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희 창업제안] 콘텐츠의 깊이가 성공 요건
[이경희 창업제안] 콘텐츠의 깊이가 성공 요건
  • 이경희 창업전략연구소장
  • 승인 2018.0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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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리크 쥐스킨트의 단편 소설 깊이에의 강요깊이가 없다는 평론가의 지적을 고민하면서 깊이를 구현하려다가 좌절한 젊은 여류 화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처음에는 평론가의 깊이없다는 지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골똘히 생각할수록 깊이에 대한 강박에 시달리게 된 여류 화가는 결국 자살을 택한다.

이 소설의 작가는 세상의 경계에서 어떻게 의미를 찾을 것인가를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주인공인 여류 화가가 만일 세상의 의견에 흔들리지 않는 자기 내부의 확고한 의미와 가치를 갖고 있었더라면 그처럼 불행한 최후를 선택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 단편소설은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이 드세게 불며 격심한 변화를 겪는 비즈니스 환경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업종간 경계가 사라지고 컬래버레이션이 보편화되며 변화의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는 요즘이야 말로 흔들리지 않는 중심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쥐스킨트의 소설에서 평론가들의 지적질을 뛰어넘으려면 화가가 추구하는 작품의 의미였을 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시장 변화가 격심할수록 창업가가 자신의 사업에 부여하는 의미는 변화의 복잡성을 단순하게 만드는 요소일수도 있다.

의미는 상품이나 가격, 서비스를 넘어서는 형이상학적 요소이다.

디자인, 가격, 상품 등 어떤 차별화도 경쟁자의 모방과 복제로 금방 경쟁우위를 잃는 시대에는 의미를 기반으로 하는 깊이에 대한 고집이 생존을 위한 중요한 전략이다.

외부에서 강요당하는 깊이가 아니라 사업가가 확고하게 품고 있는 깊이란 다름 아닌 사업의 본질에 대해서 끊임없이 묻고 그 답을 추구하는 태도이다. 그 것이 성공할 때 외부의 숱한 변화 흐름에 든든하게 버틸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한 번에 한 팀의 고객만 받는 1인 레스토랑은 의미와 서비스의 깊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국내 최초의 원테이블 레스토랑인 인뉴욕환대산업인 외식업에서 서비스의 깊이를 제대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수제맥주는 다양성을 기반으로 맥주가 가진 깊이와 본질을 더욱 집요하게 추구하는 업종이다.

스페셜티 커피업종도 마찬가지이다. 단순히 커피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커피 문화를 제대로 향유하게 하는 것이 스페셜티 커피 사업자들이다.

진화하는 에스닉푸드전문점들은 해당 국가의 음식을 넘어서 그 나라의 문화와 경험까지 제공하려고 노력한다.

거추장스러운 치장을 버리는 대신 본질을 강화하는 콘텐츠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이 의미깊이를 추구하는 사업체들의 특징이다.

수제맥주전문점인 생활맥주는 다양한 포스터와 슬로건을 통해 고객들에게 끊임없이 술문화의 본질을 환기시키고 있다.

독서클럽을 활성화하면서 저자 강연회를 여는 등 단순히 책을 파는 장소가 아니라 책을 둘러싼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서점들도 마찬가지이다. 서울 강남에 있는 최인아책방은 도서추천과 멤버십 서비스, 개인서재공간 대여 등을 통해 책의 본질을 탐구한다. 경기도 분당 정자동에 있는 좋은날의책방은 스터디와 독서모임 활성화, 사물함 설치 등으로 독서 문화의 본질을 파고든다.

온오프라인으로 나물을 판매하는 나물이야기는 홈페이지에 농부들을 등장시켜 나물의 재배와 생산이라는 콘텐츠를 고객과 공유하고 있다.

 

죽전문 브랜드 죽이야기는 과거 죽이 환자들의 회복을 위해 주로 먹었던 건강음식이라는 점에서 입각해 끊임없이 우리가 먹는 음식이 약이다라는 철학을 제품에 구현하고 있다. 그 결과 죽전문점에서 닭가슴살 샐러드나 저카페인 커피를 비롯한 숙성 항아리 음료, 각종 건강보조식품을 자체적으로 개발해서 판매하고 있다.

자담치킨은 원재료 가격이 비싸지만 무항생제 닭을 사용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닭의 행복한 생육환경을 보장하는 동물복지닭까지 도입했다.

여전히 얕은 수준으로 선도자를 모방하는 카피캣 브랜드들이 극성을 부리지만, 사업의 본질에 질문을 던지면서 콘텐츠의 깊이를 갖춰가는 기업들이 얻는 가장 큰 이점은 충성스러운 고객의 확보이다.

덕후 문화가 확산되는 요즘, 개성이 뚜렷한 소비자들은 사업의 본질에 대한 풍부한 콘텐츠를 가진 깊이있는 브랜드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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