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복인 사장, 회계조작·밀어내기 의혹에 연임 브레이크 걸리나
백복인 사장, 회계조작·밀어내기 의혹에 연임 브레이크 걸리나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8.03.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T&G 주주환심 고배당 논란... 외국인 주주만 배불린다
‘셀프 연임’에 먹구름... 수상한 인니 투자에 전년대비 수출실적 이상 징후
백복인 KT&G 사장
백복인 KT&G 사장

백복인 KT&G 사장이 불거져 나오는 각종 의혹으로 연임에 비상등이 켜졌다. KT&G가 해외 투자 과정에서 배임과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이어, 연임안 주총 통과를 위해 물량 밀어내기로 실적을 부풀렸다는 의혹도 나온 것이다. KT&G는 사장후보 공모부터 결정까지 ‘번개불에 콩 구워먹듯’ 나흘 만에 끝낸 데다 지원자격도 내부 인사로만 한정해 ‘셀프연임’이라는 비아냥도 나왔다.

국감에서 나온 KT&G 회계 의혹
지난해 10월 30일 금융위와 금감원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재호 의원(경기고양을)은 KT&G의 회계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

정 의원은 2011년 KT&G가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트리삭티에 1534억원을 투자해 지분을 매입한 데 대해 “지분투자분 897억원을 (회계상) 전액 감액하고 대여금은 정상 자산계정으로 유지했다. 2017년에도 같은 회사에 1447억원을 또 투입하고, 역시 신규투입과 대여금으로 나눈 후 대여금 475억 원은 바로 출자전환을 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대상 회사의 자본 잠식 상태를 보고 대여금이나 투자금 회계처리를 하게 되어 있는데, 투자지분은 전액 감액하고 대여금은 살려뒀다가 2017년에 추가 투자를 통해 분식 회계를 시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 의원은 “배임과 분식회계 혐의가 역력하다”며 “민영화된 공기업들 동원해 가지고 외국으로 빼돌린 정황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해당 회사는 2015년 291억원, 2016년 356억원의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있어 자금 회수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태였다.

정 의원은 이어 “유사한 건으로 같은 기간인 2013년~2015년 사이에 인도네시아의 PT KT&G Indonesia라는 회사에 모두 114억이 투자되고, 이것 역시 모두 손상처리가 됐다”며 “향후 조사계획에 대해서 보고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정재호 의원실 관계자는 8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금감원으로부터 ‘아직 내부 조사가 진행 중이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금감원이) 조사가 안 끝났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국감에서 지적이 있은 지 4개월이 지났음에도 금감원 조사가 아직 진행 중이라는 것에 의구심을 표하기도 한다.

금감원 조사를 묻는 질문에 KT&G 관계자는 “표본감리가 진행 중”이라며 “금감원 조사를 받는 중이라 입장을 표하기 힘들다”며 말을 아꼈다.

‘물량 밀어내기’ 의혹도
KT&G의 의혹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25일에는 회사 내부 자료인 ‘올 1월 손익계산서(잠정치)’가 한 언론에 보도됐다.

해당 기사는 1월 KT&G 매출과 수출이 급감했다면서 이와 관련해 백 사장이 연임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지난해 말 '물량 밀어내기'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KT&G의 지난해 1월 대비 매출액은 2370억원에서 1677억원으로 29.3%가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114억에서 701억으로 37.1%나 줄었다.

이러한 보도가 나오자 KT&G 측은 다음날인 26일 부랴부랴 영업실적(잠정) 공시를 올렸다. 그러면서 회사 측은 “1월 손익계산서(잠정치)는 조정항목이 반영되지 않고 외부 감사인의 회계감사가 완료되기 이전의 자료”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 감사팀이 관련 자료를 생산·관리하는 직원들의 휴대전화를 조사해 “반강제적”이라는 반발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KT&G 관계자는 “밀어내기는 없었다”며 “환율 영향이나 담뱃세 인상 이슈 때문에 계약이 진행 중이어서 수출 계약에 영향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배당을 올린 데 대해서도 “배당은 꾸준히 올려왔다”고 밝혔다.

의결권 자문사 엇갈리는 의견에 ‘주총 안개속’
백복인 사장의 연임은 주총에서의 표 대결로 결판이 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재 KT&G의 최대주주는 9.09%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이고, 2대주주는 6.93%를 보유한 기업은행이다.

그런데 최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KT&G 이사회 의장에게 공문을 보내 사장후보추천위원회 심사 내용 및 결과에 대한 설명을 요청했다. 아울러 KT&G에 심사 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과 이사회를 비롯해 산하 위원회 의사록 사본까지 요청했다. 그동안 국민연금이 KT&G의 최대주주였음에도 경영과 관련해 이사회 측에 어떠한 질의도 없었기 때문에 이미 반대 의사를 내보인 것이란 분석이다.

앞서 기업은행도 백복인 사장 연임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서 지분 보유목적도 단순보유에서 경영참여로 변경했다. 이와 함께 백 사장 차기 사장 선출과정의 불공정성과 함께 분식회계 의혹을 제기하면서 CEO 리스크를 주장, 새로운 사외이사 2명도 추천했다. 백 사장 연임 반대와 관련해 김도진 기업은행장은 지난달 27일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분식회계 의혹이 있고 연임 절차에 문제가 있어서 주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체 지분 중 50% 이상을 외국인 주주가 소유했기 때문에 KT&G 주총의 결과는 외국인에 달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국인 중 5%이상 대주주로는 최근 145만주를 더 매입해 지분을 6.1%로 끌어 올린 First Eagle Investment Management와 5.02%를 보유한 BlackRock Fund Advisors가 있다.

외국인 주주들의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의결권 자문사들이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써스틴베스트는 7일 백 사장의 연임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권고하기로 했다. 써스틴베스트는 KT&G 측이 사장 선임 과정에서 백 사장의 연임을 부당하게 지원했다고 판단했다. 이와 반대로 국제적인 의결권 자문기구 ISS는 이날 사장 선임 과정이 사외이사에 의해 공정하게 진행됐다며 백 사장의 연임에 찬성하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엇갈린 의결권 자문사의 권고안에 KT&G 주총의 향방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속으로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과반수가 넘는 외국인 주주들의 지지로 백 사장이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최대주주와 2대주주의 반대 속에 순탄한 경영은 쉽지 않아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