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제2의 논두렁시계’ 보도했나... 전병헌 발언 왜곡 논란
SBS ‘제2의 논두렁시계’ 보도했나... 전병헌 발언 왜곡 논란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7.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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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속기록 살펴보니... '가짜 백수오' 사건 관련해 ‘환불 제도 정비’ 주문한 것
"착한 홈쇼핑", 전액 환불한 쇼핑몰 2곳 모두 지칭한 것으로 드러나

SBS가 전병헌 수석의 롯데홈쇼핑 뇌물 수수 의혹에 대한 보도에서 전 수석의 발언을 편집해 왜곡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SBS는 13일 저녁 8시뉴스에서 <후원금 받은 후엔... “착한 홈쇼핑” 칭찬>이라는 제목 아래 전 수석 관련 의혹에 대해 보도했다. 이 보도에서 당시 전 수석의 발언 내용 중 일부인 “착한 홈쇼핑 채널이 오히려 더 손해를 보고, 좀 이기적인 그런 방침을 세운 홈쇼핑 채널은 이득을 봐서는 사회적 정의에 맞지 않지요”라는 발언을 자막으로 내보낸 것이다.

SBS는 “이 시점이 바로 전 수석이 회장과 명예회장을 오간 e스포츠협회에 롯데 홈쇼핑의 3억 원이 전달된 때”라며 “검찰 관계자도 전 수석의 발언이 바뀌는 이 대목이 의미가 있다며 주목하고 있음을 시사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3억 원과 180도 바뀐 태도, 둘 사이 연관관계에 따라 제3자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 수석 발언 왜곡했나
하지만 당시 국회 속기록을 확인한 결과 이는 전 수석의 발언을 교묘하게 왜곡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9대국회 시절인 2015년 7월1일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제334회 3차회의에서 국회의원이던 전 수석은 당시 사회문제로 비화됐던 ‘가짜 백수오’ 사건을 언급했다. 이는 그해 4월 한국소비자원이 건강보조 식품 원료인 ‘백수오가 들어가는 제품의 90%는 가짜’라고 발표해 큰 파장이 일었던 사건이다.

전 수석은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에게 “6개 TV홈쇼핑 채널에서 백수오를 판매한 금액이 2670억 원인데, 소비자보호원은 전액 환불을 해라라고 권유를 하고 있지요?”라고 물었다. 최 장관이 “예”라고 대답하자 전 수석은 “L홈쇼핑은 전량 보상의 방식을 취하고, N홈쇼핑은 모든 소비자에게 전액 환불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G,C,H,H 4개 홈쇼핑 채널은 소비자가 보유하고 있는 잔량 제품만 환불을 하고 있다”며 “홈쇼핑 채널의 환불 정책은 일관성 있고, 일정한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되는 것 아니겠느냐”며 “채널별로 들쭉날쭉하게 방치하고 있는 것은 행정의 방기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최 장관이 “여러 제도를 검토 개선해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면 환불이 일관성 있게 추진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전 수석은 “일관성 있고 공평한 환불이 이루어져야지”라며 보도된 문제의 ‘착한 홈쇼핑’ 발언을 덧붙인다. 이후 “행정의 공정성이라는 측면에서도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공정위하고 미래부하고 확실하게 협조를 해서 이 부분에 대한 일관성 있는 가이드라인과 지침 그리고 균형된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이 문제와 관련된 발언을 마무리했다.

전 수석의 이날 발언의 앞뒤 문맥을 살펴보면 사회문제화 된 가짜 백수오 사건과 관련해 ‘환불 제도가 통일되지 않았으니 정비하라’고 장관에게 요청하면서 ‘환불을 양심껏 하는 업체만 손해보는게 아니냐’는 식으로 이야기 한 것이다.

2015년 7월1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 전병헌 수석이 한 발언 전문을 담은 국회 속기록
2015년 7월1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 전병헌 수석이 한 발언 전문을 담은 국회 속기록

이에 대해 누리꾼들의 반응은 격앙돼있다. 한 누리꾼은 “논두렁 보도 맞아요”라며 “스브스(SBS) 이번에는 책임지게 해야 합니다”고 했다. 다른 누리꾼은 “논두렁 시즌2에 NLL 시즌2에 아방궁 시즌2에 호화요트 시즌2네요”라며 꼬집었고, “http://www.kocsc.or.kr/ 방통위 신고주소”라고 신고를 독려한 누리꾼도 있었다.

한편 SBS는 지난 1일 노사 합의에 따라 ‘논두렁 시계 보도’ 진상조사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SBS노조는 이날 노보를 통해 “노사는 공정방송실천협의회를 통해 전직 사장까지 관련된 ‘논두렁 시계 보도’와 방송 독립성 침해 여부에 대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어 “노조는 진상조사위를 통해 사안을 최대한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밝히고, 밝히지 못하는 부분은 수사의뢰를 해서라도 국민에 알려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해, 회사는 이를 수용했다”고 덧붙였다.

‘논두렁 시계 보도’는 2009년 5월13일 SBS가 단독 리포트로 내보낸 기사를 말한다. 이 기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서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준 명품 시계를 받아 봉하마을 논두렁에 버렸다’고 진술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노 전 대통령을 수사를 맡았던 이인규 전 대검 중앙수사부장은 지난 2015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논두렁 보도 등은 국정원 주도로 이뤄진 것”이라고 말해 국정원의 정치공작 의혹에 불을 붙였다. 지난 10월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는 이명박 정권 때 국정원 직원 4명이 ‘논두렁 보도’ 직전인 2009년 4월, 하금열 당시 SBS 사장과 접촉해 노 전 대통령 수사 보도를 적극 요청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하 전 사장은 MB정부 때인 2011~2013년 대통령실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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