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제약회사 점안제 커넥션 ‘의혹’
식약처·제약회사 점안제 커넥션 ‘의혹’
  • 오혁진
  • 승인 2017.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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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눈 건강위협 1회용 점안제 “돈 버는 세력 따로 있다”
1회용 점안제(이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1회용 점안제(이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한국증권신문-오혁진 기자] 국민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1회용 점안제가 바이러스와 질병에 노출됐다. ‘고용량제품’ 점안제가 재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점안제의 재사용은 바이러스 침투로 인한 눈질환을 발생시킬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식약처도 이러한 문제에 대한 심각성에 대해 알고 있다.

식약처는 2015년 12월 “점안제는 개봉한 후 1회만 즉시 사용하고 남은 액과 용기는 바로 버려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식약처는 허가사항 변경을 말하면서도 여전히 다회 사용이 가능한 고용량 제품 시판을 허가하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 낭비도 우려된다.

의료계는 식약처·제약회사 사이의 커넥션을 의심하고 있다. 허가사항 변경이 필요함에도 제약사들의 입맛에 맞게 ‘고용량제품’을 여전히 판매허가를 해주고 있다는 것. 이는 수백억 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도둑질하는 것으로 ‘의료계 적폐’로 지적받고 있다.

안구건조증이 있는 20대 직장인 A(여)씨는 리캡(Re-cap)이 달린 1회용 인공눈물(점안제)을 늘 휴대하고 사용한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1회용 점안제를 하루 동안 사용한다. 식약처의 1회만 사용하고 즉시 버리라는 권고에도 불구하고, 1회를 사용해도 액이 남아있어 하루 동안 다회 사용하고 있다. 24시간 동안은 안전하겠지 하는 안전 불감증 때문이다. 최근 A씨는 눈이 아파 병원을 찾았다. 각막손상으로 인한 광각막염이었다. A씨와 가족들은 충격을 받았다. 1회용 점안제를 하루동안 사용한 게 원인이었다. 안과전문의 B씨는 “식약처는 점안제는 개봉한 후 1회만 즉시 사용하고 남은 액과 용기는 바로 버려야 한다고 했다. 제약사는 1회 사용할 용량보다 큰 고용량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면서 A씨의 경우처럼 하루 24시간 사용하면 괜찮겠지 하는 안전불감증을 만들어냈다. 1회용 점안제를 여러차례 사용할 경우 바이러스에 노출되어 각막손상 등의 2,3차 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1회용 점안제는 꼭 1회만 사용하고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1회용 점안제 ‘위험성’

가을철에는 건조한 날씨 때문에 안구건조증이 더욱 심해진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국내 200만명 정도가 안구건조증 환자다. 안구건조증 환자가 늘어나면서 안구건조 증상을 완화해주는 1회용 점안제 시장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1회용 점안제를 여러번 사용하는 환자들이 많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의약업계 전문가들은 1회용 점안제가 공기 중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각막 손상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지난달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양승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회용 점안제의 재사용을 부추길 수 있는‘리-캡(Re-cap)’용기가 여전히 사용되고 있어 국민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대해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그러나 식약처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제약사들은 여전히‘수익성’등을 이유로 기존 용기를 고집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경제성을 이유로 한 환자들의 점안제 재사용 관행이 고착화되면서 2015년 식약처의 점안제 허가사항 변경 이후 근 1년간 재사용 실태가 바뀐 게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 줄줄 샌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내놓은 중기 재정수지 전망 자료를 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시행되는 건강보험 중기 보장성 강화계획에 따라 한해 평균 약 1조4천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이 더 쓰이면서 올해 당기 흑자는 6676억원, 2018년에는 4777억원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후 2019년에는 당기수지가 적자로 돌아서 약 1조1898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2020년에는 2조8459억원으로 적자 폭이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하루빨리 불필요한 제도를 개선하고 금액을 정리해야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국내의 한 해 점안제의 시장 규모는 약 1500억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 1회용 점안제 222개 중 82.4%인 183개 점안제가 리켑 용기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회용 점안제의 건강보험 약가는 412원으로 책정되어 있다. 1회용 점안제는 무조건 많이 담을수록 약값이 높아지는 약가 제도에 적용을 받는다. 굳이 제약사가 고용량 리캡 용기를 거부할 필요가 없는 근본적인 이유다. 1회용 점안제의 용량도 1회용에 맞도록 줄여야 한다. 모든 의약품의 용법, 용량은 전 임상, 임상 2상을 토대로 정해진다. 투여량이 1~2 방울로 정해진 점안제라면 1~2 방울만 점안하도록 용량를 규제해야 한다. 현재 국내서 1회용 점안제로 출시된 제품의 규격은 0.3ml~0.8ml다. 한 방울의 점안제 크기는 0.04ml로 대략 8~20방울의 양이 1회용으로 판매되는 실정이다.

업계관계자는 “과도하게 책정된 점안제 약가를 하루속히 인하하고, 점안제 제조와 관련한 제약회사의 이익을 현실화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회용 점안제의 오남용으로 인해 한 해 수백억원씩 건강보험재정이 낭비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관행처럼 굳어진 1회용 점안제 재사용 인식 때문에 바꾸려면 식약처가 나서서 리캡 점안제 회수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가 나서서 1회용에 적절한 용량으로 양을 줄이고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 눈 건강을 볼모로 인공눈물을 꼭 20방물씩 흘리게 해 제약회사의 매출과 이익을 국민들의 눈물로 채워줘야 하는지 뒤돌아 볼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이제라도 합리적인 보건행정이 이뤄지고, 불필요한 부분에서 건강보험재정이 낭비되지 않도록 모든 약가에 대해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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