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회장, 본인 대주주 회사에 '일감몰아주기' 구설수
정몽규 회장, 본인 대주주 회사에 '일감몰아주기' 구설수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7.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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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현대산업개발 발주 공사에 입찰 담합한 현대산업개발 자회사 아이콘트롤스에 과징금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 지하철 9호선 승강장의 스크린도어 공사 입찰에 정 회장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 현대산업개발의 자회사인 아이콘트롤스가 입찰담합을 주도했다. 이 회사는 외견상 현대산업개발의 자회사이지만, 지배구조상 정몽규 회장의 개인회사나 다름없다. 정몽규 회장이 최대주주이다. 정몽규(28.89%), 아이앤콘스(6.44%), 현대EP(14.82%), 아이서비스(6.68%), 정현(0.17%) 등이다. 정 회장은 아이앤콘스(4.79%), 아이서비스, 현대EP이사를 맡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아이앤콘트롤스의 입찰담합으로 실제 이득은 대주주인 정몽규 회장의 '잇속챙기기'에 들어갔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산업개발이 발주한 서울 지하철 9호선 승강장 스크린도어 공사 입찰 담합을 적발했다. 그런데 담합을 주도해 낙찰받은 회사가 현대산업개발의 자회사로 드러났다. 거기에 최대 주주가 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인 것.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공정위의 조사가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15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아이콘트롤스, 현대엘리베이터, GS네오텍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하고, 이들에 대해 과징금 총 2억6500만원을 부과했다.

아이콘트롤스, 현대엘리베이터, GS네오텍 등 3사는 2013년 1월 17일 열린 서울 지하철 9호선 2단계 916공구 승강장 스크린도어 경쟁입찰에 응하면서 아이콘트롤스가 낙찰될 수 있도록 사전에 투찰가를 합의했다. 이 사업은 2013년 4월부터 8월까지 신논현∼종합운동장역 구간 스크린도어 설치를 위해 현대산업개발이 최저가 입찰 방식으로 발주한 것이다. 총 사업비는 24억원이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 담합을 주도한 것은 현대산업개발의 자회사인 아이콘트롤스(I CONTROLS)였다. 향후 공공기관 발주 스크린도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실적을 확보하기 위해 담합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콘트롤스는 발주처인 현대산업개발의 자회사로 1999년 9월 17일 설립됐다. 2017년 9월 말 기준으로 29.89%의 지분을 보유한 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이 최대주주다. 특수관계인까지 포함된 지분율은 58.04%다.

아이콘트롤스는 1단계 사업에서 이미 스크린도어를 설치한 경험이 있는 현대엘리베이터에 접근해 자신이 낙찰받는 대신 22억2000만원에 해당 사업을 다시 하도급으로 주겠다는 합의서를 2012년 8월 현대엘리베이터와 작성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아이콘트롤스가 현대산업개발의 자회사이므로 이 사건 입찰에서 낙찰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하도급을 받은 대가로 들러리로 입찰에 참여했다.

2012년 12월, 현대산업개발이 이들 3개 업체를 지명경쟁 입찰 대상자로 공식 선정하자, 아이콘트롤스는 GS네오텍에도 ‘들러리’로 서줄 것을 제안했다. 향후 필요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 GS네오텍도 이 제안에 응했다. 옆 공사 현장인 917공구의 주관사는 GS네오텍의 모회사인 GS건설인 만큼 이 담합을 통해 GS네오텍도 ‘나눠 먹기’를 할 요인이 있다는 판단이었다.

결국 사전에 조율한대로 GS네오텍은 24억6500만원으로 입찰에 참가한 뒤, 입찰 가격을 이메일로 아이콘트롤스 측에 알려줬다. 그 다음날 현대엘리베이터는 24억원, 아이콘트롤스는 23억8400만원을 각각 써냈고 아이콘트롤스가 낙찰을 받았다. 아이콘트롤스는 약속대로 현대엘리베이터에 하청을 줬다.

공정위는 입찰 담합에 관한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8호에 따라 법 위반행위 금지명령을 내리고 아이콘트롤스에 1억3300만원, 현대엘리베이터·GS네오텍 각각 6600만원씩 과징금을 부과했다. 아울러 3개사도 검찰에 고발했다.

정몽규 회장, 일감몰아주기 논란 부각
일각에서는 현대산업개발 측이 경쟁입찰의 형식을 띠고 자회사에 일감몰아주기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아이콘트롤스가 낙찰 받은 금액인 23억8400만원은 투찰률 99.33%다. 입찰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고가입찰”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담합에 있어서는 발주자는 피해를 보는 케이스(피해자)라 입찰 참여자들이 어떻게 담합을 했는지가 위법성의 포커스”라고 말했다.

실제로 2017년 3분기까지 아이콘트롤스 매출 1879억원 가운데 현대산업개발과의 거래에서 나온 매출이 55.3%인 1040억원을 차지했고, 2016년에는 매출 1889억원 가운데 53.5%인 1011억원이었다. 2015년에는 1746억 중 64.8%인 1132억, 2014년에는 1318억 중 62.7%이었다.

이번 입찰 건을 제외하고 보더라도 사실상 아이콘트롤스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현대산업개발이 책임져주는 모양새인 것이다.

이에 대해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특별히 코멘트를 드릴게 없다”며 “(아이콘트롤스 입찰 담합 관련) 내용이 넘어온 게 없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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