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원 인터뷰 “스펙트럼 넓은 배우 되고 싶다”
배우 고원 인터뷰 “스펙트럼 넓은 배우 되고 싶다”
  • 어승룡
  • 승인 2017.12.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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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승룡의 문화탐방 9 / 배우 고원 인터뷰

지난 11월 28일 열린 제25회 대한민국문화연예대상에서 배우 고원은 영화 ‘휴가’로 신인상을 수상했다. 2016년에도 같은 작품으로 리필름어워즈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하지만 고원은 이미 2015년에 영화계에 데뷔한 배우이자 시나리오 작가로 이미 활동하고 있는 영화인이다. 2010년에 연극 ‘궤도열차’를 시작으로 연극배우로 시작한 그녀의 활동영역은 작가, 연출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고원의 진정한 목표는 메릴스트립과 샤를리즈테론 같은 배우가 되는 것이다. 그녀를 만나 그녀의 연기 인생을 들어봤다.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를 꿈꾸는 배우 고원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를 꿈꾸는 배우 고원


메릴 스트립, 샤를리즈 테론, 그녀가 꿈꾸는 모델
시나리오 작가, 연출, 연기 등 다재다능한 예술인

‘고흐, 이상 나쁜피’ 연출, 주연, 작가

지난 11월 대학로에 공연예매율 2위로 화제가 된 연극이 있다. ‘고흐, 이상 나쁜피’다. 천재화가 고흐와 천재 작가 이상이 서로 만나 우정을 나눈다는 설정 자체가 워낙 독특한데다 이 연극을 관람한 많은 영화감독, 대학로의 유명 연극 연출자들의 시나리오에 대한 호평이 이어진 공연이다. 고원은 이 연극에서 자신의 작품을 직접 연출하고 주연배우로 출연 1인 3역을 소화했다.

2011년도에 그녀가 쓴 작품이다. “어느 날씨 좋은날 시골길을 버스로 달리고 있었는데 앞에 고흐가 뒤에 이상이 함께 버스를 타고 가는 꿈을 꾸었어요. 꿈을 꾸고 난 후 이 두 사람을 실제로 만나게 해주고 싶다는 묘한 소명의식으로 이 대본을 쓰게 되었어요. 고흐에 대한 자료를 다 찾아보고 이상전집을 다 읽었는데 두 사람에 대한 감정이 이상할 정도로 잘 이입되어 그들의 작품을 내가 그리고 쓴 것처럼 잘 이해할 수 있었어요. 그들의 슬픔과 외로움을 느꼈는데 두 사람이 공통점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었죠.” 고원은 두 사람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일주일 만에 초고를 완성했고 전체 대본을 다 완성하는데 15일 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했다.

여러운 가정환경 영화배우 꿈꿔

고원은 1남3녀의 막내로 태어나 어린 시절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 자랐다. 지금은 하늘공원으로 변한 난지도 쓰레기 처리장이 그녀의 어린 시절 놀이터였다. 가난한 가정환경으로 인해 수학여행도 가지 못했고 도시락조차 싸가지고 가기 힘들어 영양실조에 걸릴 정도였다.

하지만 독서광인 오빠의 영향으로 어려서 많은 책을 함께 읽으며 문학적 소양을 키웠다. 형제들이 영화를 좋아해 TV를 통해 함께 영화를 보며 어린 시절부터 배우에 대한 꿈을 키워갔다. 형제들 모두가 국문과를 졸업할 정도로 문학에 달란트가 있었다. 8살 많은 큰 언니가 연극배우였고 형부는 연극 연출가였다. 그런 영향으로 고원은 고등학교 때부터 독서동아리 회장을 맡으며 직접 쓴 대본으로 연극 연출까지 했다.

대학에서 문예창작과를 다니다 휴학하고 한동안 방황의 시간을 보내다 한국영화교육원 영화연출로 편입해 단편 독립영화 시나리오도 쓰고 연출도 하고 배우로 출연하며 영화에 꿈을 키워갔다. 졸업 후에는 여러 감독 밑에서 시나리오 작가로 조연출로 꾸준히 활동을 했다.

배우 고원은 시나리오, 연출, 연기 3박자를 갖춘 만능 탤런트
배우 고원은 시나리오, 연출, 연기 3박자를 갖춘 만능 탤런트

연기를 안하면 죽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작가, 조연출 보다 배우가 되고 싶었다. 연기를 안 하면 죽을 것 같았다. 연기에 대한 열망이 너무 커서 다시 연극으로 돌아왔다. 2010년 연극 ‘궤도열차’로 무대에 데뷔했다.

