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사업장 전락, 마사회의 비밀
죽음의 사업장 전락, 마사회의 비밀
  • 오혁진 기자
  • 승인 2017.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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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스트레스에 자살 택한 ‘馬보다 못한 그들’
▲ 이양호 한국마사회 회장

[한국증권신문-오혁진 기자] ‘황교안 낙하산’이양호 한국마사회 회장의 리더십이 최악이다. 이번 달에만 직원 2명이 업무스트레스 등으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지난 5월 마필관리사 사망사건 당시 이양호 회장은 직원들이 자살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 이 회장은 직원들의 자살에 대해 무관심 한 듯하다. 조직문화를 개선하진 못할망정 정치권에 줄을 대는 듯한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마사회 노조는 이 같은 이 회장의 행태에 즉각 사퇴해야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마사회는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다. 여야 모두 이 회 장을 향해 비판의 화살을 쏠 것으로 보인다. 거취문제도 논의될 수 있다. 갑질과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로 자살을 택한 사건들이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죽음의 사업장

한국마사회 소속 J씨는 지난 9일 새벽 렛츠런파크 서울 주차장에서 자신의 차량에 번개탄을 피워 자살했다. 지난 13일에는 마사회 부산경남본부 소속 A씨가 부산 북구 금곡동의 한 아파트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자살 이유는 개인 사정보다 마사회 업무와 무관치 않다는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마필관리사의 사망 배경으로 열악한 처우와 근무환경, 불안정한 고용문제 등이 이유로 지목됐다.

특히 J씨는 마사회 제4노조 노조위원장이었으며 신사업추진단장을 역임했다. J씨 주변 인사들은 그가 혹독한 감사를 받다가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아 자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J씨의 일기장에는 경영진의 전횡에 대한 원망의 소리도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사회는“직원 자살 사고와 관련해서는 현재 조사 진행 중이며, 유족과 장례절차 등을 포함한 후속조치에 대해 논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앞서 부산·경남본부에서 일하던 마필관리사 2명이 자살하는 일이 발생했다. ‘국내 1호 말 마사지사’로 알려진 박경근 씨는 지난 5월 27일 새벽 1시경 세 줄짜리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석달 후 또 한 명의 마필관리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국마사회 부산경남본부 소속 마필관리사 이 씨는 8월 1일 경남창원 진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 휴대전화에는 아버지와 동생한테 남기려 했던“미안하다”는 문자메시지가 전송되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마필관리사의 자살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11년에도 이와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일하던 박용석(사망 당시 34세) 마필관리사가‘과도한 업무량으로 다쳐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해고의 위험에 늘 노출돼 있어 업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9월 마사회 부산·경남본부·서울본부·제주본부 산하 마필관리사들을 대상으로 직무 스트레스를 조사한 결과 부산은 34.0%, 서울32.3%, 제주 43.0%가 각각 우울증 고위험군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마사회 마필관리사들은 일로 인해 우울증에 걸리고,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는 게 조사를 통해 확인된 것이다.

직원 자살 그게 뭐야?

과도한 업무와 열악한 근로조건 문제가 거론되면서 연이은 자살사태에 대해 경영진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조직 최고 책임자인 이양호 회장에 대한 시선은 따갑다.

이 회장은 ‘정유라 지원 의혹’을 받고 있던 현명관 전 회장의 사임해 지난 12월 황교안 권한대행이 임명한 인물이다.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의 이례적인 인사권 행사라는 점에서 이 회장을 향해‘낙하산인사’,‘ 알박기인사’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 회장은 본래 영남고-영남대 출신으로 TK(대구-경북)인사다. 상황이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이 회장의 시선은 내년 지방선거로 향한 듯하다. 이미 유력한 야권 구미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4일에는 자신의 고향이자 출마설이 나도는 경북 구미의 버섯축제장을 찾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A씨가 숨을 거둔 다음날이라는 점에서 이 회장의 행보에 따가운 시선이 뒤따랐다. 마사회 노조 관계자는 “마사회의 조직문화를 개선해야 하는 것이 먼저다. 이 회장이 권력욕에 찌들어 있는 것같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마사회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면서 구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것이 웃기다. 구미시장일을 제대로 할지 못할지는 안 봐도 비디오”라고 비판했다.

정권 바뀌어 보험 들었나

이 회장이 노조와 업계에 비판을 받고 있는 이유는 한 둘이 아니다. 한국마사회 측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경남은행에 855억원을 집중적으로 예치해 특혜 제공 의혹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경남은행의 지주사인 BNK금융그룹 회장에 김지완 씨가 선임됐다. 김 씨는 문 대통령의 2012년 대선캠프에서 경제고문을 맡은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와 관련해 이 회장이 문재인 정부에 잘 보이려 보험을 들어놓은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마사회 측은“경남은행의 금리 조건이 좋아 예치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경남은행이 마사회에 제시한 금리는 업계 평균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8일 홍문표 자유한국당 의원이 마사회로부터 제출 받은 자금운용현황 자료에 따르면, 마사회는 전체예금 7657억원 중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총 2404억원을 경남은행에 집중적으로 예치했다.

특히 대선 직후부터 지난 8월까지는 총 855억원의 자금을 경남은행에 맡겼다. 이는 채권과 수익증권 등을 제외한 전체 순수예금 5,962억원의 40.4% 수준이다. 마사회가 신용위험 관리를 위해 특정 은행에 35% 이상의 예금을 예치하지 못하도록 한 내부 규정까지 어겨가면서까지 경남은행에 거액의 자금을 단기간에 몰아준 것이다. 2015년 715억원이던 마사회의 경남은행 예치금은 지난해 540억원으로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였으나, 올해 역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이 외에도 마사회는 김 회장 취임 당일인 9월 27일 BNK그룹 계열은행인 부산은행에 30억원을 예치했다. 마사회 측은“우연히 예치금이 많아졌을 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밝혔다. 경남은행 측도“정상적인 공고 절차에 참여해 자금을 예치한 것”이라며“김 회장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들의 해명과 달리 올해 마사회에 제시한 경남은행의 금리는 1.73%로 마사회 자금을 예치한 전체 12개 은행 중 8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은행은 1.65%로 11위였다. 말산업 업계와 마사회 주변 인사들은 올해 12월에 취임 1주년을 맞는 이 회장이 정치권 줄 대기와 외부에 신경 쓰는 것이 아닌 내실다지기에 힘써야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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