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놀이 패’ 든 문재인 정부, 적폐전쟁 다시 시작한다
‘꽃놀이 패’ 든 문재인 정부, 적폐전쟁 다시 시작한다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8.0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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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집행유예에 분노한 촛불 민심... ‘적폐청산’ 추진 동력 재점화
‘패러디’라는 닉네임의 누리꾼이 만든 촛불집회 포스터
‘패러디’라는 닉네임의 누리꾼이 만든 촛불집회 포스터

이재용 부회장이 석방됐다. 구속된지 353일 만이다. 여론은 폭발 임계점을 향하고 있다. 이에 항의해 ‘제2의 촛불집회’를 열자는 얘기도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이 ‘꽃놀이 패’를 들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용 집행유예 판결로 사그라들던 ‘적폐청산’ 동력이 다시 타오르기 때문이다. 이것이 지선까지 이어질 경우 선거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설령 선거에 작용하지 않더라도 공수처 도입을 포함한 사법개혁의 명분과 추진 동력으로도 충분하다. 이래저래 여권으로선 손해 없는 카드다.

문재인 정부에 호재가 생겼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얼핏 보면 호재는커녕 사실상 현 정부 제1호 국정과제인 ‘적폐청산’의 힘을 빼는 최악의 악재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판결 이후 여론은 폭발 직전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후 1년이 흘러 줄어들던 ‘적폐청산’의 기세가 다시 힘을 받고 있다. 4달 남은 6·13 지방선거까지 여권에 유리한 요소가 될 전망이다. 사법개혁과 그 실천방안의 핵심인 공수처 도입의 명분이 되기도 한다. 아울러 지지부진한 국회 개헌안을 대신한 청와대 개헌안의 추진 동력이 될 수도 있다.

여당 주요인사들도 일제히 재판 결과를 강하게 성토하고 나섰다. 통상적인 사법부 판결에 대한 입장 표명 치고는 발언 수위가 상당히 높았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 부회장 집행유예 판결에 대해 “‘정경유착’을 판단해 달랬더니 판경(判經) 유착이 돼 버렸다”며 “궤변으로 재벌 편을 든 판결”이라고 직격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수많은 국민이 ‘박근혜·이재용’으로 이어지는 구시대적 정경 유착을 똑똑히 봤는데, 법원은 이 부회장을 피해자로 둔갑시켜 풀어줬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장 후보 경선을 준비 중인 민주당 박영선 의원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YTN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나와 이 부회장의 2심 판결에 대해 “집행유예를 위한 짜 맞춘 판결이라고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판사들의 대부분이 아마 이 판결에 동의를 저는 안 할 거라고 생각한다”며 “법관 개인의삼성과의 유착이다.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민석 의원은 “재판정을 향해 침을 뱉고 싶었다”며 “지나가던 개나 소, 돼지도 웃을 판결”이라고 맹비난했다. 박용진 의원은 “이재용이 (감옥에서) 나오고 정의가 대신 (감옥에) 갇혔다”고 비판했다.

정청래 전 의원은 “법의 이름을 빌려 법을 농락했다. 이재용 어머니도 못 해 줄 일을 판사가 했다”며 “이것은 판결이 아니라 반역”라고 했다. 유승희 의원은 상복 차림의 검은 옷을 입고“대한민국 사법 정의가 무너졌다”고 외치기도 했다.

법원에 대한 정치인의 공격은 이례적이다. 일반적으로 정치인들은 법원에 대해 쉽게 날을 세우지 않는다. 사법부에 대한 외압으로 비쳐질 수 있을뿐더러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웬만하면 법원과의 ‘선’을 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이런 부담을 무릎쓰고 여당 주요 인사들이 사법부 판결에 대해 이처럼 격한 발언을 쏟아내는 이유는 이 부회장 석방에 부글부글 끓고 있는 민주당 지지층을 의식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7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4.4%)에 따르면, 이 부회장 항소심 판결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58.9%로 ‘공감한다’ 35.7%를 크게 앞질렀다. 그런데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이보다 훨씬 높은 81.9%가 ‘공감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공감한다’는 15.6%에 불과했다.

민주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민주당이 이 같은 비판여론을 감안해 이 부회장 대법원 판결까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온라인상에서도 청와대 국민 청원에 이 부회장 항소심 재판관인 정형식 부장판사에 대한 특별 감사를 촉구하는 청원이 이틀 만에 20만명을 넘어섰다. 이로써 청와대의 공식답변을 들을 수 있게 됐다.

이 부회장의 항소심 판결이 나온 5일 오후, 한 청원자가 ‘정 판사의 이번 판결과 그동안의 판결에 대한 특별 감사를 청원한다’는 제목의 청원 글을 올렸고, 이에 많은 시민들이 동의를 표한 것이다.

청와대는 30일 이내에 20만 명이 참여한 청원에 한해서 공식적으로 답변하고 있다. 이 조건 부합한 청원은 ‘정형식 판사 특별감사 청원’ 건을 합쳐 11건에 불과하다.

법원 내부에서는 정 판사를 겨냥해 ‘석궁으로 쏘고 싶다’는 원색적인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진보단체를 중심으로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이 부회장 석방에 항의하는 촛불집회를 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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