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하이트진로’ 총수 2세 등 검찰 고발
공정위, ‘하이트진로’ 총수 2세 등 검찰 고발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8.0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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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 10년간 총수2세 편법 승계 지원 사실 드러나... 107억 과징금 '철퇴'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가 총수일가를 부당하게 지원한 하이트진로 법인을 비롯해 총수 2세인 박태영 부사장 등을 검찰에 고발하는 강수를 뒀다.

공정위는 총수일가 소유회사인 서영이앤티를 부당하게 지원한 하이트진로 및 계열사 등에 모두 10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경영진과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15일 밝혔다. 고발된 사람은 총수일가 2세인 박 부사장과, 김인규 사장, 김창규 상무 3명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박 부사장이 서영이앤티를 인수한 직후인 2008년 4월부터 과장급 인력 2명을 파견해 급여 일부를 대신 지급했다. 이들은 하이트진로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전문 인력으로 하이트진로의 각종 내부 거래를 기획‧실행했다.

하이트진로는 삼광글라스로부터 직접 구매하던 맥주용 공캔을 서영이앤티를 거쳐 구매하면서 공캔 1개당 2원씩 통행세를 지급하는 거래 구조를 2012년 말까지 지속했다. 이에 따라 서영이앤티의 매출은 2007년 142억 원에서 2008~2012년 연 평균 855억 원으로 6배나 급증했다. 이는 해당 기간 당기순이익의 절반(56.2억 원)을 제공받은 것이다.

하이트진로 통행세 거래구조.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하이트진로 통행세 거래구조.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2013년 1월, 하이트진로는 공캔 통행세 거래를 중단하는 대신 삼광글라스를 시켜 공캔 원재료인 알루미늄코일을 구매할 때 서영이앤티를 끼워 넣고 통행세를 지급토록 요구했다. 공캔 거래가 계열사간 거래여서 법위반 적발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외형상 비계열사에게 통행세 거래를 시킨 것이다. 서영이앤티는 2014년 1월까지 1년 1개월 동안 590억 원에 이르는 매출을 올렸다. 당시 이 회사는 과다한 차입금에 따른 이자 비용 때문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14년 9월부터 하이트진로는 삼광글라스에 공캔과는 전혀 무관한 글라스락캡(밀폐 용기 뚜껑) 구매 시에 서영이앤티를 끼워 넣고 통행세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는 공정위 조치가 임박한 2017년 9월 말 중단됐다. 서영이앤티는 해당 기간 동안 323억 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고, 해당 기간 당기순이익의 1309.9%에 달하는 18.6억 원의 이익을 얻었다.

하이트진로는 또 2014년 2월, 서영이앤티가 자회사인 서해인사이트 주식 100%를 키미데이타에 고가로 매각하도록 우회지원하기도 했다. 당시 서영이앤티가 자금 압박에 시달리자 하이트진로는 키미데이타를 압박해 서영이앤티의 자회사를 정상가격인 14억 원보다 높은 25억 원에 매각토록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박 부사장은 서해인사이트 주식 고가매각에 직접 관여했다고 공정위는 파악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4월 공정위 현장조사 과정에서 대표이사 결재 및 박 부사장의 관여사실을 숨기기 위해 고의로 핵심 내용을 삭제한 허위자료를 제출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에 걸친 하이트진로의 부당 지원행위로 인해 공정거래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직거래가 통상적인 관행이던 상품 거래분야에 서영이앤티를 끼워 넣어 상대방의 거래처 선택을 제한하고 사업경험이 전무한 서영이앤티가 일시에 유력한 사업자 지위를 확보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서영이앤티는 이를 바탕으로 플라스틱 사출업은 물론 가공 식품 수입‧도매, 백화점 유통벤더 등 중소기업 시장에도 침투해 중소기업의 공정한 경쟁기반을 심각하게 훼손했다.

공정위는 하이트진로가 이를 통해 경영권 승계를 위한 토대를 만들었다고 판단했다. 서영이앤티는 2007년 12월 박문덕 회장의 장남인 박태영 부사장의 지분 73% 인수로 ‘하이트진로’에 편입된 이후, 2011년 현재 하이트홀딩스의 지분 27.66%를 보유한 그룹 지배 구조상 최상위 회사가 됐다.

하이트진로 지분구조.(공정거래위원회 제공)
하이트진로 지분구조.(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이에 따라 공정위는 부당한 지원 행위에 대해서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7호 및 동조 제2항에 따라, 특수 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행위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 제1호 및 동조 제3항을 적용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07억원을 부과하고 하이트진로 법인 및 박 부사장 등 3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과징금은 하이트진로(79.5억 원), 서영이앤티(15.7억 원), 삼광글라스(12.2억 원)이다.

아울러 공정거래법 제69조의2 제1항 제6호에 의거, 허위자료 제출에 대해 하이트진로 및 해당 직원에게 별도로 각각 1억 원 및 1천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신 국장은 “이번 조치가 대기업집단이 장기간에 걸친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각종 불공정 행위를 통해 공정 거래 질서를 저해하고 중소기업에게 심각한 피해를 끼친 사례를 적발‧시정한데 의의가 있다”고 밝히고, “대기업집단의 부당지원행위 및 총수일가 사익 편취행위를 철저히 감시하고 법 위반 행위를 적발할 경우 엄정하게 조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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