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권신문-오혁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부적절한 만남이 들통났다. 문고리 3인방’ 출신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이 지난 18일 법정에서 2014년 9월 이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 안가에서 독대를 했다고 증언한 것. 삼성 측은 추측일 뿐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이재용 부회장의 ‘감옥살이’가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판이 뒤집혔다”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은 이날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 정형식)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의 재판에서 “구체적인 날짜는 기억 못하지만 2014년 하반기에 단독 면담이 있었다”고 말했다.
안 전 비서관의 증언을 종합하면, 그는 2013년 3월부터 2015년 1월까지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으로 근무하며 박 전 대통령의 수행과 관저관리 등 업무를 맡았다.
그는 법정에서 "2014년 11월 말쯤에 (정윤회) 문건유출이 있었는데 그 언저리쯤 (박 전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의) 면담이 있었다"며 "정확하게 시기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하반기"라고 했다.
안 전 비서관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당시에 박 전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의 단독면담을 확정한 이후 일정을 자신에게 통보했다고 했다.
또 안 전 비서관은 단독 면담 날짜 하루 전쯤 해당 기업 관계자와 연락해 차량번호와 차량색깔, 차량종류 등을 확인해 청와대 경호처에 전달했다.
단독면담 당일에는 이 부회장과 개인적으로 처음 인사를 했고, 이 부회장의 명함을 받았다. 또 안 전 수석과 함께 안가 내 대식당에서 대기하며 "왜 (단독면담 자리에) 안 들어가세요"라고 물었더니, 안 전 수석이 "대통령이 부르면 들어갑니다"라고 한 대화내용도 자세히 기억했다.
이후 2014년 9월 15일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장에서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이 부회장과의 단독면담을 진행시켰다.
안 전 비서관은 청와대 안가 단독면담과 대구에서의 단독면담 사이 시간 차이에 대해 "뭐 그렇게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 것으로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안 전 비서관의 법정 증언과 박 전 대통령의 안가 출입 기록 등을 근거로 항소심에서 두 사람의 첫 독대 시점을 3일 앞당겼다. 특검팀 관계자는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이 12일에 자세한 이야기를 논의하고 3일 후 대구 창조개혁혁신센터에서 핵심적인 사항을 논의한 것 같다. 공소장을 변경할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2014년 9월 12일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청와대 안가에서 '뒷거래'를 시작했고 9월 15일 대구에서 박 전 대통령이 5분 동안 이 부회장에게 '한국승마협회 회장사가 돼 달라' 등의 구체적인 거래 조건을 제시했다는 게 특검 측의 판단이다.
이 부회장 측은 이 부회장의 명함에 휴대전화 번호가 적혀있지 않다며 안 전 비서관의 증언을 반박했다. 또 안종범 전 수석의 수첩에 9월 12일에 SK와 현대차가 쓰여 있는데 삼성이 아닌 것 아니냐고 했다. 안 전 비서관은 “날짜는 모르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안 전 비서관은 "시기라든지 정확하게 기억을 못한다"면서도 "조금 터울은 있다"고 했다.
이재용, 형량 늘어나나
법조계 일각에서는 안 전 비서관의 증언이 법정에서 인정될 경우 이 부회장의 ‘감옥살이’가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안 전 비서관의 증언이 법정에서 인정된다면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는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감옥살이’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이 2014년 9월 15일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첫 면담을 했다는 것이 뒤집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이 장시호에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음에도 재판부가 이례적으로 2년 6개월을 선고한 바 있다. 재판부가 이 부회장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판결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 뇌물공여 ▲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특경법)상 횡령 ▲ 특경법상 재산국외도피 ▲ 범죄수익은닉 규제 및 처벌법 위반 ▲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 등 5가지다. 특검은 지난 8월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고 재판부는 해당 혐의 모두 유죄를 인정했으나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적극적인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해 뇌물을 공여한 것으로 보인다”며 “명시적·개별적으로 청탁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고 승계 작업이 이 부회장만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양형기준을 설명했다.
그러나 안 전 비서관의 법정 증언 때문에 재판부가 ▲ 뇌물공여 ▲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특경법)상 횡령 부분을 다시 들여다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전언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안 전 비서관의 증언이 법정에서 인정된다면 재판부가 해당 혐의에 대해 다시 판단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며 "이재용 부회장의 형량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뇌물공여죄는 뇌물을 약속, 공여 또는 공여의 의사를 표시한 자에게 액수에 상관없이 법정형이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형벌이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은 형법에 규정한 사기죄, 공갈죄, 횡령죄, 배임죄 또는 업무상 횡령배임의 죄를 범한 자로서 그 범죄행위로 인해 취득한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득액이 50억 원 이상이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며, 5억~50억 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가중처벌한다. 또한 이득액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해진다.
항소심 결심 공판은 오는 27일 열릴 예정이다. 이재용 부회장에게 최대 위기가 올지 재판부의 선택에 국민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