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재벌 편법승계 ‘정조준’하나
김상조, 재벌 편법승계 ‘정조준’하나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7.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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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칼끝, 재벌 향하나... 재벌 공익재단 전수조사, 구매부서 성과지표 개선 언급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당근대신 채찍을 들었다. 취임 4개월 만이다. 대기업 공익재단 운영실태에 대한 전수조사 방안을 언급했다. 지주사 수익구조 실태조사 계획도 밝혔다. 기업들의 개혁 의지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냈다. 취임 직후 “재벌개혁을 위한 자발적인 모범사례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한 후 별다른 가시적 성과가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공익재단은 총수일가의 지배력을 유지하는데 동원됐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지주사도 과도한 로열티 등으로 이익을 얻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칼을 빼든 김상조의 행보를 살펴본다.

김상조, 구체적인 제재방안 꺼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2일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지난 6월 4대그룹 CEO들과 첫 만남을 가진 이후 두 번째 만남이다.

김 위원장은 신설 조직인 기업집단국의 역할과 운영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기업집단국이 대기업 조사와 제재만을 목적으로 하는 조직이 아니다”는 것. ‘대기업 저승사자’로 불리는 기업집단국에 대한 일각의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기업과 관련해 정보의 축적과 조사·제재 과정의 결과로서 ‘우리나라의 기업정책에 대한 법 제도적 개선 방안’을 제안하고 집행하며, 정치적·정서적 요구에 흔들리지 않는 공정한 시장 질서와 효율적 기업 구조를 만들어 나갈 것임을 천명했다. 기업 관련 정보의 축적·분석을 통해 이상 징후를 포착, 직권 기획조사를 하는 것이 기업집단국의 역할 중 하나지만 기업정책에 대한 법제도 개선안을 제안하고 집행하는 것이 최종 목적이라고 설명한 것이다.

기업집단국은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재단 운영 실태를 전수조사하고 공익재단이 설립 취지에 부합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지를 점검해 의결권 제한 등 제도 개선안을 강구할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일정 요건을 충족시키면 (정부가) 공익 재단에 세제 혜택을 부여한다”면서 “공익 재단설립 취지에 부합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의결권 제한 등 제도 개선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주회사의 수익구조에 대한 실태조사도 벌여 브랜드 로열티, 컨설팅 수수료, 건물임대료 등 수익구조가 지주회사 제도 도입의 취지에 부합하는지를 검토하고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 지원 행위도 점검하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지주회사는 자회사로부터의 배당금이 주된 수입이 돼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브랜드 로열티와 컨설팅 수수료, 심지어 건물 수수료 등 수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이런 수익구조가 지주회사 제도 도입 취지에 부합하는지, 그 과정에서 일감 몰아주기 등 문제는 없는지, 나아가 법 제도 개선이 필요한 것인지 살펴 보겠다”고 설명했다. 브랜드 로열티 등 명목으로 총수일가의 사익 편취가 이뤄지고 있는지를 점검한다는 의미다.

공정위는 지난 2015년 당시 기준으로 총수가 있는 41개 대기업집단 브랜드 로열티 현황을 조사한 바 있다. 올해 초 일부 기업에 브랜드 로열티 관련 자료 추가 제출을 요구, 재조사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또한 공정위 윤리 준칙 준수 협조, 기업지배 구조 모범 규준 실천, 하도급거래 공정화, 노사정 관계에서의 적극적인 역할 등 기타 현안에 대해서도 당부했다.

김상조 강온 양면책, 재계 대책에 관심
이날 간담회에는 삼성전자 이상훈 사장, 현대자동차 정진행 사장, SK텔레콤 박정호 사장, LG 하현회 사장, 롯데지주 황각규 사장, 대한상의 이동근 부회장이 참석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5대 그룹 CEO들은 지난 6월 간담회 이후 각 그룹의 자발적인 지배 구조 개선, 상생 협력 노력을 소개했다. 이들은 “국민들의 눈높이에 비춰볼 때 미흡한 부분도 없지 않을 것이나, 과거의 잘못된 관행과는 결별하고 잘하는 부분은 더욱 발전시켜나가야”라고 말하는 등 기업이 지배구조 개선및 상생 협력을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5대 그룹이 선도해서 상생 협력 방안을 만들어 실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면서도 “일반 국민 입장에서, 또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약속한 공약에 비춰볼 때 기업의 자발 개혁의지에는 여전히 의구심이 남아있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5대그룹 CEO들에게 먼저 공정위 로비스트 규정(공정위 윤리 준칙)의 취지를 각 그룹에 잘 전달하고 철저히 준수함으로써 공정위와 기업들이 모두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선 순환의 길로 들어설 수 있도록 협조해줄 것을 당부했다.

다음으로 기업 지배 구조 모범규준(Corporate Governance Code)를 스스로 갖추고 실행하며, 특히 사외이사 선임 등의 주요 현안에 대해 평상시에 기관투자자들과 대화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갖춰줄 것을 부탁했다.

구매 부서 임직원들의 성과 지표를 개선하는 방안도 언급했다. 하도급 거래 공정화를 위해, 상생 협력을 통해 장기적 이익 증대에 기여한 임직원들이 높은 고과 평가를 받고 반대로 하도급 거래에서 분쟁을 일으키는 임직원들은 페널티를 받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노사정 관계에서 5대 그룹의 적극적인 역할도 주문했다. 사용자 단체가 합리적 의견을 제시하는 건전한 대화의 파트너로 제자리를 잡는 역할을 해줄 것을 언급하기도 했다.

회동 후 기자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은 “기업이 바라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판단했다”면서도 “다만 아직 우리가 가야할 길은 멀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기업인들은 저에게 변화에 필요한 시간을 달라고 했고, (저는)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면서 “다만 너무 많이 드리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언론 등을 통해 자발적 개혁시한으로 알려진 ‘12월 말 1차 데드라인설’에 대한 상세한 설명도 내놨다.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12월 정기국회에서의 개혁 입법 진행 상황을 반영해 공정위의 기업개혁 방향과 속도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2월쯤 돼야 공정위의 인력 충원이 이뤄져 정상적인 업무가 가능하다는 점도 고려했다는 ‘속사정’도 털어놨다. 그는 기업들이 “우리 사회의 어떤 조직보다 변화의 능력과 의지를 갖고 있다. 일관성을 유지하면 기업은 충분히 변화할 수 있다”며 기업을 북돋아 주는 발언도 했다.

이날 김 위원장의 발언은 채찍과 당근을 동시에 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연 이에 대해 5대재벌들의 대응은 어떻게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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