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건물주 싸움에 소비자 등 터진다
이통사·건물주 싸움에 소비자 등 터진다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7.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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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주, 통신사 상대 폭리... 통신중계기 전기료 명목 수백억 챙겨
권칠승 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화성병)
권칠승 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화성병)

건물주나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가 통신중계기 전기 사용에 대해 터무니없이 과도한 전기요금을 통신사나 케이블사업자에게 부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통신사는 이를 별다른 저항 없이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굴지의 이동통신사 A社의 경우 통신중계기 전기료로 매년 4백억원 가량 지불하고 있으며 보통 한 건물에는 이동통신 3사와 케이블 사업자 등이 한꺼번에 중계기 등을 설치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해 볼 때 매년 통신중계기 전기료 명목으로 수천억원 이상이 건물주나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등에게 지급되고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이 이동통신 3사와 케이블사업자 등에게 받은 ‘통신중계기 전기요금 지출내역(2013년~2016년)’에 따르면, 이통 3사 중 A社는 4년 동안 매년 450억원 가량을, B社역시 4년 동안 450억원 가량을, C社 또한 4년 동안 매년 320억원 가량을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표 케이블 사업자 D社 역시 3년 동안 매년 180억원 정도를 지불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과다 지급된 금액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A社는 2016년도에 서울·경기·인천의 건물이나 아파트단지에 통신중계기 전기료 명목으로 110억원 정도를 지급했는데, 이중 30억원 정도를 건물주에게 과다 지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A社가 권 의원 실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Kwh당 단가를 한전의 적정단가 120원이 아닌 150원을 기준으로 삼아 과다 지급한 건수가 3368건에 달하고 이 중 1000원 이상의 단가로 지급한 경우도 151건에 달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이유는 통신사가 한전과 전기사용계약을 맺는 게 아니라 건물주나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가 이통사에게 전기요금을 직접 수납해 한전에 납부하는 구조 때문. 이 과정에서 건물주나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는 실제 전기사용량을 요금으로 부과하는 게 아니라 kwh당 단가를 150원 이상으로 하거나 심지어 1000원 이상까지 요구한 경우도 있었다고 A사는 주장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지출은 고스란히 통신요금에 전가되고, 아파트 입주민의 경우에는 통신사 중계기 전력사용량 등이 주민사용량분에 더해져 누진제 적용 피해를 입게 될 수밖에 없다.

국토교통부도 이러한 사태를 우려해 2013년, 전국 지자체 등을 대상으로 협조공문을 보낸 바 있다. 그 주요 내용은 ‘통신사업자가 공동주택 단지 내에 설치, 운영하는 통신 설비의 전기 사용에 대해 실제 사용 전력량에 비해 터무니없이 과도한 전기요금을 부과하거나, 수납된 전기요금을 투명하지 못하게 회계 처리하는 등의 사례’를 들고

한전은 이와 같은 분쟁이 많다는 사실과 누진제 적용대상으로 아파트 입주민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지만 ‘분리계약’ 민원에 대해서는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의 동의를 구해오라는 식으로 뒷짐만 쥐고 있었다.

실제로 한전 민원게시판에 민원인이 ‘한전 모자분리시 건물주에게 좋은 점’이라는 내용의 민원에 대해, 한전 측은 “모자분리가 되어 있을 경우 전기요금의 감소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대답했다. 이는 뒤집어 생각해 보면 분리계약(모자분리)이 안돼 통신중계기 전기사용량이 주민전기사용량에 더해지게 되면 누진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얘기로 해석된다.

권 의원은 “전기는 건물 임차 비용과 달리 공공성을 띠고 있기 때문에 건물 임대처럼 이윤을 취해서는 안된다”며 “특히 전기는 한전만 판매할 수 있는데 건물주가 웃돈을 얹어 재판매하는 경우는 전기사업법 위배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이어 “건물주나 이동통신사나 대표적인 ‘갑’들인데 괜히 이들의 다툼으로 인해 서민들에게 통신비·전기요금 상승 피해가 돌아간다”며 “한전이 분리계약을 해줘 사용한 만큼 전기요금을 낼 수 있게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분명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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