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갑질’에 공인중개사들 ‘분통'
이해진 ‘갑질’에 공인중개사들 ‘분통'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7.12.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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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부동산 업계 치킨게임... "자영업자 생계 위협" 비판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네이버의 ‘갑질’이 불거졌다. 네이버의 부동산 검색에서 세종시와 서울 목동 지역의 아파트 매물이 한꺼번에 사라졌다. 이 지역의 공인중개사들이 네이버의 ‘우수중개업소 인증제’에 반발해 광고를 전면 중단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동네 자영업자 상권에 침투해 사회 문제화 된 대기업 유통업체처럼 포털공룡 ‘네이버’가 자영업자들의 생계를 위협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네이버 인증제에 부동산 업소 반발
최근 네이버가 운영하는 부동산 서비스에서 일부 지역 매물들이 한꺼번에 사라졌다. 네이버의 새로운 부동산 광고 정책에 대해 공인중개사들이 ‘갑질’이라고 반발하며 일어난 일이다.

네이버가 지난달 15일부터 시작한 우수중개업소 인증제는 ‘허위매물 광고를 없앤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거래된 매물을 방치하지 않고 ‘현장확인 매물’ 등 실제 확인 가능한 매물을 많이 올리는 중개사를 지역별로 상위 30%까지 선발한다.

현장확인 물건을 많이 등록하면 ‘우수중개업소’로 선정하고, 이들의 광고 매물은 네이버 화면 검색 상단에 노출돼 소비자들의 눈에 쉽게 띄어 광고 효과가 높아지는 혜택이 주어지는 제도다.

그런데 공인중개사들은 이 제도 때문에 광고 경쟁이 극심해지면서 광고비가 폭증한다고 주장한다. 우수업체가 되려면 현장확인 매물 광고를 더 많이 해야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광고를 많이 하는 업소가 우수중개업소로 인증 받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이에 반발해 네이버 광고를 중단한 서울 목동지역 공인중개사들은 “우수중개업소 인증제‘ 때문에 과다한 광고 지출을 도저히 견딜 수 없어서 전체 광고를 내렸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광고비가 지금의 5배~10배 들게 된다”며 네이버를 성토했다.

실제로 14일 네이버 부동산에 올라온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5단지 1848가구 가운데 매물 5건, 전세 5건만 검색된다. 1368가구인 6단지는 매물이 7건, 2550가구인 7단지는 28건에 불과하다. 다음 등 다른 포털사이트의 부동산 매물 서비스에는 단지별로 최소 300건 안팎 매물이 등록돼 있는 것과 비교하면 90% 이상의 매물이 철회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그동안 포털의 ‘갑질’에도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돈을 주고 광고했던 중개사들이 적극 동참하면서 이번 광고 중단 사태가 전국으로 확산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목동 신시가지 1~7단지에서 영업하는 중개업소 100여곳이 올 연말까지 네이버 매물을 올리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세종시에서도 같은 이유로 중개사들이 집단으로 네이버 광고 중단을 선언했다. 네이버에 올라온 세종시 아파트 매물 광고는 이달 초 9000여건에서 현재 750건 안팎으로 90% 이상 줄었다.

세종시 지역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은 “우수업체로 선정되기 위해 서로 경쟁하다 보면 광고비가 끝도 없이 오를 수 밖에 없다”며 “결국 네이버 광고를 많이 해야 살아남을 수 있고 이는 네이버의 ‘갑질’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인증제 폐지에도 반발 확산
이에 대해 네이버 측은 성사된 거래에 ‘거래 완료’ 버튼을 잘 누르고 현장 확인 매물의 비율이 많으면 우수활동 중개사가 될 수 있다며 광고 수익을 늘리려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용자의 허위 매물로 인한 불편함을 줄이기 위한 서비스”라며 “네이버는 건당 500원의 최소 고정비만 받고 있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결국 부동산 중개업소의 반발에 밀려 이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업계의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거래 완료’ 점수를 따려면 더 많은 광고를 올려 거래를 성사시켜야 한다며 “현실을 모르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각 지역 공인중개사 업소들 가운데 네이버의 우수업소 지정을 받은 곳조차도 거부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 공인중개사는 “광고비 문제가 가장 크다”며 “부동산 중개업은 중개사무소 혼자서는 일을 못한다. 한 지역에서 매도인과 매수인 측 업소가 서로 협조해서 거래를 성사시키는 구조인데, 지정 받는 곳과 못 받는 곳의 차별을 일으키는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중개업소 사이에 분란을 일으켜 다 같이 죽게 만드는 제도라는 것.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네이버 광고 중단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협회 관계자는 “지역별로 온도차가 있어 네이버 광고 중단이 중앙회 차원은 아니다“라며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고 말을 아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중개업소가 개별적으로 포털사이트에 대응하기 어려운 만큼 협회 차원에서 적극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황기현 회장은 협회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다. 황 회장은 이 글에서 “네이버가 허위매물의 근절이라는 미명아래 법적 의무사항도 아닌 고객의 연락처, 등기부등본 등의 상세정보를 요구하고, 제출 여부에 따라 차등(별 마크 표시)을 두어 우리 공인중개사에게 사실상 줄세우기를 강요해, 지역마다 회원간 불신과 반목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며 “(회원들이) 협회의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협회가 운영하는 통합거래정보망이자 회원여러분이 내 주신 회비로 운영되는 ‘한방’에 주인의식을 갖고 보다 많은 매물을 등록해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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