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이건희 차명계좌에 칼 빼들어
국세청, 이건희 차명계좌에 칼 빼들어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8.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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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세액 1039억원 중 이 회장 몫 절반 넘길듯... 금융사 납부 후 구상권 청구 전망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국세청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등 재벌 총수 차명계좌에 칼을 빼 들었다. 이들에게 1천억원 이상의 세금 납부를 고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세정가와 일부 보도 등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 2~3월 두 차례에 걸쳐 삼성증권 등 증권사들에 금융실명법상 차등과세 조항에 따라 산출된 납부세액 1039억원을 고지했다. 금융실명법은 계좌의 실소유주와 계좌 명의인이 다른 사실이 수사나 국세청 세무조사 등으로 확인된 경우에 해당 계좌에서 발생한 이자·배당소득의 90%를 과세토록 정하고 있다. 이는 14%의 세금을 매기는 일반 이자·배당소득에 비하면 징벌적 조처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를 전후해 이 회장은 지난 십여년간 1천여개의 차명계좌를 운용해온 것으로 드러나 이 회장에 대한 과징금 부과와 관련해 논란이 일었다.

이번 과세는 원천징수 의무가 있는 금융회사들이 먼저 이 회장 등 계좌 실소유주를 대신해 세금을 낸 뒤, 실소유주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미 과세 대상 차명계좌 대부분이 해지된 탓에 원천징수를 할 자산이 없기 때문.

금융회사들은 그동안 ‘구상권 절차가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세금 대납을 미뤄왔으나 지난 2월 말에 고지된 1차 세액을 모두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이어 3월 초에 2차 고지분을 금융회사들에 통보했다.

국세청이 고지한 구체 내용을 보면, 이 회장 차명계좌의 경우 1차분으로 2008년 1~3월과 2013년 1~3월에 발생한 소득이 과세 대상으로 고지됐다. 다른 과세 대상자와 합쳐 112억원으로 정해졌다. 이어 2차분 고지에선 2008년 4월~2012년 12월, 2013년 4~12월에 발생한 이자·배당소득이 대상이다.

이번 과세 대상에는 이 회장 외에 다른 이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납부 대상이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차명계좌 운용 금액이 압도적으로 많은 이 회장의 몫을 절반 이상으로 추정한다.

이 회장에 대한 과세는 2008년 1월 이후 발생한 소득에 한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 국세기본법에 따르면 과세 대상자가 부정한 방식으로 과세를 회피한 경우에는 제척기간을 10년,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5년으로 두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이 회장의 전체 차명계좌 운용 금액에 비하면 일부에 불과하다. 이 회장은 1990년대 초반부터 1229개에 달하는 차명계좌를 운용해오다 2008년 특검 수사와 금감원 검사에서 적발된 뒤, 2008년 말~2009년 초에 해당 계좌에서 대부분 자금을 빼갔다.

이와 관련된 법 조항은 다음과 같다.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법)
 제5조(비실명자산소득에 대한 차등과세) 실명에 의하지 아니하고 거래한 금융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자 및 배당소득에 대하여는 소득세의 원천징수세율을 100분의 90(특정채권에서 발생하는 이자소득의 경우에는 100분의 20)으로 하며, 「소득세법」 제14조제2항에 따른 종합소득과세표준의 계산에는 이를 합산하지 아니한다.

국세기본법
26조의2(국세 부과의 제척기간) ① 국세는 다음 각 호에 규정된 기간이 끝난 날 후에는 부과할 수 없다.
1. 납세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이하 ‘부정행위’)로 국세를 포탈하거나 환급·공제받은 경우에는 그 국세를 부과할 수 있는 날부터 10년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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