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대 성심병원의 간호사 장기자랑 강요 논란과 관련, 대한간호사협회가 13일 철저한 진상 조사와 엄중한 처벌을 촉구했다. 춘천 한림대 성심병원은 최근 간호사들에게 선정적인 의상을 입고 춤을 출 것을 강요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에 휩싸였다.
협회는 이날 배포한 성명서를 통해 “최근 간호사들의 장기자랑이 논란이 되는 것에 대해 전국 38만 간호사와 함께 경악을 금치 못한다”면서 “원치 않는 병원 장기자랑 행사에 간호사가 강제 동원되고 선정적인 옷차림까지 강요받은 것은 지금까지 가져왔던 모든 간호사의 소명의식과 자긍심을 한꺼번에 무너뜨린 중대한 사건”이라며 이 같이 강조했다.
협회는 “특히 간호전문인이라는 소명의식으로 적절한 보상체계 없이 높은 근무 강도와 빈번한 초과근무, 교대근무 등을 견뎌온 간호사들을 부적절한 장기자랑 같은 병원 행사에 강제 동원해 온 것은 여성 전문직에 대한 비하이자 모독”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는 이 같은 일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도록 의료기관 내에서 벌어지는 인권 침해 사례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명확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며 “협회는 현재 준비 중인 ‘간호사인권센터’를 통해 근로현장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를 막고 간호사가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앞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간호협회에 따르면 한림대 성심병원 등 일송재단 소속 5개 병원은 지난 9월 24일 열린 재단 체육대회 이벤트로 간호사들에게 짧은 옷을 입고 춤을 추도록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당시 사진을 보면 간호사들은 짧은 바지를 입고 배꼽과 어깨를 드러낸 채 걸그룹 춤을 추고 있다.
그간 장기자랑을 원치 않은 간호사들까지 해마다 장기자랑을 위해 노출이 심한 복장으로 낯뜨거운 춤을 춰야 했다는 것. 페이스북 페이지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에는 “신입 간호사들이라 싫은 내색도 하지 못한다”, “신입생 환영회 때 눈에 들어오는 간호사들이 차출된다. 행사 2주 전부터는 출근도 하지 않고 연습만 시킨다” 등의 제보가 올라왔다.
병원 측은 장기자랑을 앞두고 휴일이나 밤 10~11시까지 강제로 춤 연습을 시키고 “누가 제일 날씬하냐” 같은 사적인 질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연을 준비하는 동안 시간외수당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
또 “겹치게 임신하면 먼저 임신한 사람이 분만휴가를 갈 때까지 밤 근무를 하고 동의서에 사인을 한다”며 ‘임신 순번제’를 강요받았다는 폭로도 나왔다. 자신을 성심병원 간호사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야간 근무는 내가 원해서 하는 거다’라는 식의 각서인데 만약에 ‘유산이 되더라도 간호부에게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그 앞에서 직접 쓴다”고 설명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병원계에 자정 노력을 당부했다. 고용노동부도 성심병원의 간호사들의 장기자랑 논란과 관련해 내사에 들어갔다.
성심병원 측은 현재 내부조사가 진행 중이며 논란이 된 사안들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러한 사실이 알려진 뒤 병원 내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는 간호사 내 태움(직장 내 괴롭힘을 뜻하는 용어) 문화와 저임금 문제 등에 대한 추가 폭로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 간호사의 처우 개선을 위한 목소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