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 공무원 복지부동에 “임기후반 위험”
文 정부, 공무원 복지부동에 “임기후반 위험”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7.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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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들, 조직 장악 실패 ‘SOS’... 靑 ‘만기친람’ 원인

문재인 정부가 위험하다. 공무원의 복지부동이 도를 넘었다. 간부급 공무원들이 장관에게 보고를 미루거나 안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관료조직 장악에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여러 부처에서 나타나고 있다. 장관들이 취임한지 6개월이 다 돼가지만 조직 장악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문 정부의 임기 초기 부터 발생한 공무원 사회의 복지부동이 임기후반 국정동력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집권 2년차로 향하는 문 정부의 적폐와의 전쟁이 관료사회로 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각 부처를 통괄해야 할 장관들의 조직 장악이 실패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청와대가 ‘만기친람’하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부처별 주요 정책과 핵심인사에 일일이 관여하는 데다, 장관직 대부분을 교수나 전·현직 여당 국회의원들이 맡았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게다가 부처별로 과거 보수정권 시절 적폐청산이 추진되면서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을 부추기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유골 은폐는 ‘장관 패싱’
지난달 22일 대한민국은 발칵 뒤집혔다. 해양수산부가 세월호 미수습자 유골을 발견하고도 닷새 동안 은폐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17일, 목포신항 세월호 선체 수색작업 현장에서 수거된 진흙을 세척하는 과정에서 사람 손목뼈 1점이 발견됐다. 국방부에서 파견된 유해발굴감식단 관계자가 사람의 뼈임을 현장에서 확인했다.

하지만 유골 수습을 보고받은 해수부 현장수습본부 김현태 부본부장은 김영춘 장관에게 보고하거나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에 통보하지 않았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과 다른 유가족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김 부본부장은 현장에 있던 관계자들에게 “내가 책임질테니 유골 수습 사실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말라”고 지시했다.

결국 세월호 침몰피해 미수습자 故남현철군·박영인군·양승진 교사·권혁규 군·권재근씨 5명의 가족들은 이같은 사실을 모른 채 18일 목포 신항에서 영결식을 한 뒤 20일까지 장례식을 치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 사건이 전임 정부의 ‘관행’에 젖은 공무원의 판단이 빚은 사태라고 ‘선 긋기’를 하면서 불똥이 튀지 않도록 경계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김 장관이 사실상 해수부 조직 장악에 실패해 국과장급 간부들에게 ‘패싱’당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왼쪽부터) 강경화 외교부장관, 김영춘 해수부장관, 송영무 국방장관
(왼쪽부터) 강경화 외교부장관, 김영춘 해수부장관, 송영무 국방장관

다른 장관도 조직 장악력 의문
이러한 조직 장악의 문제점은 다른 부처에서도 노출됐다. 송영무 국방부장관은 지난 10월 31일,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뭇매를 맞았다. 송 장관은 전날 국감에서 북한에 엿새동안 나포됐던 ‘391흥진호’ 사건에 대해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391흥진호’는 10월 21일 동해 상 북측 수역을 넘어갔다며 북한 당국에 나포됐다가 6일 만인 27일 속초항으로 귀환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민이 북한에 끌려가 조사를 받았는데 (국방장관이) 그걸 몰랐다”며 “우리 군은 뭘 하고 있었는지 철저히 조사해서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군작전사령부가 왜 합참에 상황을 보고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라며 “다양한 유형의 북한 도발에 준비태세를 갖춰야하는 만큼 점검을 새롭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했다. 사실상 조직 장악력에 대한 의문을 표한 것이다.

지난 11월 14일 판문점 JSA 북한병사 귀순 사건 당시에도 송 장관에 대해 늑장보고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긴급 사건이므로 사건을 최초 인지한 오후3시15분부터 15분이내에 장관에게 보고가 됐어야했는데 오후4시가 넘어서 보고됐던 것. 이에 대해 군은 “당시 장관이 국회 예결위에 참석하고 있어 보고가 늦게 이뤄진 점이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발사로 대북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이러한 해명을 납득하기는 힘들다. 군 전반에 대한 국방개혁을 밀어붙여야 하는 입장인 송 장관이 해군 출신이라 육군출신이 주요보직을 장악하고 있는 국방부에 대한 장악이 힘들어서가 아니겠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첫 여성 외교부 수장이 된 강경화 장관도 조직 장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외교부 안팎에서는 “일부 간부들 가운데 자의적으로 보고를 미루거나 안 하는 이들도 있다”는 얘기가 흘러 나온다.

강 장관 임명당시 외무고시 출신이 아니어서 폐쇄적인 외교부 조직 내의 반발은 충분히 예상된 바다. 하지만 예상보다 내부 반발이 심하다는 관측이다.

강 장관의 부처 영향력이 떨어지는 데에는 해외공관장 인사가 미뤄지는 것도 한 몫 한다. 현재 대사나 영사가 교체대상인 공관은 60여 개로 알려졌다. 이들에 대한 인사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이유가 현 정권과 선이 닿은 외부 낙하산 인사들로 상당수가 채워질 것이기 때문이라는 소문도 이를 부추긴다.

靑, 장관에 힘 실어줘야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일각에서는 현 정부의 캐치프레이즈인 ‘적폐청산’의 부작용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정원을 비롯해 교육·법무·문화체육관광·외교부 등이 경쟁적으로 적폐청산위원회를 만드는 등 공포 분위기가 공무원들을 위축시킨다는 견해다.

하지만 다른 시각도 있다. 여의도 정치권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6개월이 지났지만 장관 인사 가운데 가장 먼저 임명된 김동연 경제부총리 조차 이제 취임 6개월이고,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임명된 지 이제 보름 남짓”이라며 “조금 더 시간을 두고 봐야 된다”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관가 일각에서 나오는 “청와대 ‘왕수석들’이 좌지우지 한다”는 평가는 귀담아 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문호 정치평론가는 “문재인 정부는 아직 4년 반이 남았다. 장관에게 보다 더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의 한편에서는 현재 MB·박근혜 정권을 비롯한 야권으로 향하던 적폐와의 전쟁 칼날이 관료사회를 향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료 사회의 복지부동을 지금 잡지 못하면 임기후반으로 갈수록 국정 동력을 더욱 떨어트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에 따른 조처로 보인다. 이 같은 움직임에 따라 관료 사회는 검찰의 적폐수사 향방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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