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 기회 박차버린 황영기..."현 정부와 결 달라"
연임 기회 박차버린 황영기..."현 정부와 결 달라"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7.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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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 [사진=금융투자협회]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 [사진=금융투자협회]

임기 만료 두 달을 앞둔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이 선거 출마를 포기했다.

황영기 회장은 4일 금융투자협회 내부 게시판을 통해 차기 협회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글을 남겼다.

황 회장은 이날 열린 송년 간담회에서도 오는 201824일을 끝으로 재선을 포기한다현 정부를 꾸리고 운영하시는 분들과 제 가치관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간 업계는 황 회장의 연임을 유력하게 봤다. 하지만 그는 현 정부와 갈등이 있음을 암시하며 돌연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날 황 회장은 협회장을 준비하는 분들이 좀 더 확신을 가지고 준비할 수 있도록 임기가 끝나면 연임이나 재선을 노리지 않고 물러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새 후보는 새 후보들끼리 치열하게 경쟁해서 좋은 회장이 나오는 게 좋다현 회장이 프리미엄을 갖고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현 정부 인사들과의 불협화음을 퇴진 사유 중 하나로 꼽았다.

그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회원사도 많다는 점을 확인해 연임을 포기했다특히 시대적 분위기와 맞아야 하는데 (현 정부의) 정책을 보면 제 생각과 다른 경우가 있고 건의를 해도 잘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고 섭섭함을 표현했다.

황 회장은 최근 사례로 지난 1일 국회의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를 들었다. 그는 자본시장법 통과로 증권사의 기업신용한도가 200%까지 늘어났다나쁜 짓도 아니고 (부작용에 대한) 여러 통제장치가 있는데도 고생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외교 용어로 나는 척결 대상이나 사형 대상은 아니나 환영받지 못하는 페르소나 논 그라타(기피인물)와 같았다연임을 하겠다고 노력하는 게 여러 가지로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황 회장은 또 나는 시장주의자로 시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데 반해 현 정부는 시장이 위험하기 때문에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강한 정부, 큰 정부 중심으로 돌아가 다소 결이 다르다고 판단했다고 털어놨다.

황 회장은 현 정부와 가치관이 다르다는 배경을 들었지만 그의 재선 불출마엔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발언이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높다. 최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금융권 협회장 인사에 대해 대기업 그룹에 속한 회원사 출신이 기업 후원이나 도움을 받아서 회장으로 선임된 경우가 많았다"그런 사례가 또 나타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의 이러한 발언을 두고 넛지(nudge) 관치라는 말도 나왔다. 과거처럼 정해진 인사를 찍어 내려보내지는 않지만 이런 사람은 안 된다는 가이드라인을 슬쩍 제시해 금융권 인사를 좌지우지한다는 의미다.

황 회장은 지난 1975년 삼성물산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뒤 삼성전자·삼성생명을 거쳐 2001년 삼성증권 사장에 올랐다. 2004년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2008년에는 KB금융지주 회장을 맡았다.

금융권을 잠시 떠났다가 20152월 금융투자협회장으로 복귀한 황 회장은 임기 내 초대형 IB 인가, 비과세 해외주식형펀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 등 증권사 현안을 추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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