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영의 엄마가 쓰는 병영이야기-1] 우리가 트럼프를 열렬히 환영한 이유
[이지영의 엄마가 쓰는 병영이야기-1] 우리가 트럼프를 열렬히 환영한 이유
  • 이지영 편집위원
  • 승인 2017.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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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편집위원
이지영편집위원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힘이 있어야 한다.’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이 1박2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많은 이야기를 남긴 채 떠나갔다.
트럼프 방한의 백미는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가 도착하던 7일 당일 오후 평택 주한미군 기지 ‘캠프 험프리스’를 전격적으로 방문해 그를 영접한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방문 때 장전호 기념비를 먼저 방문해 트럼프와 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번엔 한국을 방한한 트럼프를 한미동맹의 새로운 상징인 평택기지로 먼저 안내했고 거기서 손님을 맞았다.
트럼프는 군 출신은 아니다. 고등학교 과정을 군사학교에서 마쳤다는 이유로 군사문화를 동경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우리로 말하면 충성, 단결과 같은 美 해병대의 경례구호인 ‘겅호’와 ‘샘퍼파이’를 입에 달고 산단다.
공수부대 출신임을 늘 자랑스럽게 여기는 문 대통령과 트럼프가 ‘군(軍)’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나는 뉴스에 군대 얘기만 나오면 귀를 쫑긋하곤 한다. 과거에 여군으로 근무했다. 국방의 최전방인 철책 근무도 했다. 군문(軍門)을 나온 지 벌써 20여년이다. 그럼에도 군 이야기는 내게 관심사이다. 군대 얘기만 나오면 “어디 근무했느냐?” “무슨 병과 였느냐?”며 군번 캐기 바쁘다. 뭇 여성들과 달리 필자는 군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남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트럼프의 방한은 필자로하여금 우리 안보와 관련해 그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캠프 험프리스, 전 세계 가장 큰 재외 미군기지>

평택 미군기지 험프리스의 부지 면적이 여의도의 5배에 달한다. 미국 본토 이외의 지역에서는 가장 큰 미군 기지다.
캠프 험프리스는 한미 양국이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해 온 주한미군 기지이전사업에 따라 주한 미 8군이 주둔할 기지로 현재 공정률은 약 95%로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나란히 입장하자 양국의 장병들은 박수로 맞이했다. 양국 정상은 장병들과 일일이 악수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어려울 때 진정한 친구를 알 수 있다는데, 젊은 미군 병사 여러분은 대한민국이 가장 어려울 때 함께해주는 친구이며 한미동맹의 아주 든든한 초석이고 한미동맹의 미래”라고 강조했다.
토머스 밴덜 미8군 사령관은 우리 대통령 앞에서 “이 기지는 한미동맹을 향한 영원한 헌신의 상징”이라며 “107억 달러 규모의 건설비용 상당 부분을 부담해준 한국 정부와 국민에게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내용은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똑같이 보고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을 통해 위대한 한국과 한국 국민의 기여를 알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신의 한수’양국 정상 병사와 만남>

양국 대통령이 양국의 젊은 장병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도록 스케줄을 짠 것은 정말 신의 한수였다.
그 맑고 밝은 청년들의 눈을 보면서 이들을 죽음의 전장으로 몰아넣을 지도자가 어디 있단 말인가. 그날 트럼프의 얼굴에선 아빠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아무리 트럼프가 ‘강심장’이라해도 자신이 연신 칭찬할 정도로 멋지게 지어놓은 군사 시설물을 한순간에 잿더미로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트럼프를 열렬히 환영했고 충심을 다해 접대했던 것은 그가 이 지구상에서 한반도를 전쟁의 참화로 밀어 넣을 수 있는 위험한 능력을 가진 두 사람 중 하나였다는데 있다.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그날 화면에 비춰졌던 똘망똘망한 생떼 같은 양국의 어린 군인들과 그 잘 지어놓은 시설이 제일 먼저 희생되고 잿더미가 될 것이 자명하다.
그날 양국의 대통령 사이에 앉아 있었던 잘 생긴 한국 병사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처음엔 카투사인줄 알았다. 자세히 보니 군복 팔뚝의 태극마크며 한국명찰, 한국 계급장으로 보아 한국군 병사였다. 한미연합사 직속에는 한국 부대도 있단다. 화면을 보니 그 청년 병사는 트럼프 대통령과도 몇 마디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아마 유학파 이거나 재외동포 출신으로 여겨진다. 그만큼 우리 군의 저변이 넓어 졌다는 얘기다. 이런 청년들을 전쟁으로 잃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장면을 보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트럼프는 국회 연설에서 위험한 돌출 발언을 하지 않았다. 우리의 번영을 칭송하고 북한의 참상을 알리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선 힘이”

이번 방한기간엔 날씨까지도 우리 편이었다. 당초 예정에 없던 9일 이른 아침의 DMZ 방문에 나섰지만 안개 때문에 착륙하지 못하고 다시 기지로 돌아왔다.
양국 대통령이 DMZ에 서서 쌍안경을 들여다보는 모습은 북한을 엄청나게 자극 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DMZ는 분단국가의 상징이다. 나는 얼마 전 DMZ를 다녀왔다. 우리 땅 최북단인 강원도 고성의 건봉사와 통일 전망대를 다녀왔다. 건봉사에서 열린 통일 음악회에 참가했다. 사찰 뒤쪽 등공대에 올라 부도탑에 대고 기도했다. 그 부도탑은 마치 자동차의 본넽처럼 미세한 떨림이 있었다. 그 떨림, 그 기(氣)에 손을 대고 간절히 기도했다.
‘럭비공 같은 트럼프가 제대로 된 방향으로 튈 수 있게 도와주세요.’
그 기도가 통했을까. 이번 방한에서 보여 준 트럼프는 아빠 미소와 함께 절제된 연설과 호방한 태도를 보여준 멋진 미국 대통령이었고 매일 찌푸리고만 다니는 줄 알았던 그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도 어린이들과 함께 시종일관 엄마 미소로 환하게 웃으며 덕담을 던질 줄 아는 맵시 좋은 모델 출신 퍼스트레이디의 모습을 보였다.
그날 오른 등공대는 민간인 통제 구역이다. 군인 둘의 안내를 받았다. 일등병 한 명과 소대장이라지만 너무나 앳띤 소위 한 명이었다. 가장 힘든 곳이라고 알려진 22사단 민통선 부대원들이다. 그래서인지 가슴이 짠했었다.
어제 텔레비전에서 그 병사를 보면서도 등공대의 두 병사들의 애틋한 눈망울이 겹쳐지면서 결코 이 땅에 전쟁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다시금 했었다.
우리가 전쟁을 반대하는 것은 나약해서가 아니다. 북핵 해결에 전쟁은 결코 해법이 되지 않는다. 당연히 전쟁을 막을 힘은 비축해야 하고 비축돼있어야 한다. 그래서 트럼프가 강조한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힘이 있어야 한다.’ 는 말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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