

CBS노컷뉴스는 당시 발표 내용을 보면 '동랑이 한국 연극의 아버지인 이유', '동랑 유치진의 예술세계' 등 유 전 총장에 대한 미화로 채워졌다고 보도했다.

한 교수는 언론을 통해 "'예술한국학연구소'는 유치진의 업적에 대한 당위성을 찾고 문화적 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맡고 있다"며 "학교의 모든 문화행사를 그와 연관시켜 재해석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친일 설립자를 위한 우상화 작업에 학생들의 등록금인 교비를 사용하고 있다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문제 제기해도 ‘모르쇠’

일부 학생들과 교수들은 학교 측에 문제를 제기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토로했다. 이들의 문제 제기에도 학교 측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서울예대가 마치 ‘기업 오너일가’와 같은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자신들만의 권력 울타리가 있다는 것이다.

서울예대 권력 꼭대기에는 유덕형 총장의 가족들로 구성되어 있다. 앞서 유덕형 총장은 유치진의 아들이다. 유치진은 서울예대의 전 총장이기도 하다. 총장자리가 아들에게 그대로 세습됐다는 것이다. 

유덕형 총장은 법인 이사장과 대학 총장을 번갈아가며 40년 째 학교의 정점에 있다. 그의 아들도 현재 교수겸 교학운영처장을 맡고 있다. 유 총장의 부인과 매형 모두 법인이사로 등재돼 있다. 유 총장의 누나는 석좌교수로 유 총장의 딸과 사위는 각각 미국 뉴욕에서 학교와 관련된 극단 디렉터와 교수로 있다.

정치권에서는 서울예대의 현 상황에 대해 권력이 세습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입을 모은다.

국회 교문위원인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대기업을 보는 듯하다. 교육부에서의 조치가 필요한 것 같다. 조사 이후에도 학생들의 돈을 빼돌렸음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학교 측이 교육당국을 우습게 여기고 있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조만간 내부적으로 논의해 김상곤 사회부 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서울예대의 상황에 대해 묻고 조치를 취하라고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1일 총신대학교를 찾아 학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현재 대학가 ‘미투 운동’의 한 가운데 있는 서울예대에는 지난달 복수의 졸업생과 대학생들이 수년 간 자행돼온 교수들의 학생 성추행 의혹을 학교 측이 방관하거나 무마하려 했다는 주장이 나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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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2018-03-22 18:27:59
예대 다니는 학생입니다 기사 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