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KT&G 정밀감리 착수... 백복인 연임 빨간불 켜지나
금감원, KT&G 정밀감리 착수... 백복인 연임 빨간불 켜지나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8.0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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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 '트리삭티' 분식회계 의혹... 16일 운명의 날 앞두고 ‘안개 속 주총’
​백복인 KT&G 사장​
​백복인 KT&G 사장​

16일 주총을 앞두고 백복인 KT&G 사장의 연임에 빨간불이 켜졌다. 금융감독원이 KT&G의 인도네시아 트리삭티 인수 의혹에 대해 정밀감리에 착수했기 때문. 백 사장의 연임은 주총에서 표 대결로 이뤄질 전망인데 이 건이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잇따른 의혹에 금감원 정밀조사
13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금감원은 KT&G의 인도네시아 트리삭티 의혹에 대한 감리를 심사감리에서 정밀감리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KT&G는 2011년 인도네시아 담배회사인 트리삭티를 인수했는데, 백 사장은 당시 전략기획본부 본부장으로서 이를 주도했다. 이 과정에서 배임과 분식회계가 이뤄졌다는 의혹이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바 있다. 아울러 자산 과다계상과 에스크로 자금 지급, 베트남 수출선 무상 양도, 연임안 통과를 위한 실적 부풀리기 등의 의혹도 나왔다.

애초에 금감원은 KT&G에 대해 심사감리를 진행 중이었다가 이를 정밀감리로 전환한 것이다. 금감원측은 KT&G에 트리삭티 관련 5년간 투자 회계자료를 포함한 30여개 항목을 추가해 50여개 항목에 대해 자료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KT&G 측은 “조사받는 입장에서 확인해드리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여의도에서는 ‘금감원이 심사감리에서 혐의를 발견했을 때 정밀감리로 전환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혐의점을 찾아낼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의결권 자문사 엇갈리는 의견에 ‘주총 안개속’
금감원의 정밀감리는 백복인 사장의 연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KT&G는 오는 16일 주총을 열고 백복인 사장의 연임을 결정지을 예정이다.

백복인 사장의 연임은 주총에서의 표 대결로 결판이 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KT&G의 최대주주로 9.09%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과 6.93%를 보유한  2대주주는 기업은행이 백 사장 연임에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전체 지분의 53.18%를 외국인 주주가 소유했기 때문에 KT&G 주총의 결과는 외국인에 달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국인 중 5%이상 대주주로는 최근 145만주를 더 매입해 지분을 6.1%로 끌어 올린 First Eagle Investment Management와 5.02%를 보유한 BlackRock Fund Advisors가 있다.

최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KT&G 이사회 의장에게 공문을 보내 사장후보추천위원회 심사 내용 및 결과에 대한 설명을 요청했다. 아울러 KT&G에 심사 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과 이사회를 비롯해 산하 위원회 의사록 사본까지 요청했다. 그동안 국민연금이 KT&G의 최대주주였음에도 경영과 관련해 이사회 측에 어떠한 질의도 없었기 때문에 이미 반대 의사를 내보인 것이란 분석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곧 내부투자위원회를 열어 KT&G 주총에서 백 사장 연임에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를 정할 예정이다.

기업은행도 백복인 사장 연임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서 지분 보유목적도 단순보유에서 경영참여로 변경했다. 이와 함께 백 사장 차기 사장 선출과정의 불공정성과 함께 분식회계 의혹을 제기하면서 CEO 리스크를 주장, 새로운 사외이사 2명도 추천했다. 이와 관련해 김도진 기업은행장은 지난달 27일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분식회계 의혹이 있고 연임 절차에 문제가 있어서 주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주주들의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의결권 자문사들이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글래스 루이스(Glass Lewis)’와 국내 의결권 자문사 써스틴베스트,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백 사장의 연임에 대해 반대 의견을 권고하기로 했다. 써스틴베스트는 KT&G 측이 사장 선임 과정에서 백 사장의 연임을 부당하게 지원했다고 판단했다.

이와 반대로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기구 ISS와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백 사장의 연임에 찬성하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장 선임 과정이 사외이사에 의해 공정하게 진행됐고, 트리삭티 인수 의혹도 아직 특정 혐의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엇갈린 의결권 자문사의 권고안에 KT&G 주총의 향방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속으로 접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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