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유한킴벌리 실무자 고발 않고도 “했다” 거짓말 논란
공정위, 유한킴벌리 실무자 고발 않고도 “했다” 거짓말 논란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8.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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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저격수’ 김상조 리더십 시험대 오르나... 안팎 불협화음에 ‘부글부글’

공정위가 135억 원대 정부입찰에서 영세한 대리점을 상대로 담합을 주도하고 ‘리니언시(자진신고 처벌 감면제도)’로 면죄부를 받은 유한킴벌리 실무자에 대해 검찰에 고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두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리더십이 도전받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안팎으로 공정위 권위에 도전하는 사례가 눈에 띄고 있기 때문.

유한킴벌리 임직원 고발 은폐 의혹
공정위 소위원회는 지난달 12일 유한킴벌리가 135억 원대 정부 입찰에서 담합을 주도한 후 자진 신고해 대리점에 처벌을 떠넘긴 사건을 심의한 후, 과징금과 함께 유한킴벌리 임원과 실무직원 등 5명의 검찰 고발을 만장일치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정위는 보도자료에서 개인 5명 고발 결정 사실을 제외한 채 외부에 공표했다.

공정위는 이 사건에 대한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유한킴벌리 실무자 5명을 검찰 고발했다는 내용을 누락했다가 갑질 논란이 불거지자 뒤늦게 홈페이지상에 이 내용을 추가했다.

공정위 현행 규정은 리니언시를 한 사업자(법인)에 대해서만 검찰 고발을 면제하도록 돼 있다. 최근 공정위가 불공정 위법 행위를 주도한 실무자도 검찰에 적극적으로 고발토록 ‘고발 지침’ 개정을 추진하는 와중에 이러한 내용이 빠진 보도자료는 의혹을 불러 일으켰다. 공정위는 일반적으로 입찰 담합과 같은 경우 임직원 개인에 대한 형사처벌이 내려지도록 그를 검찰에 고발하고 이를 보도자료에도 같이 명시한다.

하지만 공정위는 유한킴벌리 실무자에 대한 고발 요청서를 검찰에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공정위 리니언시 고시는 고발 면제 대상을 ‘사업자’로만 명시하고 있다. 담합 주도 실무자는 사업자가 아니기 때문에 고발해야 하는 게 원칙이다.

검찰은 공정위가 담합 주도 실무자에게 면죄부를 줘놓고 보도자료상에는 검찰에 고발 요청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유한킴벌리는 10여년간 영세한 대리점을 앞세워 정부와 공공기관이 발주한 위생용품 담합을 주도했다. 그러나 감사원이 조달청 감사에서 담합 혐의를 포착하자 대리점에 통보 없이 담합을 자수했다. 1순위로 리니언시를 하면 과징금이 면제된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그 결과 유한킴벌리는 과징금을 100% 면제받은 반면 본사가 하라는 대로 한 영세한 대리점들만 처벌을 받게 됐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27일 해명자료를 내고 “유한킴벌리는 공정거래법상 리니언시 감면요건을 충족하여 고발이 면제됐다”고 밝혔다.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35조 제1항에 따르면 ①담합 증거를 제공한 최초 또는 두번째의 자일 것 ②공정위가 관련 정보를 입수하지 못했거나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을 것 ③공정위 조사에 성실 협조 ④해당 담합 중단 ⑤담합을 강요하지 않았을 것 등의 감면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공정위는 조사과정에서 “유한킴벌리가 담합을 강요한 자에 해당하는지 대해 전반적인 조사를 실시했으나 그와 같은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리점 퇴직 직원들까지 유한킴벌리의 강요는 없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유한킴벌리를 고발면제하면서 그 소속 직원 5명에 대해서도 고발을 면제했다. 이러한 근거로 공정거래법 제22조의2 제1항에 고발면제 대상이 자진신고한 사업자로 한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들고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자진신고자·조사협조자)에 대하여는 제21조의 규정에 의한 시정조치 또는 제22조의 규정에 의한 과징금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고, 제71조(고발)에 따른 고발을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정위는 “리니언시 제도의 취지 상 자진신고한 사업자 소속 임직원도 고발이 면제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자진신고한 사업자 소속 임직원의 진술 등을 통해 담합 입증이 이뤄지는데, 임직원은 고발하고 사업자만 고발면제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공정위는 해명자료에서 “임직원에 대한 고발이 면제되지 않을 경우 임직원들은 고발을 우려해 조사방해하거나 자료를 은폐할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미국·영국 등 주요 경쟁당국에서도 자진신고한 사업자 및 소속 임직원 모두에 대해 고발을 면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위법인 법률 규정과 감면제도의 취지상 개인에 대하여도 감면이 가능하다는 해석이다.

공정위는 또한 “공정거래법 제22조의2 제3항에 따른 리니언시 비밀보호 의무로 인해 보도자료에 리니언시 사실이 드러나지 않도록 조치내역을 기재할 수밖에 없음을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미국 등 주요 경쟁당국 역시 자진신고자 비밀보장을 하고 있다는 해외 입법례도 들고 있다.

공정위 해명에도 풀리지 않는 의문
하지만 이러한 공정위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문은 풀리지 않는다.

문제의 핵심은 애초부터 공정위가 공식적으로 나가는 보도자료에 거짓 사실을 실은 것이다. 애초에 지난 13일 공정위가 보도자료를 발표했을 때 개인 5명 고발 결정 사실을 보도자료에서 제외한 채 외부에 공표했다가 개인 고발이 없느냐는 지적에 “법인만 고발하기로 했다”고 ‘오리발’을 내민 것이 시작이었다.

한 언론사의 지적에 “사실은 개인 5명에 대한 고발도 있었다”며 이날 오후 뒤늦게 개인 고발 추가내용을 보도자료에 슬그머니 삽입해 14일 홈페이지에 고쳐 올려놨다. 5명 고발 내용을 보도자료에 담지 않은데 대해 공정위는 "실무자의 착오 때문"라고 해명했다.

공정위 윤수현 대변인은 19일 브리핑에서 “(제재 사실을) 누락하고 보도자료 수정 사실을 알리지 않은 점을 무척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안일하고 쉽게 생각했던 것 같다”고 사과했다.
윤 대변인은 이어 “이 사건은 리니언시를 통해 유한킴벌리가 처벌을 면제받는 특수한 사건”이라며 “담당 부서에서 보도자료를 배포할 때 비난 가능성이 큰 유한킴벌리 법인 고발만 보도자료에 표기하면 되지 않을까 안일하고 쉽게 생각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공정위의 해명이 모두 거짓이었던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리니언시는 신고자를 보호하는 제도”라며 “보호를 하면서도 적발해야 되는 제도의 맹점이 있다”고 해명했다. ‘유한킴벌리의 동의로 리니언시 대상자의 신원을 공개했다’는 해명에 대해선 일이 커진 후에 유한킴벌리 측의 동의를 받았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이 사건과 관련해 지철호 부위원장 지시로 감사담당관실에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원래 없었던 개인 고발을 보도자료에 넣지 않은데 대해 조사가 필요한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처음부터 공정위가 고발이 없던 것을 인정했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해프닝이라는 평가다.

최근 공정위 안팎에서 벌어진 각종 사건들로 인해 일각에선 김상조 위원장의 조직 장악력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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