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철창행 위기, 뉴롯데 ‘모래성’ 되나
신동빈 철창행 위기, 뉴롯데 ‘모래성’ 되나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7.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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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징역 10년 중형 구형...충격에 빠진 롯데
- ‘뉴롯데’ 닻 올리자마자 암초...“총수 장악력 타격”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뉴롯데야망이 모래성처럼 위태롭다.

오너 일가가 줄줄이 경영비리 혐의로 중형을 구형받자 롯데그룹도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롯데는 지난달 롯데지주 주식회사를 공식 출범했다. 신동빈 회장이 롯데지주 원톱으로 등극하며 뉴롯데의 첫발을 뗐다.

하지만 그의 청사진은 총수일가와 경영진에 대한 이번 검찰의 중형으로 허물어질 위기다.

신 회장이 오는 121심 선고 공판에서 실형을 받을 경우 롯데는 초비상이 걸리게 된다.

투명경영을 가치로 내건 뉴롯데는 모래성 위에 쌓은 집과 다름없다. 총수의 유죄로 지주회사의 가치가 퇴색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그룹 경영에서도 큰 난관에 봉착할 전망이다. 신 회장이 사활을 건 글로벌 인수·합병(M&A)이나 호텔롯데 상장 등도 안갯속에 빠졌다.

 

이례적 총수 일가 중형

 

롯데그룹 경영비리 재판에서 당초 롯데 측 변호인단은 신 회장에게 혐의가 없거나 일부 유죄 항목이 있더라도 감경 적용을 받아 징역 26개월 이하 집행유예가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달 30일 징역 10년과 벌금 1000억원의 이례적인 중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징역 10년과 벌금 3000억원,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게는 징역 5년과 벌금 125억원, 신격호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에게는 징역 7년과 1200억원, 장녀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에게는 징역 7년과 벌금 2200억원을 각각 구형했다. 함께 기소된 황각규 사장과 채정병 전 롯데카드 대표, 소진세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 강현구 전 롯데홈쇼핑 사장도 각각 징역 5년을 구형받았다.

재벌 일가족에 대해 이처럼 한꺼번에 중형이 구형된 것은 드문 일이다. 특히 신 회장에 대한 징역 10년의 구형량은 롯데 안팎의 기대나 예상을 뛰어넘는 중형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한항공 조양호, SK 최태원, 현대차 정몽구, 삼성 이건희 회장 등 수많은 재벌 총수들이 집행유예를 선고를 받고 풀려난 바 있다. 신 회장이 징역 10년이라는 높은 형량을 구형 받은 상황에서 재판부가 집행유예를 선고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롯데와 신 회장의 변호인단은 검찰이 신 회장에게 적용한 횡령과 배임 혐의에 대해 줄곧 당시 부친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결정권을 갖고 있었고 신 회장은 이를 거역하지 못해 소극적으로 이행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집행유예 정도의 처벌이 적당하다는 논리였다. 초호화 변호인단을 배치했음에도 신 회장에게 징역 10년의 중형이 구형되자 롯데는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롯데 측은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재판부의 선고가 아직 남아있기 때문에 향후 재판을 지켜보겠다고 말을 아꼈다. 현재 신 회장은 경영비리 혐의 외에 또 다른 재판인 최순실 국정농단 재판도 진행 중이다.

 

뉴롯데·경영 이상기류

 

롯데는 당장 오는 1222일 열리는 1심 선고 공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만일 신 회장에게 실형이 내려진다면 뉴롯데의 미래는 바람 앞의 등불이다. 일단 신 회장의 한국과 일본 롯데에 대한 장악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란 분석이 대다수다.

최근 지주회사 체제 출범에 따라 투명경영을 가치로 내세운 만큼, 총수의 유죄는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앞서 실형을 선고받은 SK 최태원, 이재현 CJ 이재현 회장은 자진해서 사퇴한 바 있다.

신 회장이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게 될 것인가에 대해서도 관심이다. 일본에선 기업 총수가 불법을 저지를 경우 대표이사직을 내놓는 것이 관례였지만 한국에서의 재판 결과와 선고 배경에 대한 일본 경영진과 주주들이 판단을 달리할 가능성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도덕적 해이에 민감한 일본 기업문화 특성상 자진 사퇴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경영적인 측면에서도 리더십에 구멍이 뚫리게 된다.

신 회장이 경영권을 상실하지는 않을지라도 롯데가 역점을 둬 추진하는 M&A와 동남아 시장 진출, 호텔롯데 상장 등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신동주 전 부회장에게는 분위기를 쇄신할 만한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경영 복귀에 실패한 신 전 부회장이 이를 빌미 삼아 다시 주주들을 규합해 반격에 나설 수도 있는 상황이다. 롯데에 드리운 암운이 쉽게 걷히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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