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울린 눈물의 외침 “아산병원, 간호사 자살에 책임져라”
광화문 울린 눈물의 외침 “아산병원, 간호사 자살에 책임져라”
  • 오혁진 기자
  • 승인 2018.03.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증권신문-오혁진 기자] 3일 오후 6시 광화문이 눈물로 뒤덮였다. 간호사 및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자살사건에 대해 진실규명을 원하는 사람들이 모인 것이다. 이들은 아산병원이 유가족들의 눈물을 외면하고 있다며 자살을 택한 박 모 간호사의 명예를 회복시키고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호사연대(NBT)는 이날 오후 6시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 앞에서 ‘고 박선욱 간호사 추모 집회-나도 너였다’를 열어 박씨가 투신한 이유가 이른바 ‘태움’이라 불리는 가혹 행위라고 지목하고 이와 같은 구조를 당장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움’은 선배 간호사가 신임 간호사를 괴롭히며 가르치는 방식을 일컫는 용어로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이다.
  
이들은 간호사 인력 및 근무 환경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울 것을 요구했다. 집회에는 간호사 및 간호학과 학생 포함해 주최측 추산 30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집회에서 ‘나는 일생을 의롭게 살며 전문간호직에 최선을 다할 것을 하느님과 여러분 앞에 선서합니다. 나는 인간의 생명에 해로운 일은 어떤 상황에서도 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나이팅게일 선서를 다시 하면서 간호사를 시작할 때의 초심을 다지고 추모곡 ‘나는 너였다’라는 노래를 함께 불렀다.

박 간호사 유족은 입장문을 통해 “왜 멀쩡히 웃으며 병원에 들어간 우리 아이가 싸늘한 주검이 돼서 돌아오게 만들었는가”라며 “진짜 이상한 것은 선욱이가 아니라 멀쩡했던 아이가 자살까지 결심하게 한 병원”이라고 말했다. 또 병원의 내부감사결과보고서를 유가족에게 공개하고 철저한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했다. 박 씨 유족은 이날 집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유족이 오늘 병원에 가서 생전에 박 씨가 병동에서 바쁘게 뛰어다니며 일하는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고 충격을 받아 참석하지 못했다고 주최 측은 공지했다. 이를 듣던 일부 간호사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유족 입장서’를 대독한 간호사연대 소속 최원영 간호사는 감정이 북받친 듯 흐느끼면서 “박 간호사가 큰 과실을 저지른 죄책감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헛소문이 돌고 있다”며 추측성 댓글 등에 대한 자제를 당부했다. 입장문을 통해 유족은 “병원은 박 간호사가 의료 실수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자살했으며, 평소 예민한 아이였다고 주장한다”며 “하지만 주치의가 당시 실수는 사소한 것이었다고 말했으며, 가족들 앞에서 노래 부르며 춤을 출 정도로 성격도 밝은 아이였다”고 밝혔다. ‘태움(직장 내 폭력)’은 없었다는 병원 주장에 대해서는 “할 말은 많지만 이곳에서는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장은 “박 간호사의 죽음은 사회적 타살”이라며 “하루 16시간씩 일을 시킨 병원은 물론이고, 간호사 인력 부족을 방치한 보건복지부ㆍ건강보험공단과 간호사 등 보건업을 ‘주 52시간 근로제’ 영향을 받지 않는 특례업종으로 남겨둔 정치권도 공범”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번 사안에 대해 정치권도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한 의원은 본지 기자와의 연락에서 "조만간 아산병원에 대해 조치를 취할 것이다. 유가족들의 눈물을 외면하고 있는 아산병원에 대해 참 어처구니가 없다. 재벌 병원 답게 보이고 있는 행보도 적폐 같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