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킴벌리, 담합 주도후 면죄부... ‘신종 갑질’ 논란
유한킴벌리, 담합 주도후 면죄부... ‘신종 갑질’ 논란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8.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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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억 원대 정부입찰 담합 주도하고 자진 신고해 대리점에 처벌 '떠넘기기'

135억 원대 정부입찰에서 담합을 주도한 유한킴벌리가 법률을 이용해 면죄부를 받고 ‘을’인 대리점에 처벌을 떠넘긴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 13일 유한킴벌리는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자사 23개 대리점과 함께 135억 원대 정부입찰에서 담합을 벌인 사실이 적발됐다. 조달청 등 14개 정부 및 공공기관이 발주한 마스크, 종이타월 등 총 41건의 입찰에 참여하면서 사전에 전화 연락 등을 통해 가격을 공유해 낙찰 예정사, 들러리사 및 투찰 가격을 합의했다. 이는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것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유한킴벌리 본사에 2억1100만원, 23개 대리점에는 3억9400만원 등 총 6억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아울러 유한킴벌리와 유한킴벌리 소속 5명의 직원을 검찰에 고발키로 결정했다.

하지만 유한킴벌리가 실제 납부하는 과징금은 0원으로 드러났다. 담합 가담자가 먼저 자수하면 제재를 면제해주는 제도인 ‘리니언시(담합 자진 신고자 감면)’를 이용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가장 먼저 담합 사실을 스스로 신고하는 기업에 과징금과 검찰고발이 100% 면제된다. 유한킴벌리는 대리점과의 담합을 공정위에 스스로 신고, 리니언시를 적용받게 된 것이다.

대신 종업원 수가 10명 전후인 영세한 대리점들은 최대 7500만원의 과징금을 내야 한다. 유한킴벌리가 공정위 제재를 빠져나가기 위해 대리점의 ‘뒤통수’를 쳤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유한킴벌리 본사와 대리점은 ‘갑을 관계’에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대리점은 본사의 제안을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담합을 통해 대리점이 입찰을 따내면 본사로부터 물품을 받아 공급한다.

실제로 총 입찰 41건 중 26건을 낙찰받았는데, 유한킴벌리가 4건을 낙찰받고, 22건은 유한킴벌리의 대리점들이 낙찰 받았다. 대리점들이 낙찰 받은 건들의 경우 모두 유한킴벌리로부터 해당 제품을 공급받아 수요처에 납품했다. 결국 담합은 유한킴벌리에 이득이 됐을 뿐이다.

대리점들은 대부분 위법 사실인지를 모르고 가담했다가 적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리점 관계자들은 “위법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거나 “우리는 법률에 무지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한킴벌리는 공정위 발표 직후 “깊이 반성한다. 안타깝게도 당시 공정거래법을 적용받을 수 있다는 점을 미처 알지 못했다”는 공식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대리점에 비해 우월한 지위에 있으면서 담합을 주도적으로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는 유한킴벌리가 위법 행위를 몰랐다는 해명은 말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대리점의 뒤통수를 치는 ‘신종 갑질’로, 불법행위에 대한 과징금과 오명을 떠넘긴 부도덕한 행위”라는 비판도 나온다. 갑이 을을 담합에 끌어들이면서 자신은 처벌에서 빠져나가는 경우라는 것이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입찰 담합 행위의 위법성 우려를 인식한 직후 공정위에도 즉시 신고했다”며 는 “향후 관계자로서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를 못했다.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이어 “개별 대리점 등의 구체적인 과징금 규모를 확인 후 과징금 대납까지 포함한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대리점 손실이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정위, 임직원 고발 사실 은폐 의혹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공정위가 유한킴벌리를 제재하면서 과징금 부과 사실만 알리고 임직원 개인 검찰 고발 결정은 은폐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 소위원회는 지난달 12일 이 사건을 심의하며 과징금 이외에도 유한킴벌리의 임원과 실무직원 등 5명을 검찰에 고발하라고 위원 만장일치로 결정한 사실이 확인됐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러한 소위원회의 의결 그대로 외부에 공표하는 대신, 개인 5명 고발 결정 사실을 보도자료에서 제외한 채 외부에 공표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공정위는 입찰 담합과 같은 경우 임직원 개인에 대한 형사처벌이 내려지도록 그를 검찰에 고발하고 이를 보도자료에도 같이 명시한다. 공정위는 불공정 위법 행위를 주도한 실무자도 검찰에 적극적으로 고발토록 ‘고발 지침’ 개정도 최근 추진하고 있어 이러한 내용이 빠진 보도자료는 의혹을 불러 일으킨다.

13일 보도자료를 발표했을 때 개인 고발이 없느냐는 지적에 공정위 측은 “법인만 고발하기로 했다”고 ‘오리발’을 내밀었다가 한 언론사의 지적에 “사실은 개인 5명에 대한 고발도 있었다”며 뒤늦게 은폐한 사실을 시인했다.

공정위는 이날 오후 5명을 고발한다는 사실을 보도자료에 슬그머니 삽입해 14일 홈페이지에 고쳐 올려놨다. 5명 고발 내용을 보도자료에 담지 않은데 대해 공정위는 "실무자의 착오 때문"라고 해명했다.

공정위 윤수현 대변인은 19일 브리핑에서 “(제재 사실을) 누락하고 보도자료 수정 사실을 알리지 않은 점을 무척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안일하고 쉽게 생각했던 것 같다”고 사과했다.

윤 대변인은 이어 “이 사건은 리니언시를 통해 유한킴벌리가 처벌을 면제받는 특수한 사건”이라며 “담당 부서에서 보도자료를 배포할 때 비난 가능성이 큰 유한킴벌리 법인 고발만 보도자료에 표기하면 되지 않을까 안일하고 쉽게 생각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통상 언론에 공개되는 보도자료는 사무관과 담당 과장, 국장 등이 모두 관여한다. 따라서 한 사람의 ‘착오’ 때문이라는 설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또한 윤 대변인은 “담합사건을 처리할 때 법인 고발은 있어도 개인고발 결정 자체가 그렇게 많지 않았다”며 “최근 김상조 위원장이 취임하고 개인고발 활성화를 천명하다 보니 이번 사건은 개인고발 결정이 났다”고 덧붙였다. 유한킴벌리 측의 요구는 전혀 없었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의혹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공정위는 지철호 부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감사담당관실에서 개인고발을 누락한 상세 경위를 파악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과연 어떠한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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