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숙 문화산책] ‘자연을 향한 은밀한 서정시’
[김은숙 문화산책] ‘자연을 향한 은밀한 서정시’
  • 김은숙 칼럼리스트
  • 승인 2017.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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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숙 아트셀시 대표
김은숙 아트셀시 대표

강남구는 한 작품에 서양과 동양의 2가지 미학의 시각을 적절하게 농축시켜 작품의 예술적 완성도를 높이고 자연을 감동적으로 그려가는 훈련을 거듭하여 왔다. 이제 동양적 문화정서를 바탕에 두고 서구의 자연주의 미학을 더욱 숙성시키는 독창적인 화법이 서정적 감동의 설레임으로 자연의 생명력은 환생(幻生)되고 있다. <장경화(광주시립미술관 학예관)>

 

강남구의 풍경들은 체득된 모든 것들이 사실적임에도 몽환적이다. 깊은 낮잠에서 깨었을 때 사물과 시간을 한동안 가늠 못할 때처럼 재현과 관념적 풍경을 익숙하게 떠돌며 생경하고도 묘한 화면을 자아낸다.

겨우내 추위를 견디고 자신의 모든 것을 끌어올려 봄을 알리는 고목에 핀 매화는 절개를 상징하는 꽃이기도 한다. 푸르디푸른 하늘처럼 뵈는 공간에 조화된 매화의 저런 조합이 연중 가능한 날이 며칠이나 될까.
대한민국에서 전업 작가로 살아가는 현실을 꾹꾹 눌러 작업했을거란 생각이 사실적으로 그려졌으나 완벽한 조합으로 인해 역설적이게도 만들어낸 풍경처럼 생경하게 여겨진다.

space vitality 161.4x 97cm Acrylic, Oil on Canvas 2017
space vitality 161.4x 97cm Acrylic, Oil on Canvas 2017

 

인간이 지향하는 유토피아적 컬러와 자연의 모습은 성실하고도 무심히 펼쳐져 있어 강남구의 화면은 화양연화를 꿈꾸거나 육체적으로 왕성했던 젊은 시절을 그리워하는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 같다.

자세히, 가깝게 보이도록 작가는 석류를 1.5배나 2배로 크게 그렸다. 선명한 붉은 루비 같은 자태가 프랑스의 시인 폴 발레리의 시어처럼 즙을 갖은 보석이라 할만하다. 부귀를 뜻하는 붉은 열매가 알알이 박힌 석류. 신맛을 자동으로 떠올려 침을 고이게 하는 석류는 실제로도 더할 나위없는 건강에 이로운 과일이다.
 왕성한 생명력으로 가득차서 터져버린 풍요로운 밀도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붉은 땀 같기도 한 과육의 종자 하나하나를 그렸을 작가의 시선을 빌어 짐작해본다.

석류 pomegranate 161.5x110.5cm Acrylic, Oil on Canvas 2017
석류 pomegranate 161.5x110.5cm Acrylic, Oil on Canvas 2017

 

추상으로 시작한 청년기에서 비구상으로의 변화, 또 다시 자신도 모르게 형상을 찾아가려는 욕구에 고뇌의 시간이 있었다고 한다. 1년여를 작업실을 배회하며 작가는 술을 마셨다.

모색의 경계에 있던 젊은 시간의 작업에서, 만개한 자연과 고향 같은 풍경으로 작가의 정체성은 표현하고자하는 형식만 다를 뿐, 추상적인 화법에서 부터 늘 표현해왔던 ‘공간- 생명력’의 명제는 이미 강남구작가의 기저에 무의식으로 펼쳐져있었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옷을 입은 듯 따스하고도 주변에 늘 있던 풍경과 꽃과 열매를 자연스럽고도 성실하게 기록하며 오롯이 매진해온 작가는 어느덧 중년이다.

곱게 그린 그의 풍경과 자연은 날것이다. 다정하고 정스런 고향. 편하기에 함부로 대했고, 대접도 못 받는 천덕꾸러기 같은 우리의 자연과 풍경을 성실하고도 꼼꼼히 기록하듯 무심히 그렸다.

 너무나 뻔하리만치 무의식으로 굳혀져 이미 우리 몸과 마음에 내제된 고향 같은, 지천으로 핀 자연과 풍경을 강남구 작가는 그린다. 성실함과 진솔한 그의 화법은 난해한 현대 미술과 생활 속에서 지친 이들에게 새삼스럽게 몰입시키는 힘을 준다.

강남구작가의 성실하고도 고집스런 재현은 고향 같은 푸근함과 진중함으로 무게중심을 잡은 듯하다. 판타지가 난무하고 실현될 법한 요즘을 사는 우리에게, 강남구만의 몽환적인 날것의 리얼리티를 선경(仙境)처럼 현대미술의 한 쟝르로 새롭게 회자될 지도 모르겠다.

어둠은 마음이 만들어내고 감당한다. 자신의 규모를 제어하지 못하고 터져버린 채로 반짝이는 석류 낱알 하나하나처럼 그의 화업에도 귀한 시간들이 터져 나와 건강한 인생을 누리는 보람된 시간이 보상처럼 주어질 것을 바라는 덕담을 빌어본다. 올해 30회의 개인을 비롯해서 20여회 가까운 아트페어와 단체전 300여회를 치룬 그의 성실한 무게중심이 빛을 발하는 저력을 기대하고 있다. 강남에 위치한 갤러리 아트셀시에서 11월 17일까지 전시가 열리고 있다.

공간- 생명력 space-vitality 90.9x72.2cm Acrylic, Oil on Canvas 2017
공간- 생명력 space-vitality 90.9x72.2cm Acrylic, Oil on Canvas 2017

 

강남구 작가 프로필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및 동대학원 졸업

개인전_29회
2017 강남구 기획초대전 (갤러리 아트셀시, 서울)
2017 강남구 초대전 (옥천골미술관, 옥천)
2016 강남구 초대전 (재복갤러리, 광주)
2016 강남구 초대전 (GNUH 갤러리, 광주)
2015 강남구 개인전 (아트타운갤러리, 광주)
2015 강남구 초대전 (유디갤러리, 서울)
2015 강남구 초대전 (아트스페이스, 서울)
2014 강남구 초대전 (스토어어바나, 광주)
2013 강남구 개인전 (여미아트갤러리, 화순)
2013 강남구 개인전 (GMA갤러리, 서울)

아트페어
부산국제아트쇼, 울산아트페어, 서울오픈아트페어, 부산국제아트페어, 하우스아트페어,
광주국제아트페어, 한국구상대제전, KASF, 아트서울, 고양아트페어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 역임, 광주광역시전 초대작가,
광주광역시전 운영위원 및 심사위원 역임, 무등미술대전, 바다사생대전,
고양시미술대전 심사위원 역임

작품소장
국립현대미술관 아트뱅크, 정부미술은행, 서울시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외 다수

동신대학교 겸임교수, 전남대학교,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강사역임

현재. 한국미협, 한국전업작가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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