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박평문·이규승의 '장수는 위험하다' (1)
[연재] 박평문·이규승의 '장수는 위험하다' (1)
  • 박평문·이규승
  • 승인 2017.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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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행복하십니까?
책 '장수는 위험하다' (제공=출판사 시간여행)

 

장수는 위험하다는 노화에 따라오는 건강 문제와 대응책을 다룬 책이다. 지역 보건소 운동처방사로 오랫동안 활동해온 저자들은 운동부족인 사람들, 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적절한 운동처방과 생활습관 변화를 통해 건강과 행복을 찾는 과정을 오래 지켜봤다. 나이 드는 것은 아무도 막을 수 없다. 하지만 같은 나이라도 더 건강하고 힘차게 살 수는 있다. 이에 본지는 장수는 위험하다의 연재를 통해 그 변화와 실천으로 독자를 안내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100세 시대, 장수 대책이 필요하다

 

선화 할머니는 요즘 집 안에서만 지낸다. 발에 화상을 입은 후 거동이 불편해지고 우울증까지 걸렸기 때문이다. 모든 일은 욕실에서 시작되었다. 넘어지면서 손목이 골절되어 석 달이나 깁스를 하고 지냈다. 겨우 깁스를 풀었나 싶었는데 이번에는 뜨거운 김치찌개 냄비를 놓쳐 발을 다쳤다. 그 사건 이후로 할머니는 집을 나서기가 힘들어졌다.

무엇이 할머니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되짚어 보자.

할머니는 왜 욕실에서 넘어졌을까? 근육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근육이 부족하면 몸의 중심을 잡는 능력이 떨어져서 쉽게 넘어진다. 더군다나 노인의 낙상은 단순히 다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다친 사이 신체활동이 부족해지면서 체력이 저하된다. 체력 저하는 면역력을 떨어뜨려 다른 질병에 걸리기 쉽게 만든다. 심각한 경우 사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65세 이상 노인들은 낙상사고 그 자체로 사망 위험이 15배까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처럼 노화로 인한 근육 손실은 곧바로 행복 상실로 이어진다.

부드러운 인생을 위해서는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듯, 건강한 노년을 위해서는 충분한 근육이 필수다. 노인의 삶의 질이 근육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적 대비 없이 막연히 오래 살게 될 때 찾아오는 경제적 위험을 장수 리스크라고 한다. 예를 들어 80세 정도까지 살 것으로 예상했는데 100세까지 살면 빈곤에 시달릴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통계청,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이 조사한 가계금융 복지조사에 따르면, 2015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47.0%에 달했다. 기뻐해 마땅할 장수 시대의 도래가 거꾸로 불행을 부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장수가 위험한 시대가 되었다.

그런데 돈이 부족한 장수보다 더 위험한 것이 근육이 부족한 장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16) 에 따르면 건강보험에 가입한 65세 이상 노인의 1분기 1인당 월평균 진료비가 30만 원을 넘었다. 이것은 65세 이하 전체 가입자 월평균 진료비의 3배에 달한다. 이처럼 은퇴 후에 의료비로 지출되는 비율이 매우 높다. 낮은 건강 수준이 삶의 질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위기를 가져오는 것이다. 따라서 은퇴 후에도 몸과 마음 양쪽에서 만족스럽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건강관리가 필수다. 노후를 위해 자산 관리 계획을 세우듯이 젊은 시절부터 건강을 체계적 · 지속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생겼다.

건강관리 방법으로 첫손에 꼽히는 것이 운동이다. 가장 효과가 뚜렷하고, 꾸준히 지속할수록 효과가 커지는 복리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물론 꾸준히 운동한다는 것이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내 목표에 어울리는 운동, 내 몸 상태에 적합한 운동, 내가 흥미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아내서 효과적으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운동 지식이 있어야 하고 전문가의 운동 처방도 필요하다. 이 책은 그에 도움을 주기 위해 썼다.

즐겁게 운동하고, 자투리 시간에 적극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것은 건강한 노후를 위해 오늘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일이다. 10분 걷기,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오르기, 피곤할 때 스트레칭하기, 3분간 제자리 걷기 등이 하나하나 모여 내일을 위한 적금이 된다. 편안함을 포기할 때 느끼는 불편함은 잠깐이다. 그러나 그 잠깐의 불편함을 받아들일 때 느끼는 행복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더 커질 것이다. 운동으로 건강한 신체를 유지한다면 어디든 자유로이 다니는 기쁨 또한 누릴 수 있다.

유엔(UN)에서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7%를 넘으면 고령화사회, 14%를 넘으면 고령사회,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행정자치부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르면, 2017년 상반기 기준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총 713만 명이다.

전체 인구의 13.8% 가량이니 고령사회가 코앞이다.

세계보건기구는 2000년부터 세계 각국의 건강수명을 발표하고 있다. 건강수명은 종래 발표해 오던 평균수명에 건강 상태를 반영한 것으로, 평균수명에서 병이나 부상 등의 평균 장애 기간을 제외한 기간을 말한다. 단순히 얼마나 오래 살았는가가 아닌, 건강하게 산 기간이 어느 정도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삶의 질이라는 측면 에서 평균수명보다 더 중요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에 의하면, 2015년 기준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2.1세인 반면 건강수명은 73.2세에 불과했다. (1) 우리가 노령으로 자연사할 경우, 사망 전 약 10년 동안은 질병이나 부상으로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살아간다는 의미다.

실제로 2014년 보건복지부의 노인실태조사에 의하면 65세 이상 노인의 약 90%가 만성질환을 보유하고 있으며, 기대수명과 건강수 명의 격차가 벌어지면서 병을 지니고 사는 기간이 15년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수명이 중요한 또 한 가지 이유는 의료비 지출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건강보험에 가입한 65세 이상 노인이 지출한 의료비 총액은 2015년 기준 222천억 원에 달한다. 한 사람당 진료비가 1천만 원 이상인 고액 환자가운데 65세 이상 노인 비율은 71%였다. (2) 생명보험협회의 분석에 따르면 평생 쓰는 의료비의 절반 이상이 65세 이후의 노년기에 지출된다고 한다. (3) 마땅한 소득이 없는 노년기의 의료비 지출은 질병과 함께 더욱 삶을 압박한다. 우리의 말년이 고달파질 수밖에 없다.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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