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나간 빙상연맹, ‘빙신연맹’이라고 불리는 '이유'
정신 나간 빙상연맹, ‘빙신연맹’이라고 불리는 '이유'
  • 오혁진 기자
  • 승인 2018.0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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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선영 선수 올림픽 참가불가에 사과도 안 해
이상화·모태범·이승훈 대표훈련 참가불가
김상항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
김상항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

대한빙상경기연맹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최근 연이어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빙상연맹은 국가대표 훈련단 선발에 나이 제한을 뒀다. 이상화(29·스포츠토토)·이승훈(30)·모태범(29· 대한항공)선수 등이 대표훈련에 참가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특히 노선영 선수는 올림픽 출전자체가 무산됐다. 빙상연맹이 국제빙상경기연맹(ISU)과 의사소통에 문제가 발생해 규정을 잘못 해석한 것이다. 네티즌들은 대부분 이를 두고 “역시 ‘빙신연맹'"이라고 비판한다. 선수들이 투자한 4년을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은 물론 공식적인 사과조차 없다. 정신 나간 빙상연맹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빙상 스타들’ 대표훈련 참가 불가

빙상연맹은 지난 9일 연령제한 조항을 신설해 새로운 스피드 스케이팅 국가대표 훈련단 선발규정을 발표했다. 2018년 1월 1일 기준으로 만 26세 이하인 선수만 선발할 수 있다. 2019년엔 만 27세 이하로 늘어나고, 2020년부터는 다시 나이 제한을 없앤다. 두 시즌 동안은 어린 선수들만 대표팀에서 훈련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선수 전체 숫자도 22명(남자 12명, 여자 10명)에서 17명(남자 9명, 여자 8명)으로 줄었다.

빙상연맹이 규정을 바꾼 덕에 이상화·이승훈·모태범이 대표 훈련에 참여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화는 평창올림픽 이후 은퇴를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승훈과 모태범은 4년 뒤 베이징올림픽 출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바뀐 빙상연맹의 규정대로면 대표팀 밖 촌외훈련을 해야한다. 국제대회 출전을 막는 건 아니다. 올해 10월쯤 열리는 2018-19시즌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하면 월드컵 시리즈와 세계선수권 등에 나설 수 있다.

이상화처럼 자비를 들여 해외에서 훈련할 수 있는 환경에 있는 선수는 관계없지만 일반적인 실업팀 선수들은 훈련수당도 못 받고, 태릉보다 좋은 훈련장소를 찾기도 힘들다.

실업팀 지도자 A 코치는 "훈련단 합류 여부의 차이가 크다. 이상화나 이승훈 같은 선수는 상관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선수들에겐 분명 불이익이다. 해외 전지훈련 비용은 꽤 크다. 짐을 팀과 선수에게 모두 떠넘기는 모양새"라고 했다.

빙상연맹 관계자는 "올림픽 이후 정부의 훈련비용 지원이 줄어들 전망이다. 베이징올림픽까지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우선 어린 선수들을 육성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했다.

그러나 2016년엔 정반대의 상황이 일어난 바 있다. 종합선수권에서 언니들을 제치고 우승한 피겨 유망주 유영(14·과천중)이 나이 제한에 걸려 대표로 선발되지 못했다. 유영은 당시 최연소(만12세6개월) 우승 기록을 세웠지만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나이가 어려 국제대회에 출전할 수 없는 선수는 아예 대표팀에 뽑지 않기로 규정이 바뀐 탓이었다. 유영은 대표 선수가 아닌 탓에 태릉 대신 일반 빙상장을 빌려 훈련해야 하고, 의무·체력 등 대표 전담팀 지원도 받을 수 없었다. '빙상 영재'를 방치하는 연맹에 대한 비판이 일자 체계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폭행사건...숨기기 급급

지난 16일 진천선수촌에서 폭행 사건이 있었다.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의 A코치가 ‘에이스’인 심석희 선수를 폭행해, 선수가 선수촌을 이탈한 사건이다. 심석희를 쇼트트랙에 입문시키고 14년간 지도해온 지도자의 폭행이라 더욱 충격적이었다. 심석희 선수는 이틀 만인 18일 대표팀에 복귀했고 충격이 가시지도 않은 그 다음날부터 정상적으로 훈련에 임했다.

연맹은 이 사실을 알고도 숨기기에 급급했다. 선수가 선수촌을 이탈하고, 하루가 지나도록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18일 오전이 되어서야 회의를 열어 코치의 직무 정지를 결정했다. 하지만 징계를 내리면서도 징계의 근거가 될 폭행 여부와 정도를 정확히 파악하지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맹 측은 “빠른 시일 내에 조사에 나설 계획"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사건이 발생하고 사흘이 지난 뒤에도 상급단체인 대한체육회에 보고조차 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선수촌을 방문해 선수단을 격려한 날 충격적인 일이 있었다. 심석희 선수가 폭행으로 선수촌을 이탈했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독감’에 걸려 병원에 갔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

심석희 선수 폭행 사건이 보도된 이후 지금까지 연맹의 김상항 회장은 물론 부회장과 전무 등 임원 누구도 공식적인 사과는 물론 재발방지 대책 등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사건을 숨기듯 뒤로 숨기 바쁜 듯하다.

선수가 투자한 4년 날려버린 ‘빙상연맹’

빙상연맹의 썩어빠진 행정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2016년 골육종으로 세상을 떠난 쇼트트랙 노진규 선수의 누나인 노선영 선수는 “평창올림픽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던 동생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 올림픽 출전 규정도 모른 연맹의 행정 무능 때문이다.

국제빙상경기연맹인 ISU의 올림픽 출전 규정은 다음과 같다.

팀추월에 출전하는 선수는 모두 개인 종목 출전권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ISU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규정을 근거로 ISU는 지난 20일 대한빙상경기연맹에 노선영 선수가 평창올림픽 여자 팀추월에 출전하지 못한다고 통보했다. 팀추월 대표인 김보름, 박지우는 개인 종목인 매스스타트 출전권을 확보해 문제가 없지만 노선영은 개인종목 쿼터가 없어 팀추월 멤버로 나설 수 없다.

규정대로 노선영 선수는 평창올림픽 출전 자격이 없는 게 맞다. 문제는 이 규정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지난해 10월 “기준 기록만 통과하면 된다”는 ISU 담당자의 답변만 믿고 안일하게 대처한 연맹에 있다. 연맹이 알려준 올림픽 출전 ‘가이드’대로 노선영은 개인 종목에서 출전 랭킹을 끌어올리는 대신 팀추월 훈련에만 주력했다.

현실은 달랐고, 답변은 틀렸다. ISU는 연맹의 항의에 “연맹이 내용을 잘 못 이해한 것”이라면서 209조 규정을 근거로 노선영이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다는 최종 답변을 보내왔다.

빙상계 고위 관계자는 “노선영 선수가 너무나도 안타깝다. 먼저 세상을 떠난 동생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훈련을 해오면서 피눈물 흘려왔다. 연맹의 행태에 대해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빙상연맹은 노선영 선수 측에 “죄송하다”는 사과 한 마디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빙상연맹 관계자는 해당 사안에 대해 핑계 대기로 일관했다. 빙상연맹이 잘못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대답하지 않았다.

빙상연맹은 올림픽을 위해 노력하는 선수들을 돕고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서포팅 해야한다. ‘선수’를 보호하고 지원하는 일이 우선 되어야 한 다는 것이다. 빙상연맹의 10여 년 전과 별반 다를 게 없는 2018년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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