‘궤도열차’는 조선 최초의 개인병원을 개원한 안과의사 홍석후의 딸이며 유명한 음악가 홍영후(홍난파)의 조카인 홍옥임, 그리고 경성(서울)에 몇 개 없었던 대형서점이자 출판사였던 덕흥서림의 경영자 김동진의 딸 김용주 이 두 명의 신여성이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열차에 몸을 던져 동반자살 한 실제사건이다. 1931년 당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조선 최초 동성정사(同性情死)사건을 연극화 한 작품이었다. 그 당시 오전에 산에 올라가서 대본 발성연습을 하고 김영주가 빙의되게 해달라고 기도 할 정도로 열정을 가지고 연기에 임했던 작품이다. 그 이후 한동안은 연극배우로 활동을 했다.

고원의 상업영화 주연 데뷔작은 2015년 ‘짓2; 붉은 낙타’다. 이후 ‘젊은 처제’, ‘위험한 중독’, ‘수상한 언니들’을 한 해 동안 찍었다. 하지만 좌절이 컸다. 애로배우라 불리는 게 너무 힘들었다. 노출은 있지만 작품성이 있는 영화였는데 많은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그냥 연기를 하는 게 좋아서 했었는데 무척 후회가 되었다.

“<붉은 낙타>의 경우엔 작품이 마음에 들어 노출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어요. 그 당시 연기에 대한 절실함이 있었죠. 배우라면 노출을 꺼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작품만 좋다면.. 외국의 경우를 봐도 유명한 여배우들이 전라연기를 펼치는 예를 흔히 볼 수 있는데.... 제가 신인이라서 작품성이 매우 좋은 영화를 만날 수 없는 게 아쉽기는 했지만 극 중에서 욕심이 가는 역이 있었기에 과감하게 연기 할 수 있었습니다.” 고원은 자신의 노출 연기에 대해 떳떳했다. 하지만 주의의 평가는 인색했다.

<위험한 중독>은 멜로 영화로 정말 시나리오는 좋았는데 저예산 영화이다 보니 촬영일도 적었고 열악한 환경가운데 만들다 보니 영화의 완성도가 떨어졌다. 제작자도 영화의 완성도가 떨어지다 보니 IPTV로 팔기위해 성인영화로 마케팅을 했다.

<수상한 언니들>은 여성간의 사랑을 다룬 블랙 코미디 영화였다. 여성 감독역을 맡았는데 나중에 마케팅 과정에서 다르게 포장은 되었지만 기획단계에서 시나리오를 봤을 때 애착이 가는 독특한 작품이었다.

샤를리즈 테론 같은 다양한 연기 하고파

그녀가 가장 존경하는 배우는 메릴 스트립이라고 한다. 어려서 TV를 통해 메릴 스트립이 나온 영화들을 보고 배우의 꿈을 키웠다. 고원은 다른 장르보다도 시대극 성격의 멜로드라마를 좋아한다. 그녀는 자신의 성격과 가장 잘 맞는 배우로 샤를리즈 테론을 꼽았다. 샤를리즈 테론은 허리우드에서도 가장 다양한 연기를 하는 배우로 잘 알려진 배우다. 청순한 연기에서 최근에 개봉한 ‘아토믹 블론드’에서는 여전사의 이미지까지 소화한 배우다.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고 한다.

연극 ‘고흐, 이상 나쁜피’의 환호성이 끝나지 않았지만 고원은 연말에도 많은 촬영 일정이 있다. CJ 시나리오 당선작 중에 몇 편만 따로 투자, 제작되는 장편의 프리비쥬얼 단편 영화 중 이승현 감독님의 ‘교환원’에서 비운의 이우 태자의 숨겨진 정인이자 독립운동가 정숙역을 맡았다.

“장편 시나리오의 스케일과 내용에 크게 감동해서 그 느낌을 살리기 위해 정말 잘하고 싶어요!”라고 그녀는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 다음으로 장편독립영화 ‘바람 속으로’가 예정돼 있다. 4명의 3,40대 여성들을 중심으로 가족의 해체와 현대인들의 소외감 등을 다룬 영화인데 거기서 가장 화려하고 도회적이지만 실상은 외롭고 공허한 전직 스튜어디스 출신의 중산층역을 맡았다.

고원이 쓴 영화 시나리오 중 기획 도중 중단된 작품이 있다. 1945년 미군정 당신 인천을 배경으로 한 작품 ‘아들의 연인’이다. 그녀가 1달 넘게 인천에 기거하면서 만든 작품인데 정지영 감독이 작품을 준비했었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성냥공장을 운영하는 한 여자가 성냥공장을 지키기 위해 벌어지는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캐스팅 과정에서 지명도 있는 배우들이 노출 수위 때문에 거절을 하는 과정에 대본 수정을 거듭하다 영화 제작이 중단되었다. “배우라면 작품이 마음에 든다면 어떤 역할에도 거리낌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언젠가는 자신이 유명한 배우가 되어 자신이 쓴 이 작품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고 한다. 그 날을 꿈꾸며 고원은 열정을 다해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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