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화려한 휴가' ... '제2의 조윤선' 될까
이재용의 '화려한 휴가' ... '제2의 조윤선' 될까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8.0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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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재판, 대법원 판결 '전망'... 11월 이후 문정부 임명 대법관 다수 차지
지난 5일 집행유예 선고 후 법원을 나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지난 5일 집행유예 선고 후 법원을 나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대한민국이 들끓고 있다. 해당 재판부에 대한 비난이 쏟아진다. 재판부를 감사하라는 청와대 청원은 3일도 안 돼 20만명을 넘었다. 이제 모든 관심은 대법원을 향하고 있다. 3심이 가을에 끝날 경우 이 부회장은 다시 감옥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윤선 전 문체부장관이 집행유예 후 법정 구속된 것처럼 집행유예는 ‘일시적인 휴가’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다시 영어의 몸이 될지 아니면 다시 한 번 ‘삼성공화국’임을 증명할지 살펴본다.

이재용 부회장이 풀려났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는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6월 및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가 확정한 이 부회장 뇌물 공여액 및 횡령금액은 36억 여 원이다. 모두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승마 지원을 위해 지급된 걸로 봤다.

대법관 교체가 변수
다른 재판과 달리 이 부회장 재판에서 안종범 전 수석의 수첩의 증거능력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된 모든 재판에 안 전 수석의 수첩이 증거로 들어가 있다.

법조계에선 ‘이 부분은 완벽한 법리판단이기 때문에 대법원에서 이걸 정리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결국 이를 정리하기 위해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을 받게 될 전망이다.

전원합의체란 대법원장을 비롯한 13명의 대법관이 모두 참여해 진행되는 재판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대법원은 상대적으로 경미한 사건은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3개의 소부로 나눠 선고한다. 하지만 사회적 영향력이 크거나 소부 내에서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 또는 기존 대법원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는 등의 경우 전원합의체로 사건을 회부한다. 이 부회장 사건의 경우 사회적 관심이 크고 기존 대법원 판례를 그대로 적용해선 결론을 도출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에서 전원합의체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대법관은 모두 14명이다. 법원행정처장을 맡는 대법관은 재판에 관여하지 않는다. 따라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김명수 대법원장을 포함해 13명으로 이뤄진다.

현재 스코어는 9대4다.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김명수 대법원장까지 모두 5명의 대법관이 임명됐지만, 이 가운데 안철상 대법관이 지난달 말 법원행정처장에 임명됐기 때문이다.

보수정권 시절 임명된 대법관이 압도적이다. 하지만 오는 8월 2일 고영한 대법관(사법연수원 11기), 김신 대법관(12기), 김창석 대법관(13기) 등 대법관 3명이 교체된다. 11월 4일에 이르면 김소영 대법관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다. 이렇게 되면 8대5로 역전된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대법관 숫자가 더 많아지게 된다.

이 부회장 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넘어간다면 대법관 교체시 신임 대법관은 심리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 경우 심리가 더욱 길어질 수밖에 없다.

박근혜·최순실 사건과 병합 유력
사건의 중요성과 방대한 분량으로 볼 때 대법관 교체 이전인 7월까지 대법원의 판단이 나오기는 힘들 전망이다. 게다가 아직 하급심이 끝나지 않은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씨 사건과 합쳐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따라서 대법원 확정 판결은 빨라야 올 9월은 돼야 내려질 될 것으로 관측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수뢰자로 지목된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사건의 2심 선고까지 기다린 뒤 병합해 심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수도권의 한 부장급 판사는 “세 사람의 사건은 밀접히 연결돼 있어 대법원 입장에서도 함께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씨의 경우 1심 재판만 기소 후 1년 넘게 진행됐다. 박 전 대통령 재판도 1년 가까이 진행됐으나 아직 결심도 하지 못한 상태다. 이들의 2심 재판도 언제 끝날지 기약할 수 없다. 이 부회장의 2심 재판에 5개월이 걸렸음에 비춰볼 때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 대한 2심 선고는 빨라야 7~8월은 돼야 내려질 전망이다. 대법원이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최씨 사건을 병합한 뒤 2개월 내 심리를 끝낸다고 해도 선고는 9~10월에나 가능한 셈이다.

특검법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상고심은 원칙적으로는 2심 선고일로부터 2개월 내 끝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이 원칙이 지켜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사건 내용이 방대하고 복잡한데다 사회적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의 1심 재판의 경우 기소부터 선고까지 거의 6개월이 걸렸다. 시한을 넘기더라도 그에 대한 제재장치도 없다.

여론에 법조계까지 반발
이 부회장에 대한 집행유예 선고 직후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강력히 반발했다. 특검은 7일 입장자료를 내고 “집행유예 사유가 없음에도 무리하게 집행유예로 석방하고 다른 뇌물공여 사건 양형과도 맞지 않는 부당하게 가벼운 양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8일 특검은 대법원에 상고했다.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특검은 또 재판부가 과거에 벌어졌던 정경유착의 형태를 예로 들며 그 사례에 포함되지 않으니 전형적인 정경유착 범행이 아니라고 한 데 대해서도 비판했다. 경영권 승계를 위해 정권의 요구에 부응했던 이 부회장의 행위가 정경유착이 아니면 뭐냐는 것.

여론은 물론이고 법조계도 들끓고 있다. 인천지법 김동진 부장판사(25기)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재용 판결에 대하여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연수원 16기)도 ‘이재용, 잠시 감옥에서 휴가 나왔다고 생각하라’라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박 교수는 “항소심은 대법원 판례의 취지를 잘못 이해해 (안종범 업무수첩의) 이것(증거능력)을 부정한 것은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줄 수 있는 결정적 스모킹건을 휴지조각으로 만든 것으로 실체적 진실을 외면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어 “항소심이 마필 용역대금 36억을 뇌물공여로 인정하면서 마필의 사용수익만을 뇌물로 인정하고 액수는 불상의 이익이라고 판단한 부분은 도통 이해할 수 없다”며 “상당기간 고가의 마필을 무상 사용했다면 그 사용대금 상당액이 뇌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액수 산정을 하기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는 “대법원에서 항소심이 중대한 심리미진의 위법을 범했다는 판단을 할 만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백성문 변호사(39기)는 “이번 판결에서 제일 이상했던 부분은 포괄적 승계 작업이 없었다, 삼성의 포괄적 승계 작업은 현안이 아니었다는 취지였다”며 “현안이 아니어서 청탁할 이유가 없는데 무슨 청탁을 했느냐는 것인데, 그러면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하고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은 왜 지금 감옥에 있느냐”고 반문했다.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의 반발은 물론, 재심청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프로그램에 나온 노영희 변호사(36기)는 “재판부가 ‘겁박’이라는 표현을 쓴다는 것은 완전히 강요죄의 피해자 프레임을 받아 들였다는 것”이라며 “그런 프레임을 받아들였다면 이 부회장이 준 돈은 전부 다 강요죄 피해자로서 준 거기 때문에 36억 원 뇌물도 인정되면 안 된다. 그것도 다 무죄로 했었어야 된다”고 말했다.

과연 이 부회장은 잠시 동안의 화려한 휴가를 받은 것일까, 아니면 삼성공화국의 정점에 있음을 증명할 것인가. 대법원에서 언제쯤 최종 판단을 내릴지 국민적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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